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한국축구의 레전드 ‘꽁지머리’ 김병지가 현 국가대표팀 상황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을 향해 달리고 있는 대표팀이 최종예선에서 예기치 못한 암초를 연이어 만나며 흔들리는 상황에 대해 “올바른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김병지는 지난 해 현역에서 은퇴한 후 그라운드 안팎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낮에는 전국을 누비며 강연, 코칭, 기부 활동을 비롯한 사회공헌을 통해 팬들과 만나고, 밤에는 축구해설을 하며 다시 한 번 팬들과 만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SC제일은행이 개최한 국제 아마추어 풋살대회 'SC트로피컵 로드 투 안필드(Road to Anfield) 2017' 한국 예선전에서 김병지를 만났다. 성별과 직업, 연령과 계층을 뛰어넘어 축구공 하나로 만난 풋살 동호인들 앞에서 전혀 녹슬지 않은 실력을 선보였다. 시종일관 웃음이 가득했지만 마음 한 켠에는 대표팀에 대한 걱정과 여전한 신뢰가 공존했다.

다음은 김병지와 나눈 인터뷰.

대표팀 선배로서 많은 생각이 들 것 같다.
응원하는 팬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위태로운 위치가 걱정이 된다. 선배의 입장에서는 후배들이 열심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높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는 더욱 멀리 봐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월드컵 본선 진출만이 우리 축구의 최대 과제가 아니다. 본선 진출을 획득한 후에는 좋은 결과를 위해 어떻게 싸울지, 또 그 이후에는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변화를 줄 것인지, 아니라면 대표팀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전문 수석코치의 부재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차)두리와 (설)기현이가 합류를 해서 형님 리더십도 보여주고 있고, 국내파와 해외파의 조율도 잘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둘은 언어도 통하니 감독과의 소통과 메시지 전달에도 확실히 장점이 있다. 그래도 팀의 수석 코치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신임을 할 것이라면, (모든 지원을) 다 해줘야 한다. 

중국과의 원정 경기, 시리아와의 홈 경기에서 안타까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당시 경기에서 선수들 개인의 모습을 보면 모두가 투쟁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성용이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했다.) 아마도 앞서 말한 부분이 아쉬워서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선수들 모두가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99%는 선수이고, 1%가 감독이다. 하지만 1%가 99%를 지배한다”고 했다. 전술, 전략, 선수 구성, 훈련 까지 모든 것을 감독이 계획한다. 경기 전까지는 99%를 감독이 하고 1%는 선수가 이해하고 따라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장에 들어가면 선수들이 100%를 쏟아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준비 과정 이후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훈련한 부분을 쏟아내는 부분이 부족했을 수 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좋았지만, 팀으로서의 조합이 아쉬웠다는 시선도 있는데?
시리아전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2015년 슈틸리케 감독이 처음 와서 동아시아대회, 아시안게임 등을 거쳤을 당시의 분위기나 경기력을 지금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르다. 당시는 처음 시작하는 단계였고, ‘갓틸리케’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보다 지금의 대표팀이 발전했을까? 발전 중일까? 라고 묻는다면 모두 아니라고 할 것이다. 

좋은 음식이 나오려면 재료가 좋아야 하고, 좋은 쉐프와 적절한 보조가 필요하다. 대표팀 감독은 원하는 자원을 뽑고 쓸 수 있다. 결과가 좋을 때 감독은 칭찬을 선수들에게 돌리고, 반대의 경우 본인에게 오는 책임은 피하지 못한다. 더 좋은 재료를 찾아볼 수도 있고, 다른 쉐프를 데려올 수도 있고, 새로운 보조를 붙여줄 수도 있다.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다양한 부분에서 지적이 되고 있다. 선수 선발이나, 태극마크의 무게에 대한 선수들의 인식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내가 대표팀에서 활약할 당시의 기준은, 소속팀과 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을 때가 가장 기본적인 요소였다. 소속 팀에서 최선을 다 하고, 내가 속한 팀을 리그에서 좋은 위치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면 대표팀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가끔 대표팀 선발에 대해 수긍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의문 부호를 던지는 사람도 있다. 언제나 마찬가지다. 결과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모두가 ‘객관성을 잃은 선수 선발’이라고 해도, 조 1위를 달리고, 승승장구를 하면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모두가 감탄을 한다. 하지만 지금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모두가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를 던지는 상황인 것 이다. 

조만간 기술위원회도 열린다. 거취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존중을 하고 믿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결과만 나와서는 안 된다. 감독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많은 책임을 안고 있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 변화를 줄 것이라면, 대표팀을 더욱 잘 이끌 수 있는 확실한 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만약 슈틸리케 감독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면,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대표팀을 이끌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분위기를 만들고, 지원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세분화된 전문 인력이 더 투입되어 대표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대표팀을 믿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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