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구리] 한준 기자= FC서울의 숙제는 빈공이다. K리그 역사를 돌아보면 최고의 공격수라 부를 수 있는 데얀과 박주영을 보유했으나 두 선수 모두 30대에 접어든 황혼기다. 서울은 지난 21일 대구FC와 홈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15라운드 일정을 마친 현재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에서 승점 21점으로 7위에 머물러 있다. 실점은 15골로 12개팀 중 두 번째로 적지만, 득점이 18골로 여섯 번째로 적다.
#이명주, 서울 공격의 템포를 높일 수 있다
23일 경기도 구리에 위치한 GS챔피언스파크에서 미드필더 이명주(27)의 입단식이 열렸다. 황선홍 감독이 꽃다발을 들고 웃으며 맞이했다. 이명주 입단회견에 앞서 오는 주말로 예정된 상주상무와 리그 16라운드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포항스틸러스에서 이명주와 한솥밥을 먹은 바 있는 조찬호는 이명주가 가세하면 서울의 공격 템포가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무래도 더 공격적인 패스와 움직임을 통해 템포를 살려줄 것이다. 워낙 활동량이 많은 선수이니 공격이나 수비 모든 부분에서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명주는 2016/2017시즌 UAE 아라비안걸프리그 일정을 마친 이후 국가대표팀의 6월 A매치 데이 일정을 서아시아에서 소화했다. 이후 국내에 들어와 서울 입단을 확정했다. 최근 서울 경기를 지켜본 이명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경기 템포를 높이는 것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내가 잘하는 플레이는 좀 더 빠르게 (상대를) 압박해서 공을 빼앗고, 거기서 바로 좋은 공격 찬스, 득점 찬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명주의 본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다. 중원 지역에서 공을 쥐고 경기를 풀어가는 선수다. 2014시즌 이명주는 포항에서 연일 득점과 도움을 올리며 공격 본능을 폭발시켰다. 황 감독이 스트라이커 김승대의 뒤에 배치하며 골문에 더 가까운 위치에 세우자 날카로운 패스와 슈팅으로 적극적인 경기를 했다. 이 활약을 통해 UAE 클럽 알아인의 러브콜도 받을 수 있었다.
알아인에서는 포항 시절만큼 공격적으로 경기하지 않았다. 이명주는 “그 나라의 에이스 선수(오마르 압둘라흐만)가 있기 때문에 내가 어시스트를 하기 보다 그 선수를 밑에서 받쳐주면서 연계 플레이를 많이 했다”고 했다. 서울에선 이명주가 더 공격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 황 감독은 “수비적인 것보다는 공수에 걸쳐 뛰는 것이 이명주의 장점이다. 그런 점을 유도하려 한다”고 했다.
이명주는 황 감독이 원하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포항에 있을 때 그런 포지션을 부여 받아서 어시스트를 할 수 있는 연습을 많이 했다. 지금도 감독님이 그런 역할을 원하시기에 잘 준비하겠다.” 포항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하고, 전성시대를 열었던 이명주는 “알아인에서 뛰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포항으로 갈 것도 생각해봤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해보고 싶었다”며 서울행 이유를 밝혔다.
#서울의 중원 장악력이 강화될 것이다
서울행은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지만 이미 전술적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했던 황 감독과 재회라는 점에서 더 끌리는 선택이었다. 서울에는 포항에서 이명주와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도 이미 뛰고 있다. 신진호의 경우 이명주와 마찬가지로 포항에서 뛰다 서아시아 무대에 진출한 뒤 군 문제로 인해 서울로 복귀했다. 신진호는 이날 휴가 기간이라 GS챔피언스파크를 방문해 이명주를 만나 인사하기도 했다.
“포항에 있던 형들이랑 연락하면서 안부도 전하고 서울에 대해 듣기도 했다. 감독님이나 코칭스태프도 알던 분들이다. 전술적으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진호 형과는 군대에 가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는 얘기만 했다. 서울에 대한 말은 없었다. 진호 형이 여기서 짧지만 좋은 모습을 보이고 갔는데, 나 역시 그렇게 하고 싶다.”
이명주는 7월 1일부터 경기에 나설 수 있다. 그 사이 훈련을 통해 서울의 플레이에 녹아들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서울은 이미 하대성 주세종 이석현 등 수준급 미드필더를 보유했다. 이명주의 가세로 미드필드 옵션이 다양해졌다. 황 감독은 “미드필드가 세 자리인데 여러 가지 조합을 생각 중이다.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훈련을 할 것”이라고 했다. 계획대로 자리가 잡히면 서울의 중원 장악력은 높아질 것이다.
#전북에 강한 이명주, 전북 독주 끊을 수 있을까
이명주의 서울 데뷔전은 7월 2일 전북현대와 경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은 지난 2016시즌 리그 최종전에서 전북을 꺾고 K리그클래식 역전 우승일 이뤘다. 이명주는 알아인에서 2016 AFC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서 전북에 패하며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전북과 홈경기를 통해 서울에서 첫 경기를 치르는 것은 꽤 드라마틱하다.
“내가 있던 때랑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전북이 워낙 스쿼드가 좋아지고, 독주하는 경향이 있다. 전북은 경기력이 좋든 나쁘든 항상 이기는 전력이다. 잘 준비해야 한다. 포항 시절에 전북과 경기를 하면 많이 이겼다. 어려운 팀이지만 이길 수 있다,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늘 경기에 임한다.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
실제로 이명주는 포항 소속으로 치른 마지막 전북전(2014년 3월 26일)에 득점을 올리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2013시즌 후반기 경기에서도 이명주가 뛴 전북전 결과는 승리였다. 이명주는 K리그 전북전에서 개인적으로 2연승 중이다.
서울은 지난 4월 전북 원정에서 0-1로 패하며 3연속 무승의 늪에 빠진 바 있다. 전북은 승점 31점으로 서울보다 10점이나 더 많은 승점을 얻은 1위다. 서울은 7월에 홈에서 두 차례나 전북과 경기를 예정하고 있다. 이명주가 전북의 독주를 멈출 서울의 열쇠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사진=FC서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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