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정용 기자= 손흥민은 공격의 마무리를 담당하는 스트라이커, 일명 ‘피니셔’였다. 토트넘홋스퍼에서 투톱으로 뛸 때 맡았던 역할과도 조금 달랐다.

10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와 평가전을 가진 한국은 2-1 승리를 거뒀다.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5번째 경기에서 거둔 첫 승리다. 손흥민은 전반과 후반에 각각 한 골씩 넣어 A매치 20호골을 기록했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전 예고대로 손흥민을 투톱으로 기용했다. 최근 토트넘에서 맡아 온 역할이다. 토트넘에서 손흥민은 해리 케인, 페르난도 요렌테의 투톱 파트너로 뛰었다. 케인과 요렌테는 각자 차이가 있지만 모두 센터포워드 스타일이다. 손흥민이 그 주위를 돌아다니며 발생하는 공간을 이용하는 역할을 맡곤 했다.

대표팀에서 손흥민의 역할은 조금 달랐다. 투톱 파트너가 이근호였기 때문이다. 이근호는 오른쪽 측면으로 쉴 새 없이 빠지며 상대 수비를 유인하고, 크로스를 올렸다. 손흥민은 문전에 혼자 남아 마무리 슛을 노렸다. 위치를 중심으로 따진다면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혼자 대기한 건 아니었지만, 역할을 중심으로 따진다면 한국에서 ‘득점 담당’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도 측면 플레이를 했다. 한국은 4-4-2 포메이션에서 좌우 미드필더로 출장한 이재성과 권창훈이 중앙 미드필더를 겸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측면에서 속공을 할 때는 미드필더가 아니라 공격수의 측면 침투를 적극 이용했다. 손흥민은 왼쪽으로 빠지며 김진수, 이재성 등과 호흡을 맞춰 측면 공략에 가담했다. 다만 측면으로 빠지는 플레이의 횟수와 비중은 이근호가 더 높았다.

손흥민은 경기 후 토트넘과 한국의 전술은 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근호와의 역할 배분에 대해 살짝 언급했다. “보시다시피 근호 형이 많이 움직여줘서 내게 공간이 많이 났다. 수비를 열심히 해 주고 공격 나갈 때 빨리 빨리 나갔다. 나와 미드필더들에게 공간이 많이 생겼다”는 말에는 이근호가 미끼 역할을 잘 해줬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빌드업에 대한 부담을 덜고 문전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선 손흥민에게 더 편한 전술이었다. 빌드업이나 공격 전개 등 미드필더의 플레이는 손흥민의 특기가 아니다. 손흥민은 “센터포워드는 토트넘, 함부르크 때 공부를 많이 했지만 아직 공부해야 할 게 많다. 계속 윙만 뛰었으니까. (공격수 자리에서는) 직접 득점에 관여해야 할 경우가 많다. 빌드업 과정은 잘 하는 다른 선수가 많다.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이 토트넘과 비슷하게 변한 점은 역습의 속도다. 손흥민은 토트넘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점유율보다 빠른 템포의 공격이 늘어났다는 말에 동의하며 “우리도 빠른 선수, 폭발적인 선수들이 많아서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됐다”, “선수들이 터프하게 했다. 공을 빼앗고 역습으로 나가는 상황이 많았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모처럼 강팀 상대로 승리를 거뒀지만 결과나 경기력보다 투지 넘치는 모습이 팬들의 마음을 돌렸을 거라 기대했다. “경기력이 당연히 중요한데 그보다 이런 투지와 정신력으로 경기에 임한다면 축구팬들이 우릴 다시 응원해 줄 거다. 당연히 우린 부족하다. 유럽 선수들만큼 축구를 잘 하는 것도, 피지컬이 좋은 것도 아니다. 선수들이 앞으로도 터프하게 하면 팬들이 받아들이실 것 같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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