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인테르밀란은 7년 만에 돌아온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첫 경기에서 승리했다. 승리의 주역은 두 팀 통틀어 가장 공을 적게 만진 선수, 마우로 이카르디였다.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쥐세페 메아차에서 2018/2019 UCL B조 1차전을 가진 인테르가 토트넘홋스퍼에 2-1 승리를 거뒀다. 답답한 경기였다. 두 팀 모두 최근 부진에 빠진 상태였다. 인테르는 세리에A 초반 4경기에서 1승 1무 2패에 그쳤다. 토트넘은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에서 최근 2연패를 당하고 밀라노로 날아왔다. 부진한 경기력의 두 팀이 맞붙자 서로 공격을 풀지 못했다.

사실상 소강 상태로 경기 전체가 흘러가던 중, 토트넘이 먼저 행운의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8분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집요한 볼 키핑에 이어 혼전이 벌어졌고, 자신의 슛을 사미르 한다노비치 골키퍼가 쳐내자 우여곡절 끝에 에릭센이 다시 밀어 넣었다. 마지막 슛은 인테르 수비수 주앙 미란다의 다리에 맞고 휘어 들어갔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골을 넣기 힘든 경기력이었지만 토트넘엔 운이 따랐다.

토트넘이 수비적인 교체를 통해 한 골 차 승리를 굳히려던 후반 40분, 이 경기의 명장면이자 승부를 뒤집어 놓은 장면이 나왔다. 콰드워 아사모아의 크로스를 마우로 이카르디가 멋진 중거리 발리 슛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이카르디는 몸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완벽하게 발등으로 슛을 날렸고, 공은 낮고 빠르게 토트넘 골문 구석을 갈랐다.

득점 직전, 이카르디는 속공에 가담하려다 토트넘 미드필더 에릭 다이어와 충돌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카르디가 허리가 아파 잠시 손을 짚고 서 있는 사이 케이타 발데가 대신 최전방에서 쇄도했다. 그러나 아사모아의 크로스는 토트넘 수비수들과 케이타를 모두 지나쳐 이카르디 앞으로 향했고, 이카르디는 이 경기에서 자신에게 유일하게 찾아온 완벽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창의적인 선수가 부족하고 공격 전술도 경직돼 있던 인테르에서 이카르디의 결정력은 하마터면 발휘할 기회도 없을 뻔했다. 이카르디는 이 경기 점유율이 겨우 1%에 불과했다. 풀타임을 소화한 두 팀 선수 중 가장 낮았다. 선발로 뛴 선수가 잡을 수 있는 평균 점유율이 약 4.5%인 점을 감안하면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카르디가 동료에게 건넨 패스는 이날 양 팀에서 나온 787회의 패스 중 겨우 6개에 불과했다. 풀타임을 뛰고 패스가 10개 미만인 선수 역시 이카르디뿐이었다. 경기 내내 이카르디가 날린 슛은 단 2개였다.

그러나 이카르디는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결정력으로 결국 승부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동점골 이후로 경기 흐름이 매우 활발하게 변했다. 인테르는 추가골을 위해 라자 나잉골란 대신 보르하 발레로를 투입했고, 토트넘은 무승부라도 지키기 위해 해리 케인을 빼고 대니 로즈를 넣었다.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스테판 더프라이의 헤딩 패스를 마티아스 베시노가 특기인 헤딩골로 완성하며 인테르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내내 공격이 안 풀려 고생하던 팀이 막판 10분 동안 만들어낸 드라마였다.

인테르는 7년의 부진을 끝내고 UCL에 복귀했다. 이카르디는 2011년 유럽에 진출했고 2013년부터 인테르에서 뛰었다. 이번 경기가 이카르디 생애 첫 UCL이었다. 세리에A 명문 팀에서 뛰며 두 번이나 득점왕에 올랐고, 어느덧 25세나 됐지만 UCL 데뷔가 너무 늦었다. 이카르디는 첫 경기부터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인 탁월한 슈팅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주장이기도 한 이카르디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린 강팀이고 그 누구와도 겨룰 수 있다. 이 경기를 3개월이나 기다려 왔다. 오늘 승리가 리그에서도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수비수 밀란 슈크리니아르 역시 “인테르가 제 궤도에 올랐다”고 말하는 등 토트넘전 승리를 통해 팀에 활력이 돌아올 거라는 기대가 크다.

이 경기는 두 팀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B조는 바르셀로나가 ‘1강’인 가운데 최근 경기력이 부진한 인테르, 토트넘이 조 2위를 다툴 가능성이 높다. PSV 역시 경쟁력 있는 팀이지만 19일 열린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에 0-4로 대패했다. 맞대결에서 인테르가 먼저 승리하면서 조 2위를 통한 16강 진출이 유리해졌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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