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나폴리는 선발 라인업의 뛰어난 기량, 전술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그러나 경기력을 승점으로 연결시키는 데 실패했다. 연이은 패배로 탈락 위기에 몰려 있다.

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나폴리 산 파올로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F조 4차전을 치른 나폴리는 맨시티에 2-4로 졌다.

맨시티가 4전 전승으로 16강 진출을 이미 확정한 반면 나폴리는 1승 3패에 그쳤다. 2위 샤흐타르도네츠크가 남은 두 경기에서 전패하고, 나폴리가 전승을 거둘 경우에만 역전이 가능하다. 남은 두 경기 준 나폴리 홈에서 열리는 맞대결이 남아 있기 때문에 역전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달성해야 할 조건이 너무 많다.

나폴리 특유의 경기력은 초반에 잘 발휘됐다. 주장 마렉 함식이 UCL 중요 경기에서 긴장한 기색을 보이며 경기력 난조를 겪고 있지만, 그럼에도 나폴리 특유의 압박과 빠른 공격 전개가 맨시티보다 강력했다. 전반 21분 로렌초 인시녜가 드리스 메르텐스와 2대 1 패스를 주고받은 뒤 넣은 멋진 골은 전형적인 나폴리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나폴리는 승리로 가는 디테일이 부족했다. 세트피스였다. 맨시티는 전반 34분 니콜라스 오타멘디, 후반 3분 존 스톤스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연속골을 터뜨려 역전했다. 나폴리는 두 골 모두 제대로 따라붙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실점했다.

부상에 대처할 선수층도 나폴리의 단점이었다. 공격 전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레프트백 파우치 굴람이 전반 31분 부상으로 쓰러졌다. 노장 크리스티안 마조가 라이트백으로 투입됐고, 라이트백 선발 멤버였던 엘사이드 히사이가 포지션을 바꿔 왼쪽을 맡았다. 이 교체로 좌우 측면의 위력이 크게 떨어졌다.

맨시티는 나폴리가 제대로 공격을 주도하지 못하는 후반 막판을 지배하며 경기를 끝냈다. 나폴리의 실수를 틈타 후반 24분 세르히오 아구에로, 후반 추가시간 라힘 스탈링의 골이 터졌다. 그 사이 맨시티는 다비드 실바, 베르나르두 실바, 가브리엘 제주스를 교체로 투입했다. 나폴리가 마르코 로크, 아담 우나스를 투입하는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었다.

굴람이 교체되기 전까지 나폴리는 점유율, 패스 성공률, 공중볼 경합, 공 탈취 등 대부분의 부문에서 우세한 기록을 남겼다. 이를 바탕으로 슛 시도는 7회 대 3회로 압도할 수 있었다. 인시녜의 골이 그 결실이었다. 그러나 경기 전체를 보면 위 기록 모두 맨시티가 앞섰다.

맨시티가 일부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나폴리의 홈 경기력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정상적인 멤버로 홈에서 맞붙는다면 어느 팀을 상대하든 밀리지 않을 저력이 있었다. 그러나 조건이 너무 많았다. 세트피스, 부상에 대한 대처 등 유럽대항전에서 생존하기 위한 디테일이 부족했다.

더 넓게 보면 시즌 운영도 아쉽다. 나폴리는 UCL 첫 경기였던 샤흐타르도네츠크 원정에서 패배한 것이 뼈아프게 작용하며 위기에 몰렸다. 당시 샤흐타르를 상대로 2진급 멤버를 내보내 체력 안배를 시도했지만, 샤흐타르는 함부로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상대 전력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대회 첫 경기인데다 동유럽 원정 경기이었지만 무리한 로테이션 시스템을 쓰다가 위기를 자초했다.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선수 자원이 풍부한 미드필드에서 기계적인 로테이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1군이 이탈리아세리에A 경기에 나가고, 비교적 후보라고 할 수 있는 피오트르 지엘린스키가 지난 맨시티 원정 등 UCL 중요 경기를 맡는 등 경기의 비중에 맞지 않은 선수 기용이 종종 있었다. 공격은 아르카디우스 밀리크의 부상 공백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주전 선수들만 기용되고 있다.

나폴리의 매력적인 전술은 세리에A에서 10승 1무로 단독 선두를 달리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유럽에서 예상 못한 변수가 발생했을 땐 전술 이상의 승리 요인이 필요했다. 세리에A 3위 유벤투스가 D조 2위, 5위 AS로마가 C조 1위를 달리고 있는 동안 1위 나폴리는 조 3위로 떨어져 탈락 위기에 몰려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