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2017년 한국 대표팀의 첫 A매치('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는 중국 원정 패배라는 실망감으로 시작됐다. 시리아와 홈경기에서 승리했지만 우려를 씻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게 다 안 좋았던 것은 아니다. 

주장 기성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경기력 문제를 지적 받았으나, 카타르에서 날아온 공격형 미드필더 남태희(26, 레퀴야)와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27, 알가라파)은 내용상으로나 기록상으로 모두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영은 고명진을 우측면 미드필더로 내세운 변칙 전략이 실패한 이후 한국이 후반전에 중원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동인이었다. 후반 9분 교체로 들어가 기성용의 파트너로 배치된 한국영은 수비 커버는 물론 중앙 지역의 안정적인 공 관리와 패스 연결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축구 통계 분석 업체 팀트웰브가 대한축구협회 제공 중인 자체 경기 분석틀 빌드업6 존14프로를 살피면 한국영은 시리아전에서 92.6%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한국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 경기에서 한국의 평균 패스 성공률은 78%에 불과했다. 낯선 자리에 기용되어 경기 중 여러 번 자리를 바꾸며 불편한 상황을 겪은 고명진은 70.4%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며 흔들렸다.

한국영은 출전 시간이 길지 않았으나 공격적 패스도 두 차례 기록하며 분투했다. 이날 한국의 패스 히트맵을 살펴보면 수비 지역와 측면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상대 위험 지역에서는 패스 연결과 시도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영이 들어온 이후 기성용이 중앙 전방 지역으로 더 활발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한국영-기성용 조합은 그동안 실험한 여러 조합 중 안정성 면에서 가장 좋았다. 한국영은 선발 경쟁력을 입증했다.

공격 과정에서는 기대했던 손흥민 마저 침묵한 가운데 중국전과 시리아전 모두 남태희가 2선에서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남태희는 중국전에 공격 지역 패스를 가장 많이(34회) 시도했다. 5번의 크로스 패스를 시도했고, 성공률도 40%로 가장 높았다. 두 차례 시도한 슈팅은 모두 골문을 외면했으나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시리아전에도 남태희는 14번의 공격 빌드업에 관여해 2차례나 슈팅으로 연결된 플레이를 했다. 기성용, 손흥민(3회)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패스도 54회로 69회 시도한 기성용 다음으로 많이 시도했고, 성공률(87%)은 한국영(92.6%), 기성용(89.9%) 다음으로 높았다. 두 차례 시도한 공격적인 패스는 100% 적중했다. 공격 지역에서도 기성용 다음으로 많은 25차례 패스를 시도해 80%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결정적으로 남태희는 시리아전에 가장 많은 슈팅(4회)을 시도한 한국 선수였다. 이 중 두 차례 슈팅이 유효 슈팅으로 연결됐으나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 경기에서 한국의 측면 공격은 레프트백 김진수가 자리한 왼쪽에 치우쳤다. 고명진이 우측면 미드필더로 기용되고, 최철순이 라이트백으로 나서 이날 경기서 나온 7번의 크로스가 모두 왼쪽에서만 기록됐다. 중국전에 우측면 영역까지 커버했던 남태희가 중앙 전방 지역에 배치되며 우측면 공격이 실종됐다. 

남태희는 2선 중앙에서 공을 잡으면 빠르고 간결하게 마무리 작업을 이어가며 주어진 역할을 다했다. 한국의 공격은 팀 차원에서 무력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역할상으로 남태희는 두 경기 모두 기대치에 근접한 경기를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팀트웰브 빌드업6 존14프로 데이터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