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2018/2019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세리에A ‘약체’ SPAL이 초반 네 경기에서 3승을 거두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순위는 무려 2위다. 

아직 4라운드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세리에A 전승을 거둔 유벤투스에 이어 SPAL이 3승 1패로 2위에 올라 있다. 특히 4라운드 승리는 상징적이었다. 강호 아탈란타를 2-0으로 꺾었다. SPAL 입장에서는 왼박한 승리였다.

주인공은 아탈란타에서 넘어 온 안드레아 페타냐였다. 페타냐는 지난 시즌까지 아탈란타 소속이었다. 그러나 아탈란타는 전력 강화를 위해 페타냐를 SPAL로 넘기고, 비슷한 플레이스타일의 소유자 두반 사파타를 영입했다. 맞대결에서 페타냐는 두 골이나 넣은 반면 사파타는 침묵을 지켰다. 페타냐는 SPAL의 홈 팬들 앞에서 마음껏 골 세리머니를 하며 굳이 아탈란타에 대한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

SPAL 전술의 승리이기도 하다. SPAL은 ‘하부리그 명장’이었던 레오나르도 셈플리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고속 성장한 팀이다. 두 차례 승격을 통해 3부에서 1부까지 올라왔고, 지난 2017/2018시즌에는 잔류에도 성공했다.

셈플리치 감독의 축구가 특별한 건 이탈리아 강등권 구단답지 않게 공격 축구를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비를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라, 많이 뛰는 선수를 대거 기용해 전방 압박으로 상대 혼을 빼 놓는 용감하고 투쟁적인 축구를 선호한다. 전방 압박에 용이한 3-5-2 포메이션으로 지난 시즌부터 많은 재미를 봤다.

SPAL의 공격 축구는 국가대표 배출이라는 경사로 이어졌다. 공격적인 3-5-2 전술의 가장 큰 수혜자는 보통 윙백이다. SPAL의 주전 오른쪽 윙백은 2013년 4부 리그 시절 영입됐던 마누엘 라차리다. 원래 미드필더였던 라차리는 오버래핑을 적극 장려하는 팀 전술 속에서 윙백을 맡아 지난 시즌 맹활약했고, 지난 11일 열린 포르투갈과의 A매치에서 이탈리아 대표로 데뷔하기까지 했다. SPAL은 여기 그치지 않고 지난 시즌 이승우의 동료로 활약했던 에너지 넘치는 왼쪽 윙백 모하메드 파레스까지 영입해 좌우 공격을 완성했다.

강호 아탈란타를 상대로 SPAL은 ‘SPAL식 게겐 프레싱’을 잘 보여줬다. 공을 잃어버린 횟수 부문에서 SPAL은 단 16회였던 반면, 아탈란타를 두 배 넘는 35회나 기록하게 만들었다. 가로채기도 더 많았고(13회 대 9회) 공중볼 경합에서도 SPAL이 우세(17회 대 16회)했다. 원래 파울이 많다는 것이 SPAL의 고질적인 문제였지만 이날은 파울과 경고 모두 아탈란타보다 적게 받으며 심리전에서도 이기는 모습을 보였다.

페타냐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축구는 이상한 종목이다. 우리 모두 훌륭한 경기를 했다. 경기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열정이 넘쳤다. 지금처럼 좋은 모습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며 “모두가 SPAL이 작은 팀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우리는 큰 팀이다”라며 'SPAL은 빅 클럽‘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페타냐는 “감독이 축구에 대해 가진 생각이 마음에 든다”며 “감독을 잘 따르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감독과 단장이 나의 영입을 강력하게 원했다고 들었다. 감사드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득점한 페타냐와 지난 시즌 11골을 넣으며 팀 공격을 이끈 미르코 안테누치의 조합은 앞으로 SPAL을 더 높은 곳으로 올려놓을 잠재력이 있다. 페타냐는 큰 체격을 활용해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전방 압박, 몸싸움 등 궂은일을 열심히 한다. 딱 SPAL의 팀 컬러에 맞는 선수다. 아직 시즌 초반에 불과하므로 SPAL이 계속 고공행진할 거라 예상하긴 이르지만, 지난 시즌 거둔 8승 중 절반에 가까운 숫자를 겨우 4경기 만에 따냈다는 점은 사실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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