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정용 기자= 남자들의 무리는 친할수록 짓궂어진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랑 고백을 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남자는 징그럽다며 도망가면서도 웃게 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청년들의 모습이 그랬고, 조유민을 향한 음해와 모함이 그랬다.

18일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조유민을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아시안게임 동료들에게 조유민에게 궁금한 것을 하나씩 말해달라고 했다. 선수들은 질문을 한다기보다 조유민을 당황시킬 만한 음모론을 집요하게 제기했다. 조유민은 저 인간들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막상 ‘공격권’이 주어지자 동료들의 치부를 거침없이 폭로했다. 더러운 선수와 못생긴 선수를 마구 지목하는 조유민은 어느 때보다 신나 있었다. 예능은 예능일 뿐인 인터뷰를 공개한다. 선수 조유민의 더 진지한 이야기는 ‘다큐편’을 통해 공개된다.

 

-아시안게임 멤버들의 순위를 매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의 답이 조유민이면 솔직히 ‘저요’라고 하셔도 돼요. 누가 제일 잘생겼다고 생각하시나요?

저 아닙니다. (손)흥민이 형이 있잖아요. 왜요? 흥민이 형 잘 생겼어요. 제가 1등이라는 생각은 정말 안 했어요. 제가 눈썹이 짙고 인상이 좀 이럴 뿐.

 

-흠, 이건 솔직하게 말할 것 같네요. 제일 못생긴 사람은 누군가요?

우리 빛진야, 김진야요. 제가 매일 못생겼다고 놀렸어요. 그런데 축구를 잘 하잖아요. 그럼 된 거 아닌가요? 진야가 더 어렸을 때 청소년 대표에 뽑힌 사진이 있거든요. 그건 정말이지 도와주고 싶게 생겼어요. 그런데 진야가 금메달 포상금을 기부한다고 했잖아요. 축구 잘 하지, 마음씨도 좋지. 진야 사랑합니다.

 

-성격이 제일 매력적인 선수는 누군가요?

(황)의조 형도 좋고, (김)민재도 좋아요. 의조 형은 와일드카드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친구 같은 느낌이었어요. 저희를 되게 편하게 해 주는 부분이 되게 좋았어요. 거리감을 아예 안 두셨거든요. 그리고 민재는 까불까불 하는 것 같아도 축구에 대한 생각이나 대회를 준비하는 마음, 친구 생각하는 마음이 좋아요.

 

-제일 더러운 선수는?

다들 몸에 뭘 뿌려서 냄새는 안 나요. 남자들도 관리하는 추세니까. 청소 안 하는 사람이라면 (황)현수 형이 좀 그런 편이예요. (정)태욱이가 현수 형과 방 쓰면서 좀 힘들어 했죠. 그렇게 안 생겼죠? 원래 생긴 것과 달라요. 진야 같은 애들이 오히려 깔끔하다니까요.

 

-반대로 깔끔을 떠는 선수는 누군가요?

방을 따로 쓰니까 제가 잘 아는 1996년생 중에서 생각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는 (황)인범이가 그랬죠. 최종 명단에는 못 들었지만 함께 노력했던 1996년생 중 황기욱이 장난 아니죠. 기욱이가 옷을 무조건 다 각을 잡아요.

 

-잠버릇이 안 좋은 선수는요?

(김)건웅이. 코를 골아요. 처음에 건웅이와 룸메이트였던 선수가 ‘코 고는 소리 때문에 방 못 쓰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아시안게임 본선에서는 제가 룸메이트를 해 본 결과 괜찮았어요. 조용히 자던데요. 지난 번 룸메가 하도 이야기해서 신경을 많이 썼나 봐요.

 

-제일 초심을 잃은 선수는요?

없어요. 없거든요. 이거 장윤호, 김민재에게 물어보면 100% 저라고 할 텐데 모함입니다. 모함.

 

-어떻게 알았죠? 실제로 두 선수가 그런 말을 했….

아아 생각났다, (김)문환이 형이 자신의 귀여운 이미지를 즐기던데요. 축구도 잘 하고 귀여운 건 맞아요. 귀엽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니까 인정해주기 싫은거죠.

 

-망치 춤, 혹은 ‘인싸춤’이라고들 하는 그 유행하는 춤을 제일 잘 추는 선수로 지목되곤 하는데요.

제가 춤을 좋아해요. 저희끼리 노래 크게 틀어놓고 춤추고 즐기는 걸요. 그런데 제가 ‘핵인싸’라서 느낌을 잘 살리는 거죠. 그 전에 유행한 인싸춤(두 팔을 동시에 좌우로 흔드는 ‘플로스’ 댄스)도 저는 하죠. 저는 몇 번 해 보면 되더라고요.

 

-이번엔 선수들이 보내준 질문 코너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김민재 선수의 질문입니다. “인기를 실감하는지? 스스로 많이 실감하는 것 같고 초심을 많이 잃은 것 같은데?”

X소리하지 말라고 좀... 민재, 윤호는 원래 유명했는데 저는 갑자기 유명해진 편이니까 그걸 꼬투리 잡아서 저를 ‘먹이는’ 거죠. 윤호는 전라도 사람 말투로 “조유민 싸악~ 연예인 병 걸려가지고 싸악~” 이러고요. 카톡에 답을 빨리 안 하면 “조유민 스타 됐다고 친구 카톡도 안 본다”고 수군거리고. 인스타에 댓글 안 달면 “조유민 스타라서 댓글 안 단다”고 하고. 댓글 달면 내용 꼬투리잡아서 “조유민 스타라서 이런 식으로 단다”라고 하고. 아오.

인범이 생각이 나네요. 대회 끝나고 제가 인스타그램에 팬들께 감사한다는 말을 올렸죠. 인범이가 댓글로 ‘아까는 팬들의 다이렉트 메시지에 답장하기 힘들다며’라는 식으로 달았는데요, 바로 그런 게 절 먹이는 거예요.

 

-김진야 선수의 질문입니다. “유민이 형이 자기 자신을 너무 좋아해요. 너무 잘생긴 것 아니냐고 자신에게 말하고요. 자기애가 많은 형입니다. 그리고 유민이 형 사랑한다고 해 주세요.”

사랑한다고 끝나지만 저를 모함하는 질문. 바로 이런 걸 먹인다고 합니다. 머리를 짧게 자른 뒤 넘겨야만 했기 때문에 (이)진현이 왁스를 빌려 썼어요. 그때 옆에 있던 진야가 계속 ‘와, 잘생겼다는 거에요? 거울 좀 그만 봐요’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하더니만 그걸 질문까지.

-이진현 선수의 질문입니다. “후배를 사랑하고 아껴 줘야지 왜 항상 후배를 괴롭히고 못살게 굽니까?”

진현이랑은 대학교 때부터 선발 많이 가고 해서 친한데, 진현이 얘가 유럽에 나갔다 왔잖아요. 자꾸 외국인인 척을 해요. 바지도 외국인처럼 내려 입고. 잘 하는 것도 아니면서 짧은 외국어를 애들에게 가르쳐줘요. 그런 외국인 코스프레를 보니까 놀리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제가 놀렸을 때 많이 삐쳤어요. 제게 말도 걸지 말라고 했었죠.

 

-김문환 선수의 질문입니다. “유민이가 저에게 계속 집착하는데 대체 왜 그러는지 묻고 싶어요.”

사랑해서요. 집착 하는 거 맞아요. 이번 주에도 만나자고 할 거예요. 만나고 싶은데 스케줄이 자꾸 어긋나더라고요. 제가 토요일 경기면 문환이 형은 일요일 경기고 이런 식으로. 근데 보고 싶어요. 문환이 형의 팀은 부산이지만 집이 수원이에요. 외박 때 시간만 맞으면 볼 수 있는데.

 

-송범근 선수의 질문입니다. “유민이 형, 왜 맨날 여자 인스타 좋아요 누르고 다녀요?”

이건 완벽하게 짓궂은 질문일 뿐입니다. 둘러보기 기능으로 찾아서 누르는 게 아니라 지인들 계정에 좋아요를 다 누르는 습관이 있을 뿐입니다.

 

-풋볼리스트 계정에도 좋아요를 꼬박꼬박, 아주 자주 누르시긴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팬 질문 코너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 시작 시점부터 약 40분 동안 풋볼리스트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팬들의 질문을 받았어요. 가장 먼저 팬 송범근 님의 질문이네요. 질문이라기보다는 “화났냐? 인상 펴자”라는 반말인데요.

야외에서 인터뷰하느라 눈을 제대로 못 뜨고 있는 건데요, 범근아 네 질문 꼬라지 보니까 인상이 써 진다.

 

-장윤호 님의 질문입니다. “연예인이 된 기분이 어떠신가요?”

님이 유명해졌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음, 점점 싸움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요. 이제 진짜 팬 질문입니다. 눈은 괜찮으신가요? (m_drivve)

아시안게임에서 복귀하고 가진 서울이랜드FC 전에서 당한 부상인데요. 지금은 80% 정도 회복됐어요. 염증이 남아서 조금 부었지만 며칠만 있으면 멍이 완전히 빠질 것 같아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젊어서 회복이 빠릅니다.

 

-황정민 배우와 말투 등이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unyu_0308) 이 질문은 얼굴보다 말투나 행동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아시안게임 전, 대학교 때부터 황정민 배우님 닮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특히 머리를 올리면요. 멋있는 분이시잖아요. 제가 듣기엔 괜찮은 말이죠.

 

-인스타 라이브를 해 달라는, 질문이라기보다는 요청도 있네요. (jjanggu_mom_jihye)

기회가 되면 96 라인 몇 명 데리고 하겠습니다!

 

-눈썹은 자연산인가요? (gnusnimik)

자연산이에요. 제 눈썹 장난 아닙니다.

 

-경기나 훈련 때 듣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는? (from_winter_chu)

‘FEFE’라는 식스나인(6ix9ine)의 노래를 되게 좋아해요. 힙합처럼 비트가 신나는 걸 많이 듣거든요. 아시안게임 때 매 경기 전 호텔 방에서 계속 들었고, 지금도 운동할 때 항상 들어요. 범근이는 빌보드 차트를 찾아서 좋은 노래를 찾아보는 애죠. 그래서 라커룸에서 범근이가 노래 틀면 운동 끝나고 나서 ‘플레이리스트 보내라’라고 합니다. 신나는 음악은 저희 또래 다들 좋아하는 것 같아요. 민재도, (황)희찬이도, 물론 (이)승우는 워낙 좋아하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입니다. 찍먹인가요 부먹인가요? (real_akdk)

찍먹이죠. 여러분. 탕수육은 찍먹으로 먹어야 튀김이 바삭바삭 살아있어요. 원하는 만큼 소스를 찍어서 드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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