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안현범은 제주유나이티드의 시즌을 끝까지 함께 하지 못했다. 제주가 K리그 클래식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할 때 안현범은 집에서 휴대전화로 중계를 보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제주는 지난 10월 29일 전북현대와 가진 클래식 36라운드에서 0-3으로 패배했다. 이 경기로 남은 두 라운드 결과에 상관없이 전북의 우승이 확정됐다. 제주는 2위를 지키는 것이 마지막 목표다.

제주의 주전급 멤버는 시즌 시작 즈음과 비교해 많이 변했다. 마르셀로(오미야아르디자)와 황일수(연변푸더)가 이탈했고, 윤빛가람과 류승우가 합류했다. 부상과 징계로 인한 이탈도 많은 시즌이었다. 이탈했던 선수들은 대부분 시즌 막판에 돌아와 전력에 합류했지만 ‘클라이맥스’를 놓친 선수도 있다. 안현범이 대표적이다.

안현범은 지난 9월 9일 28라운드 FC서울전을 끝으로 이탈해 막판 10경기에 결장하고 있다. 시즌 K리그 기록은 27경기 2골 2도움에서 멈췄다. 부상을 치료하게 위해 수술을 받은 안현범은 서울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운동을 재개해도 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안현범은 자택 TV에서 제주와 전북의 경기 중계가 방송되지 않아 스마트폰 화면으로 경기를 봐야 했다. 밀리긴 했지만 뒤집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동료들을 응원했기 때문에 박진포의 경고 누적 퇴장이 더 안타까웠다고 했다. 경기장에서 힘을 보태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에 평소 즐겨 연락하던 형들에게도 메시지를 보내기 힘들었다.

안현범의 부상은 대표 발탁 가능성도 원천 봉쇄하는 사건이었다. 최근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에 스리백을 도입하면서 제주 등 스리백을 쓰는 팀의 측면 수비수들도 대표팀 발탁 가능성이 열렸다. 수원삼성의 왼쪽 윙백 김민우가 대표적이다. 공격수 출신 윙백이라서 포백의 풀백으로 발탁될 가능성은 희박했던 안현범에게 전술적으로 좋은 환경이 마련됐다. 마침 국내파 위주로 선수 실험을 해야 하는 동아시안컵도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안현범은 부상 중이다. 

안현범은 "팀 차원에서는 제주의 K리그 우승, 개인적으로는 대표 발탁을 목표로 올해를 시작했는데 부상 때문에 모두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 마무리가 아쉬운 시즌”이라고 말했다.

안현범은 입대를 앞두고 있다. 아산무궁화 선발에 합격한 안현범은 12월 중 주세종, 이명주, 황인범 등과 함께 논산훈련소로 입소한다. 지난해 K리그 영플레이어상 수상자인 안현범은 아직 23세다. 병역의 의무를 일찍 수행하고, 그 뒤 재도약을 준비하려는 인생 계획을 세웠다. 입대 전야에 운동을 쉬고 집에 있으려니 괜히 착잡하다. 먼저 입대한 전 동료 김현(아산)이 외박을 나와서 “훈련소 팁을 가르쳐 줄 테니 밥 먹으러 나와라”라고 은근히 놀린다. 안현범은 내년에 제주와 함께 뛸 수 없지만 “제주가 작년 3위를 했고 올해는 2위로 마친다면 내년엔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며 소속팀의 발전을 응원했다.

안현범은 5일 서귀포에서 열리는 제주와 수원삼성의 경기를 찾는다. 올해 마지막 홈 경기를 찾아 코칭 스태프, 동료, 구단, 팬 등에게 입대 인사를 할 예정이다. 이때 동료들을 만나 우승을 놓친 아쉬움을 나눌 생각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