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2년 전 세계 최고 유망주였으나 그 뒤로 ‘망했다’는 평가만 받았던 헤나투 산체스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데뷔골을 터뜨렸다. 1군 선수 전원을 활용해야 하는 바이에른뮌헨의 사정을 감안하면 더 반가운 부활 조짐이다.

20일(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 위치한 에스타디우 다 루즈에서 열린 2018/2019 UCL E조 1차전에서 바이에른이 벤피카를 2-으로 꺾었다. 전반 10분 다비드 알라바의 어시스트를 받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9분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어시스트로 산체스가 추가골을 터뜨렸다. 비교적 수월한 조 편성을 받은 바이에른은 그나마 껄끄러운 경기였던 벤피카 원정에서 승리하며 남은 조별리그 5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갈 발판을 마련했다.

산체스는 바이에른 이적 이후 ‘유망주의 잘못된 이적 사례’로 지목되는 등 심각한 부진을 겪었던 선수다. ‘유로 2016’에서 공격적인 모습으로 포르투갈 대표팀 중원의 한 축을 담당했던 산체스는 대회 이후 벤피카를 떠나 바이에른으로 이적했다. 당시에는 ‘발롱도르를 수상할 경우 이적료 추가 지급’ 조항이 있을 정도로 큰 기대를 받는 선수였다. 그러나 바이에른에서뿐 아니라 스완지시티 임대 시절에도 기대만큼의 경기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공격 가담 능력이 아예 사라진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새로 부임한 니코 코바치 감독은 산체스를 살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산체스는 비공식 경기이긴 했지만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열렸던 지난 7월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 첫 경기에서 파리생제르맹 상대로 득점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어 친정팀 벤피카를 상대로 오랜만의 공식 경기 득점을 올렸다. 바이에른 이적 이후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도 멀어져 있던 산체스는 약 2년 2개월 만에 골 맛을 봤다.

산체스의 전술적 역할은 수비형 미드필더 하비 마르티네스,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하메스 로드리게스 사이에서 많이 뛰고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었다. 좁은 공간에서는 어려움을 겪지만, 자신이 책임져야 할 공간이 넓을 때 오히려 힘을 내는 산체스에게 잘 어울리는 역할이다. 산체스는 세 미드필더 중 공을 가장 적게 잡았지만, 패스 성공률은 두 팀 선발 멤버 중 최고인 94%를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동료들과 공을 주고받았다. 드리블 전진 횟수 최다(2회)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수비적으로는 여전히 기여도가 떨어졌지만 최소한의 부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경기였다.

산체스에 앞서 부활하고 있는 선수로는 토마스 뮐러가 있다. 독일분데스리가에서 초반 3경기 동안 2골을 넣으며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뮐러는 독일 선수 중 세 번째로 UCL 100경기 출장을 달성하며 바이에른 역사에 한 줄을 추가했다. 뮐러를 비롯해 필립 람(112경기)과 올리버 칸(103경기) 모두 바이에른 소속으로 100경기를 넘긴 독일 선수들이다.

뮐러는 한때 탁월한 득점력으로 널리 인정받았지만 2016/2017시즌 분데스리가 5골, 2017/2018시즌 8골에 그치는 등 하향세를 그리고 있었다. 분데스리가를 통해 부활을 시작한 뮐러에 이어 산체스까지 되살려내는 등 코바치 감독은 시즌 초반 바이에른 선수단의 활용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올여름 바이에른은 이례적일 정도로 선수 영입을 자제했다. 샬케04와 계약이 끝난 독일 대표 미드필더 레온 고레츠카를 영입하고 캐나다 유망주 알폰소 데이비스를 수급하긴 했지만 아르투로 비달, 후안 베르나트, 제바스티안 루디가 빠져나간 걸 감안하면 오히려 약해진 포지션도 있었다. 지난 2012년부터 매년 하비 마르티네스, 마리오 과체와 티아구 알칸타라, 사비 알론소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아르투로 비달과 더글라스 코스타, 산체스와 마츠 훔멜스, 그리고지난해 코랑탕 톨리소와 하메스 로드리게스에 이르기까지 점점 영입 규모를 늘려 온 바이에른의 행보를 감안하면 올여름은 이상할 정도였다.

현재 바이에른 1군 선수단 중 주전으로 투입할 만한 선수는 21명 안팎에 불과하다. 그동안 기량 미달 취급을 받았던 산체스 등의 선수를 모두 포함시켰을 때의 숫자다. 코바치 감독은 1군 선수단 중 잉여 인원 없이 모든 선수들을 투입 가능한 경기력으로 끌어올려야 이번 시즌을 무사히 보낼 수 있다. 뮐러와 산체스 등의 부활을 통해 첫 번째 요건은 충족되어가는 중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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