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완주 인턴기자= 수원에서 태어나 수원에서 전성기를 보낸 김대의는 지도자 인생도 수원과 함께 시작했다. 

시즌 중 조덕제 감독이 사임하고 대행체제를 유지하던 수원FC는 지난 13일 리그 3경기를 남겨둔 시점에 김대의 감독을 선임했다. 최대한 빠른 시점에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첫 출발이 좋았다. 시즌 막판 2경기에서 수원FC를 승리로 이끌었다. 2경기에서 5득점의 화끈했던 승리만큼이나 원하는 것도 분명하다. 누구보다 수원을 잘 아는 '수원의 아들' 김대의는 '보는 이가 즐거운' 공격축구를 통해서 '축구수도' 수원의 축구열기가 더 뜨거워지길 원한다.

프로무대를 처음 밝자마자 승리를 거둔 김대의 감독은 겸손했다. 김 감독은 “내가 한 건 없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 준거다”며 선수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할 일도 많고 인터뷰도 많아서 피곤하다”던 김대의 감독을 지난 2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지난 주 화요일(17일)에 첫 훈련을 하고 사흘 만에 승리했다.

내가 한 건 없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 준거다. 나는 그저 안정감을 심어 주려고 했다. 감독이 바뀌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한 선수도 있고, 새롭게 도전하려는 선수도 있고. 여러 가지 변화로 복잡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미팅을 통해 “언제든 감독은 바뀔 수 있다. 그걸 떠나서 선수의 본분은 훈련을 통해 경기에 뛸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내가 큰 변화를 준다고는 이야기 안 했다. 어떻게 내가 큰 변화를 주겠나. 새로운 건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하자는 생각이었다.

 

- 첫 경기 중 선수들이 많이 다쳤다. 당황스럽지는 않았나.

(이)승현이가 드리블하고 패스한 다음에 쓰러졌을 때 ‘저건 못 뛴다, 발목 꺾였구나’ 느낌이 왔다. 그래서 바로 모재현을 준비시켰다. 교체카드가 빨랐을 뿐이지 생각은 하고 있었다. 레이어가 다쳤을 땐 교체 카드를 다 써서 걱정하긴 했지만 자기가 헤딩만 안 하면 괜찮다고 하더라.

 

- 그럼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는 뜻인가.

긴장을 안 했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고, 선수 때도 수많은 경기를 했지만 매 경기 긴장을 조금씩은 하고 뛰었다. 첫 날 훈련부터 선수들이 잘 따라와줬고 워밍업부터 패스훈련, 전술훈련까지 집중도 있게 잘 해줬다.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들어갔다. 훈련이 잘됐을 때 감독들도 뭔가 초조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 송수영이 첫 골을 넣고 감독님한테 뛰어와 안기더라. 짧은 시간이었는데 선수단이랑 많이 친해진 상황이었나

수영이가 막 달려오는데 안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표정 같더라. 그래서 내가 갔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내가 더 앞으로 달려 나갔다. (질문: 서동현은 수원삼성에서 선수생활을 같이 했는데 도와주지 않던가) 딱히 그런 건 없었다. 정훈, 김철호, 이승현, 서동현 등 팀에 4~5명 정도 노장선수가 있다. 내가 뛸 때는 어린 선수들이었지만 경기장에서 봤던 선수들이다. 내 스타일이 원래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너무 어려워하는 걸 안 좋아한다 내가. 그래서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 2016년 말에 수원삼성 스카우트에서 물러나고 소식을 듣기 어려웠다. 어떻게 지냈나.

싱가포르에 2년 나갔다 온 걸 빼면 11년간 수원삼성에서 선수와 스태프로 있었다. 쉬는 동안 뭘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던 팀이고, 나도 사랑했던 팀이라 힘든 부분이 있었다. 사실 축구도 보기 싫었고, 그래서 한동안 축구를 멀리했다. 3개월 정도 지나니 이렇게 있다가는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경기도 보러 다니고, 고려대학교가서 잠깐 코치 역할도 했다. 프로로 가고 싶은데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스카우트로만 돌다 보니까 나한테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던 시기였다. 쉬고 있던 상황에서 여러 대학 팀에서 제의도 왔다. 나를 좋게 생각해주시고 같이 하고자 했던 분들께 함께 하진 못했어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수원FC에 매력을 느꼈나.

나도 프로에서 처음 지도자를 시작하는 거고, 구단도 새롭게 도전하려고 했던 것이 나랑 맞지 않을까 생각해서 지원했다. 구단에서도 열정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젊은 지도자를 원해서 그 부분이 나와 맞다고 생각했다. 밖에서 볼 때도 매력적이었지만, 구단에서 ‘다 감독님 알아서 하시라’고 코칭스태프 선임도 다 일임해주셨다. 시민구단이 그렇게 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밖에서 보던 것과 안에서 느끼는 게 일치해서 시작부터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

 

- 수원삼성의 레전드가 다른 수원 팀의 감독을 맡는다는 것에 놀라고 당황한 팬들도 있는 것 같더라.

전에는 ‘그랑블루’였고 지금은 ‘프렌테 트리콜로’인 수원삼성 팬들에게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다. 평생 잊지 못할 만큼. 수원삼성은 내가 사랑하는 팀이고 사랑하는 팬들이 있기 때문에 그분들도 내가 어느 팀에 가든 기쁘게 격려해주고 응원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팬들과 모임을 통해서 교류하고 있는데 다들 좋아해 주신다. 너무 축하한다고 문자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마음 같아서는 수원삼성이 토요일 경기면 수원FC는 일요일에 경기했으면 좋겠고, 우리가 토요일 경기면 수원삼성이 일요일에 했으면 좋겠다. 주말은 수원 경기를 2경기 볼 수 있으니까. 그래도 수원이 축구 하나만큼은 자존심을 가지고 있는 도시인데 그런 열기가 더 커지면 좋지 않겠나.

 

-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시즌 막판 동기부여가 힘든 팀을 맡는다는 게 부담은 없었나.

구단에서는 내년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 안에서 선수단 평가를 하고 준비를 잘하길 원했다. 나한테는 시작부터가 중요했다. 내년이 시작이 아니라 부임 이후부터 시작이었다. 선수들한테도 그런 걸 강조했다. 나한테는 이제 시작이니까 여러분도 같이 시작하는 거다, 첫 시작이 좋아야 앞으로도 팀이 더 좋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첫 미팅에서 굉장히 많이 강조했다. 전임 코칭스태프가 해왔던 것을 유지하되 선수들한테 자신 있게 하라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이야기 했다.

 

- 선수 김대의하면 떠오르는 게 빠른 스피드다. 감독 김대의가 원하는 축구도 빠른 축구인가.

물론이다. 보는 이가 즐겁게 축구를 해야한다. 측면에서 잘 풀리고 돌파가 되고. 수원FC가 챌린지에서 선수 구성이 나쁜 편이 아니다. 스피드 있는 선수들은 포지션에 맞게 살려줘야 하고, 훈련을 통해서 하나씩 만들어가려고 한다. 몇몇 선수들은 벌써 내 스타일과 인터뷰를 보고 준비하고 있더라. 내가 추구하는 축구는 윙을 많이 사용하는 축구다. 윙포워드나 윙백들이 좀 더 스피드 있는 축구를 하길 원한다. 사이드에서 뭔가 만들어져야 골이 난다. 골은 대부분 실수에서 나온다. 크로스가 많을수록 수비 실수도 나온다. 고등학교 감독 할 때도 그런 쪽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그런 부분이 잘 되려면 먼저 수비가 단단해야 자신 있게 나갈 수 있다. 수비와 미드필더 간격이 잘 유지되고, 윙백이 나갔을 때 미드필더들이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 훈련에서도 그런 걸 강조했다.

 

- K리그는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크다. 골을 넣기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도 중요할 텐데.

그렇다, 외국인 선수가 크다. 올 시즌 수원FC는 무승부가 많았다. 경기 내용이 나빴던 건 아니다. 무승부가 많다는 건 찬스에서 확실히 해결을 못했다는 뜻이다. 기가 막히게 좋다고 데려와도 실패할 수도 있는 게 외국인 선수다. 나도 스카우트 하면서 많이 보러 다녔지만 우리나라 와서 적응하기가 어렵다. 열에 한둘 성공할까 말까다. 멘탈도 체크해야하고. 여러가지 변수도 많아서 참 어렵다. 좋은 선수는 갑자기 경쟁이 붙어서 몸값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급한 것 보단 신중하게 뽑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팀에도 그렇게 얘기했다. 네트워크를 통해서 몸 상태도 면밀히 체크하고 주위 얘기도 들어 봐야 한다. 말컹 같은 선수가 그렇게 포텐 터질 줄 누가 알았겠나. 시도민구단은 그렇게 포텐이 터지면 감사한 거다. 그렇게 해야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거니까.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

 

- 방금 자생력을 얘기했다. 스카우트하면서 어린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많은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작년에 본 선수들 리스트도 아직 내 컴퓨터에 다 정리되어 있다. 지금 프로 1-3년차 잘하는 선수, 상대팀 어린 선수들은 지금도 어느 학교 누구 다 나온다. 장단점을 파악해서 다 써놨던 선수들이다. 굉장히 도움이 된다. 직접보고 판단했다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 지금 수원삼성에서 뛰는 장호익 같은 경우도 서정원 감독님이랑 여러 번 대화해서 잠재력만 보고 뽑았던 선수인데 이만큼 성장했다.

 

- 남들은 시즌 끝났다고 한 숨 돌릴 텐데 이제부터 바빠질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이제 새 판을 짜려고 한다. 시즌 끝나고 미팅을 수도 없이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남들은 시즌 끝나면 휴가겠지만 우리는 정신 없이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 선수들 테스트도 봐야 하고, 체크했던 선수들도 다시 확인해야 한다. 현실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다들 처음 부임하면 목표를 잡는다. 예를 들면 승격이 될 수도 있고, 얘기했던 것처럼 자생력을 살리는 것일 수도 있다.

감독들의 딜레마다. 믿고 장기 계약하면 구단이 생각하는 것들을 다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 어느 때 떠나야 할 지 모른다. 그런 이유로 멀리 못보고 앞만 봐야 하는 게 있다. 나는 유소년 감독도 했고 관심이 많다. 감독 맡자마자 구단 유스팀 경기 있다고 해서 찾아가 격려해줬다. 꾸준히 체크도 할 생각이다. 어린 선수들한테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 감독 김대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

일본 진출했을 때 기자회견에서 장황하게 뭘 하겠다 말해놓고 완전 실패했다. 그 후로는 속으로만 생각할 뿐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그 이후 딱 한번 한적은 있다. 성남일화에서 수원삼성으로 처음 이적했을 때 친구인 최성용 코치한테 내가 왔으니까 우승시키겠다고 말했었다. 그 말이 최성용 코치 입을 타고 팬들 사이까지 막 퍼졌다. 엄청 부담스러웠다. 그 해 우승하고 둘이 부둥켜안고 엄청 울었다, 긴장이 풀려서. 부담이 엄청 됐다. 그래서 앞날을 얘기하는 걸 안 좋아한다. 늘 선수들한테도 오늘이 제일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오늘이 있어야 다음이 있는 거다. 난 오늘이 더 중요하다. 오늘 게임이 끝나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풋볼리스트, 수원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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