[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축구는 골을 넣어야 승리하는 스포츠다. 아무리 상대를 잘 막아도 득점이 실패하면 승리할 수 없다. 수비만 잘한 그리스는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스는 13일 오전(한국시간) 그리스 피레우스 카라이카키스 스타디움에서 한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크로아티아와 0-0으로 비겼다. 1차전에서 1-4로 패했던 그리스는 반전을 만들어 내지 못했고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그리스는 수비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대표적인 팀이다.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유로2004’ 우승을 달성했고, ‘유로2012’에서도 8강에 올랐다. 최근 두 차례 월드컵도 수비력을 앞세워 플레이오프를 통해 본선에 진출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에 나선 그리스의 팀 색깔도 수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리스는 H조에서 벨기에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했다. 득점이 많지는 않았다. 3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24득점)보다 적은 17득점밖에 하지 못했다. 10경기서 6실점밖에 내주지 않은 수비력이 그리스를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벨기에의 조별리그 전승을 막은 것도 그리스의 탄탄한 수비력이었다.

조별예선에서 6골밖에 허용하지 않은 그리스는 지난 10일 크로아티아에 4골을 내주며 무너졌다.주전 수비수 코스타스 마놀라스가 징계로 결장하고 바실리스 토로시디스가 부상을 당한 탓해 어쩔 수 없이 스리백을 꺼내든 게 화근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전술에 선수들은 실수를 연발했고 서로 간의 호흡도 맞지 않았다.

그리스는 홈에서 3-0으로 승리하거나 실점 후 4골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만 월드컵 본선에 갈 수 있었다. 스키베 감독은 지난 1차전과 선발명단에서 무려 6명을 교체해 2차전에 나섰다. 부상과 징계에서 복귀한 마놀라스와 토로시디스를 선발로 냈다. 왼쪽 수비로는 콘스탄티노스 스타필리디스 대신 파나지오티스 레토스를 투입했다. 전술도 스리백에서 익숙한 포백으로 바꿔 4-2-3-1 전형으로 크로아티아를 상대했다.

익숙한 전술로 돌아오자 경기력도 전보다 나아졌다. 그리스는 중원에서 크로아티아의 공격을 강하게 압박했다. 마놀라스가 중심을 잡은 수비진은 마리오 만주키치와 니콜라 칼리니치를 효과적으로 막으며 유효슈팅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수비가 살아난 그리스는 볼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며 경기를 이끌었다. 슈팅 수, 패스성공률, 코너킥 등 모든 수치에서 그리스가 크로아티아보다 앞섰다. 그리스는 슈팅 8개를 때렸지만 유효슈팅으로 이어진 건 하나뿐이었다.

그리스는 수비진에서 공을 돌리며 기회를 엿보다 전방으로 길게 연결해 골을 넣는 것이 주된 공격 루트다. 크로아티아전에서는 공중볼 경합에서 승리하지 못하며 고전했다.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는 정확도가 부족했고 패스는 정확도가 낮았다.

그리스는 1차전 대패를 만회하기 위해 다득점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공격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현대축구에서 수비적인 전술을 쓰는 팀이 빠른 역습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것과 달리 그리스는 하프라인 아래에서 공을 오래 돌리며 공격 기회를 노렸다. 상대 공을 뺏어낸 후에도 빠르게 나가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하자 수비는 자리를 잡고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수비축구로 유럽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리스는 ‘유로2016’에 이어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실패하면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고 수비에만 집중하는 전술은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도 그리스의 발목을 잡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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