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정용 기자= 아시안게임이 낳은 스타 조유민은 ‘유명해지고 싶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조유민은 먼저 스타가 된 김민재가 부러웠고, 어느 정도 유명해진 지금도 더 높은 단계에 대한 꿈을 꾼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가지고 돌아와 수원FC에서 활약 중인 조유민을 지난 18일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만났다. 조유민이 어떤 축구선수인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질문들을 ‘다큐편’으로 묶었다. 더 가벼운 이야기는 ‘예능편’을 통해 공개된다.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보름 넘는 시간이 지났어요. 이 대회로 선수 조유민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뭔가요?

제일 큰 변화는 가기 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주시고, 경기 보러 와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는 것. SNS에서 많이 느끼고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대회 전에 2,500명 정도 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41,000명이 넘어요. 일상적으로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얼마 전 수원에서 열린 A매치 보러 갔는데 축구팬들께서는 절 많이 알아보시고 사진 찍자고 하시더라고요.

 

-갑자기 유명인이 되는 기분은 어떤 건가요?

신기하죠. 너무 신기해요.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내고 함께 운동했던 (김)민재 같은 친구가 먼저 많은 관심을 받고 주목을 받았던 작년에, 저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부러움도 있었고요. 지금은 저도 어느 정도는 주목을 받고 있잖아요. 감사한 일이죠.

 

-먼저 프로 선수가 된 김민재 선수를 보며 자극을 받았군요. ‘널 따라잡고 싶다’는 말을 직접 하신 적도 있어요?

대학 선발 때 민재를 처음 봤어요. 2학년 때니까 2년 전이죠. 그 뒤로 연락하고 지냈어요. 남자들끼리 연락을 자주 하진 않지만, 민재가 프로 데뷔골을 넣거나 좋은 일이 있으면 한 번씩 연락을 해서 서로 위치에서 응원해 줬어요. 서로 조언도 해 줬고요. 대놓고 ‘널 따라잡겠어’라고 말한 적은 없지만 장난 식으로 비슷한 말은 한 적 있어요. 아시안게임 준비 기간이었는데, 민재는 확실히 선발될 선수였고 저는 아니었잖아요. 민재에게 ‘내가 죽어라 노력할 거다. 같이 아시안게임 가자’라고 했죠. 민재도 죽어라 한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준비를 시작해서 함께 금메달까지 가져오게 됐죠.

 

-대회 도중 선발에서 밀리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4강과 결승에서는 주전이었죠. 베트남과의 4강전에서 선발 자리를 되찾았을 때는 어땠어요?

시합 당일에 알았어요. 당일에 라커룸으로 들어가야 알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경기에서 뛰든 안 뛰든 다 내가 뛴다는 느낌으로 준비했어요. 그런 생각들이 모여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수비수니까 아시안게임에서 아찔한 순간이 기억날 것 같아요.

경기를 고른다면 8강 우즈벡전. 저는 안 뛰었는데도 경기 끝나고 다리가 풀렸어요. 뛴 선수들만큼이나 간절했고, 파이팅 넣어주고 같이 뛰었거든요. 그때가 가장 큰 위기인 만큼 아찔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순간은 결승전에 있었죠. 2-0으로 이기고 있을 때 제가 코너킥 수비에서 포인트를 섰어요. 그 상황에서 공에 집중했어야 하는데, 주변 애들에게 집중하자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가 공 쪽을 봤는데 이미 차 버린 거예요. 제 반응이 느려서, 제가 경합에서 져서 골을 먹었거든요. 그때가 제일 아찔했던 것 같아요. 바로 뒤 상황에서 제 뒷 공간으로 패스가 들어오기도 했죠.

결승전 끝나고 울었거든요. 좋아서 운 것도 있는데. 안도감에 긴장이 풀려서 눈물이 난 것 같아요. 골 먹었을 때도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을 뻔 했거든요. 끝날 때까지는 잘 버텼는데 종료 휘슬이 울리니까 마음이 갑자기 놓이더라고요.

 

-축구 선수인데 다리가 너무 잘 풀리는 것 아닌가요?

저는 원래 쥐도 안 나요. 그런데 아시안게임 하면서 쥐가 올라오기도 했어요. 버거운 일정과 심리적 부담이 겹쳐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한국으로 돌아와서 받은 축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뭐였어요? 짓궂은 사람도 있었을 텐데.

장난으로 질투했던 사람은 있죠. 저희 팀의 어린 선수들을 ‘영 보이’라고 하거든요. 영 보이 중에서도 최원철 형이나 그런 형들은 자카르타로 떠나기 직전 ‘야, 결승은 오르되 꼭 은메달 따고 와라’라고 놀렸어요. 금메달 따고 돌아온 지금은 제가 역습을 하는 중이죠. 물론 선은 넘지 않으면서요!

 

-김민재, 김문환처럼 원래 친했던 선수도 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친해진 사람들도 있을 텐데요.

와일드카드 형들이죠. 세 분 다 친분이 아예 없었는데 아시안게임 통해서 많이 배웠어요.

(조)현우 형은 저와 가까이 붙어 있는 포지션이다 보니까 뒤에서 말을 정말 많이 해 줬어요. 듬직하게 ‘뚫려도 된다. 일단 최선을 다해. 뚫리면 내가 다 막아줄게’ 했죠.

(황)의조 형에게는 경기가 있는 날마다 커피 루틴이 있었어요. 저, 의조 형, (김)건웅이, (이)승우가 함께 카페라테를 마셨죠. 그걸 마시면 의조 형이 무조건 골 넣었거든요. 그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손)흥민이 형은 워낙 잘 챙겨주세요. 카페 갈 때 데려가고, 밥 먹을 때 데려가 주셔서 축구뿐 아니라 생활,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했죠. 저는 A대표팀을 꿈꾸기 때문에 거기 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대회 이후 유럽파들과 연락하느라 바쁘겠네요. 가장 최근 연락을 주고 받은 선수와는 어떤 이야기를 했어요?

흥민이 형이 리버풀과 경기했잖아요. 그때 누가 봐도 페널티킥인데 주심이 안 불었죠. 제가 ‘형, 판정 잘못 된 것 같은데요’라고 했는데 흥민이 형이 ‘나도 짜증난다’고 하셨던 것.

 

-수원FC로 돌아와서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로 뛰고 있지만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는 공격수로 많이 뛰었어요. 그 중 가장 재미있는 포지션이 있나요?

포워드가 제일 좋아요. 어쨌든 축구는 골이 들어가야 결정이 나는 경기니까요. 골을 넣을 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아무리 학생 때여도 골을 넣고 세리머니 하고, 두세 골씩 넣어 팀이 이겼을 때가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재미’를 보면 그렇다는 거고요. 수비수인 지금도 무실점으로 경기가 끝나거나 내가 잘 막아서 이기면 기분이 좋죠. 더 보람이 있어요. 포지션별로 다른 감정이 드는 것 같아요.

 

-조유민의 장점은 뭔가요?

기술적인 거요? 키(182cm)에 비해 공중볼이 좋다는 거요. 키가 큰 편은 아닌데 낙하지점 찾고 헤딩 경합 하는 건 자신 있어요. 중학교 때부터 되게 많은 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상대가 커도 이 사람에게 헤딩을 질 것 같다는 생각은 안 해요. 물론 엄청 큰 사람에게는 몇 번 질 수 있지만 진다고 생각하면서 들어간 적은 없죠.

-더 덩치 큰 선수, 예를 들어 김민재 선수와 헤딩 경합을 해도 이긴다 이거죠?

안 밀린다, 음, 안 밀릴 수 있다, 정도로 할게요. 걔는 좀 괴물이긴 해요. ‘리스펙’ 하죠. 안 밀릴 수 있다는 건 저만의 요령이 있기 때문이에요. 낙하지점을 남보다 빨리 찾는 건 자신이 있고요. 그리고 민재는 힘이 좋으니까 상대 공격수와 붙으면서 뜨지만, 저는 한 발 빠져 있다가 러닝 점프로 헤딩을 하는 편이예요. 줄에 매달려 있는 공으로 헤딩 훈련을 많이 하던 시절부터 노하우가 생겼고, 제 노하우가 실전에서 통한다는 걸 알게 된 뒤로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장점은 ‘잘 받아들이는 거’예요. 어떤 지시든, 어떤 요구사항이든, 감독님과 코치님들의 말을 잘 받아들이고 스타일을 잘 바꿔요. 그래서 여러 포지션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능력으로 말하자면 전술 이해 능력, 전술 습득력이 좋다는 건가요?

그건 자신 있어요.

 

-멀티 플레이어는 롤 모델도 멀티 플레이어인가요?

포지션 따라 자주 바뀌어요. 외국에서는 세르히오 라모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상적인 인터뷰가 있었어요. 라모스가 주장 완장을 찬 경기에서 케일러 나바스 골키퍼가 실수해서 레알마드리드가 실점했어요. 결국 라모스의 결승골로 이겼는데,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의 승리는 내 골이 아니라 나바스의 선방 덕분이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게 멋있었어요. 포워드 볼 때는 치차리토를 좋아했어요.

 

-라모스와 치차리토 사이에는 괴리가 너무 큰데요?

골을 너무 잘 넣더라고요. 포워드 볼 때 제가 샤프하게 볼을 잘 차는 스타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데 골 넣는 것만큼은 자신있었거든요. 그래서 치차리토 플레이 보면서 골 넣을 때 움직임이라든가 그런 걸 좋아하게 됐죠.

 

-프로에 온 뒤 19경기 동안 골, 어시스트, 라운드 베스트 선정 등 개인적인 기록은 남긴 적이 없어요. 하지만 원래 공격수였으니 세리머니는 늘 준비돼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정해진 게 있죠. 이기는 골을 넣었을 때는 점프해서 어퍼컷을 해 왔어요. 반면 경기 상황이 극적이진 않지만 멋있는 골을 넣었을 때는 세리머니도 여유 있게 해요. 이런 식(팔의 먼지를 턴다든가)으로 느리게요.

 

-음, 요즘 말로 스웩질이군요?

그거에요! 스웩질 세리머니입니다.

 

-수원FC는 6위이고,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와 승점 4점차인 상황입니다. 이번 시즌 목표는 뭔가요?

팀에 정말 큰 보탬이 돼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승격하는 게 목표죠. 그게 가장 큰 목표고. 그 과정을 통해 저의 모습을 보여주고 경쟁력을 보여줘서 이제 U-23이 아닌 A대표로 갈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죠.

 

-대표팀 이야기가 나왔네요.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U-23 대표에서 A대표로 올라간 김문환, 황인범 선수는 모두 K리그2 소속이라는 점에서도 조유민 선수와 비슷해요. 동료들을 보며 A대표의 꿈이 점점 더 구체화됐을 것 같아요.

아시안게임 통해 한 단계 위의 모습을 보고 내려온 것 같아요. A대표 선수들과 함께 생활ㅇ하고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더 높은 단계를 간접경험 했다고 느껴요. 그 덕분에 나도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가 많이 생겼어요. 어떻게 하면 A대표에 갈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피부로 느꼈으니 실천하고 노력하는 건 제 몫인 것 같아요.

인범이는 ‘96 라인’이어서 말할 것도 없이 친해요. 대표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문환이 형은 중앙대학교 때 저와 투톱이었거든요. 그때부터 엄청 친했어요. 아시안게임 준비하던 기간에도 ‘함께 최종 명단에 들면 소원이 없겠다’는 이야기를 나눴죠. 문환이 형이 A대표에 뽑혔을 때도 함께 가고 싶다는 말을 해 줬어요.

 

-아, 중앙대 시절에는 김문환과 조유민의 투톱이었군요? 그땐 누가 더 잘 했어요?

2년간 호흡을 맞췄는데 첫 해는 제가, 두 번째 해는 문환이 형이 골을 많이 넣었죠. 좋은 경기를 한 문환이 형이 먼저 프로에 갔고요.

대학 때부터 문환이 형이 먼저 한 단계 올라가고 제가 따라가는 식이예요. 프로 진출이 그랬죠. 열심히 노력해서 A대표 승선도 문환이 형을 따라가야죠.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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