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선수와 감독 모두 흔들린다면 누구를 바꿔야 할까?

 

답은 하나 밖에 없다. 선수를 모두 바꿀 수 없으니 감독을 교체하는 수밖에 없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부진한 레알마드리드에 부임했을 때 선수들에게 했던 이야기는 유명하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3일 울리 슈틸리케 감독 유임을 발표했다. 전술적인 문제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오는 6월 카타르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차전을 치르기 전에는 조기소집도 한다고 밝혔다. 계속된 대표팀 문제가 선수나 감독이 아닌 부족한 시간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 위기는 감독과 선수 모두가 만들었다. 지난달 28일 시리아 경기에서 어렵게 이긴 뒤 나온 인터뷰에 주목해야 한다. 감독과 선수 모두 대표팀 문제를 지적했다. 주장 기성용은 “선수가 문제”라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보수적인 대표팀 특성상 팀 문제가 바깥으로 나오기 어렵다. 팀 내 문제가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가장 큰 문제는 보이지 않는 대표팀 내 규율이 망가진 것이다. ‘고정된 베스트11은 없다’, ‘팀을 위해 뛰지 않는 선수는 경기에 나설 수 없다’와 같은 기본적인 부분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시리아와 카타르 그리고 중국이 위협적이었던 이유는 여기 있다. 실력이 좋아진 면도 분명히 있지만, 기본적으로 팀으로 뛰었다.

 

슈틸리케 감독 선임을 문제 삼았던 것은 이런 맥락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거의 7~8명을 고정으로 썼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해도 부상을 조금 안고 있어도 신임했다. 그 결과 대표팀 내 경쟁이 무너졌다. 대표팀에 들어오고 싶어 자신을 단련했던 선수는 실망했다. 대표팀에 선발됐지만 뛸 가능성이 적은 선수들도 낙심하긴 마찬가지다. 팀 내 긴장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긴장감이 사라지면 뛰는 선수들도 늘어지기 마련이다. 본능적으로 ‘나는 원래 주전’이 들면 플레이가 달라진다는 게 전문가들 이야기다. 한 현역 프로팀 감독은 “대표팀은 골을 넣은 후가 경기력이 더 좋지 않다. 그 때부터는 의미 없는 드리블을 하기 시작한다. 뭔가 보여주려는 마음이다. 그렇게 빼앗기면 전술이 망가지고 체력도 떨어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리 에이스라도 자신을 위해 축구 하면 빼야 한다. 그래야 모든 선수들이 정신을 바짝 차린다.”

 

슈틸리케 감독은 팀이 아닌 자신 내세운 선수들을 막지도 못했다. 그런 식으로 뛰어도 다시 대표팀에 뽑았고, 다시 선발로 냈다. 이런 반복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대표팀은 이런 악순환으로 약해진 것이다. 선수 면면을 보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위기가 찾아온 이유다. 선수 하나하나는 강하지만 대표팀은 매우 약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끝내려면 누군가를 바꿔야 했다. 앞서 언급한대로 선수를 바꿀 수 없으니 감독을 교체해 경종을 울려야 했다. ‘대표팀 문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열려있다’, ‘더 이상 너 자신을 위해 뛰지 말아라’는 이야기를 해줬어야 한다. 전술적인 문제는 머리를 모아 해결할 수 있지만, 정신적인 문제는 구성원을 바꿔야 고칠 수 있다.

 

감독 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대표팀 위기가 불거졌을 때 적절한 메시지를 내놔야 회복에 도움이 된다. 아무리 빨리 조기소집해도 앞으로 2달 후다. 시간이 지나면 위기감도 희석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같은 방식으로 대표팀을 선발하고 운영하면 같은 안타까움과 만날 가능성도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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