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누구보다 바쁜 여름을 보냈기에 가을에는 좀 쉬엄쉬엄 뛸 거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손흥민은 토트넘홋스퍼로 복귀한 뒤에도 여전히 쉴 틈이 없다.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쥐세페 메아차에서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B조 1차전에서 손흥민이 선발 출장한 토트넘이 인테르밀란에 1-2로 패배했다. 손흥민은 후반 19분까지 64분을 소화했다.

손흥민은 올여름을 누구보다 바쁘게 보낸 선수 중 하나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이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지만 그밖에도 일정이 끊임없이 몰아쳤다. 경기 출장에 대한 부담뿐 아니라 오스트리아(국가대표 훈련), 러시아(월드컵 본선), 미국, 스페인(이상 토트넘 프리 시즌), 영국(토트넘 경기), 인도네시아(아시안게임 본선), 한국(국가대표 평가전), 그리고 다시 영국으로 이동하며 엄청난 거리를 움직인 점도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한국에서 제기돼 온 기대 섞인 예상과 달리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쉬게 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기나긴 국가대표 여정이 일단락된 지난 11일 칠레전 이후 곧바로 영국으로 돌아갔고, 15일 리버풀과의 홈 경기에 출장했다. 그리고 단 4일 뒤 열린 인테르 원정 역시 합류했다. 리버풀전은 교체 투입돼 17분만 소화했는데 이것으로 손흥민의 휴식은 이미 끝난 셈이다. 18일 인테르전에서 손흥민은 선발 투입됐다.

토트넘 공격진의 공백, 앞선 리버풀전부터 이어지는 로테이션 시스템을 감안하면 손흥민의 인테르전 선발 출장은 예정돼 있었다. 토트넘은 리버풀전에서 윙어 루카스 모우라를 선발로 활용했고, 중앙을 강화하기 위해 공격자원 대신 해리 윙크스를 기용했다. 두 선수가 인테르전에서는 벤치로 내려갔고, 대신 손흥민과 에릭 라멜라가 선발 기용됐다. 델리 알리가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포체티노 감독이 체력을 안배할 수 있는 최상의 방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토트넘의 일반적인 로테이션 시스템에 따라 손흥민은 선발과 교체를 오가겠지만, 동료들보다 특별히 휴식을 많이 취할 가능성은 낮다. 토트넘은 23일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EPL), 27일 왓퍼드(리그컵), 29일 허더스필드타운(EPL), 10월 4일 바르셀로나(UCL), 10월 6일 카디프시티(EPL) 등 A매치 기간 전까지 계속 3~4일 간격 경기를 치러야 한다. 손흥민은 한국으로 와서 두 차례 친선경기를 치르고 잉글랜드로 복귀한 뒤에도 약 3주간 6경기를 치르는 일정 끝에 11월 A매치 휴식기를 맞게 된다.

손흥민은 11월 중순이 되기 전까지는 푹 쉬지 못하고 계속 숨가쁜 일정을 소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대한축구협회 측에 ‘손흥민을 11월 친선경기와 내년 1월 아시안컵 초반 2경기에 차출하지 않는다’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 중 내년 아시안컵은 토트넘의 리그 일정과 겹치기 때문에 손흥민을 한 번이라도 더 활용하기 위한 약속이지만, 11월 친선경기는 다르다. 이 시기에는 토트넘도 경기가 없다. 토트넘은 11월에 손흥민에게 휴식을 줄 생각을 하고 그때까지는 최대한 많은 경기에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손흥민을 아예 배제하기에는 대체 멤버도 불투명하다. 올여름 선수 영입을 단 한 명도 하지 않은 토트넘은 손흥민이 빠질 경우 루카스 모우라, 에릭 라멜라 등을 기용해야 한다. 모우라는 이미 EPL에서 3골이나 넣으며 좋은 컨디션을 보인 반면, 라멜라는 인테르와의 경기에서 고전하는 등 여전히 손흥민의 팀 내 비중이 높다는 걸 보여줬다.

토트넘이 UCL에서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는 점 역시 손흥민이 고생할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이유다. 토트넘은 인테르에 패배했기 때문에 다가오는 UCL 경기인 10월 4일 바르셀로나전(홈), 10월 25일 PSV에인트호번전(원정)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둬야만 한다. 쉽게 넘길 수 있는 경기가 하나도 없는 조다. 조 편성이 쉬웠다면 일찍 16강 진출을 결정하고 5차전이나 6차전에서 주전 멤버들이 휴식을 취할 수도 있겠지만 토트넘이 속한 B조에서 그런 사치는 어렵다. 오히려 인테르전 패배 이후 조별리그 탈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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