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김정용 기자= 경질론으로 거취가 위태로웠던 울리 슈틸리케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계속 지휘봉을 잡는다.

3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파주 국가대표축구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된 기술위원회는 가장 중요한 안건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논의했다. 먼저 거취 문제만 논의한 뒤 중간 브리핑을 가진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기술위원들과 감독님의 거취문제만 짧게 격론을 벌이고 여러 의견을 모았다. 일단 슈틸리케 감독을 다시 한 번 신뢰하며, 우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이전에도 여러 최종예선에서 어려운 과정을 겪었지만 월드컵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여왔다는 걸 믿으면서 다시 한 번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위기설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 예선 부진에서 비롯됐다. 2차 예선에서 전경기 무실점 전승으로 완벽한 성적을 낸 듯 보였지만 최종예선에서 7차전까지 부진을 거듭하며 비판이 거세졌다. 전술과 리더십 등 전반적인 문제가 제기됐고, 본선 진출권이 주어지는 조 2위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3, 4위 그룹에게 추격당하는 처지에 몰리자 경질 여론이 거세졌다. 축구협회도 진지하게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고려했다.

이 위원장은 기술위원들의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평가를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면서도 대표팀에 ‘전술이 없다’는 비판은 부당하다고 변호했다. “슈틸리케 부임 후 지금까지 대표팀 감독이 주관하는 전술 미팅에 일부러 같이 앉아 듣고 과정을 살펴봤다. 나름대로 상대팀에 맞는, 또 우리 대표팀 선수들을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전술이 잘 준비돼왔다고 생각한다. 그게 경기장에 나타나고 안 나타나고는 경기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다. 몇 경기 결과가 아쉬운 건 우리와 상대하는 모든 팀들이 2주, 3주 이상 준비하고 우리는 이틀이나 3일 훈련하고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 때문이었다.”

예선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훈련 시간 부족 문제가 슈틸리케호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제시된 것이다. 현재 한국이 겪는 부진은 여건상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 감독의 책임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최종예선 이전에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는 점도 슈틸리케 감독을 유임시킨 근거였다. 이 위원장은 “최근 경기만 가지고 평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시안컵, 2차예선, 최종예선 등 해 온 행보를 평가할 때 다시 신뢰를 주면 좋겠다는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준우승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가 한 경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가 뒤늦게 말을 정정하며 힘을 싣는 등, 감독을 신뢰한다는 제스처에 신경 썼다. “각 경기 결과에 따라 어떤 일도 펼쳐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매 경기가 월드컵에 중요하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지금으로선 감독을 신뢰하고 가겠다는 것이다”라고 의미를 분명히 했다.

다만 본선행에 실패할 경우에는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암시했다. “세 경기 결과에 따라 그 다음은, 지금 말씀드릴 상황은 아니지만 또 변화가 있을 수도 있고, 러시아 월드컵 마지막 경기까지 갈 수도 있다. 지금은 단언할 수 없다.”

이 위원장은 기술위가 슈틸리케 감독 및 대표팀을 지원하기 위해 “비상사태”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치 보강 등 구체적인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 일단 6월 13일 열리는 카타르 원정 경기를 앞두고 좀 더 긴 합숙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프로축구연맹과 조율을 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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