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8/2019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EPL이 재미있는 건 화려한 선수들을 그저 수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전술에서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18일(한국시간)까지 진행된 2018/2019시즌 5라운드 결과 전승을 달리고 있는 팀은 1위 첼시, 2위 리버풀이다. 그 뒤를 4승 1무의 맨체스터시티와 4승 1패의 왓퍼드가 쫓고 있다. 물론 선수단이 좋을수록 장기 레이스에서 유리하겠지만, 현재 선두권은 탁월한 전술을 가진 팀들의 차지다.

특히 마우리치오 사리 첼시 감독,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주젭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현재 잉글랜드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고집스럽게 자기 축구를 펼쳐 나가는 전위적인 감독들이다. 각각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에서 자신만의 전술로 리그를 뒤집어 놓은 감독 세 명이 잉글랜드로 모인 셈이다.

세 명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경기 주도권을 잡고 상대를 압도하며 아름다운 축구를 펼쳐 보이려는 철학자라는 점이 비슷하다. 사리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강한 압박, 짧은 패스, 끝없는 전진 시도를 통해 경기를 장악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비슷한 축구를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시도하며 꾸준히 개량한 끝에 지금은 더 다양한 카드를 가진 감독이 되었다. 두 감독은 지난 시즌 사리 감독이 나폴리를 지휘할 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맞붙어 서로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공 점유율이 가장 높은 팀은 첼시(65.8%), 패스 성공률이 가장 높은 팀은 맨시티(89.8%)다.

클롭 감독도 유사한 접근법을 갖고 있지만 사리 감독만큼 짧은 패스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압박과 속공에 있어 육체적인 속도를 더 강조한다. 리버풀 역시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다만 경기당 파울이 네 번째로 많고, 경기당 태클(직접 공을 빼앗는 행위를 모두 포함)은 다섯 번째로 많은 등 마치 하위권 구단 같은 수비 기록을 가진 팀이다.

세 감독 모두 아약스식 ‘토털 풋볼’을 계승한 아류로 분류할 수 있다. 이처럼 완고한 ‘전술 철학자’ 세 명이 일제히 선두권에 올라 있는 건 빅 리그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다. 전술적으로 이들의 반대편으로 평가받아 온 주제 무리뉴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 역시 조직적인 축구를 중시하지만 실리적인 경향도 종종 보여주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홋스퍼 감독, 아예 실리 축구로 분류할 수 있는 우나이 에메리 아스널 감독 등은 초반 고전 중이다.

소위 ‘아름다운 축구’의 시대다. EPL은 2015/2016시즌 레스터시티, 2016/2017시즌 첼시가 우승할 때만 해도 실리적인 역습 위주 전술이 통하는 리그였다. 두 팀 모두 수비 라인을 뒤로 후퇴시키고 측면에서 상대 공격을 일단 막아낸 다음 역습을 할 때만 오버래핑하는 식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팀이었다. 반면 2017/2018시즌 맨시티가 우승했고, 이번 시즌 리버풀과 첼시가 급성장하면서 리그 트렌드가 극적으로 바뀌었다.

특히 맨시티와 리버풀은 각각 과르디올라 감독이 세 시즌 째, 클롭 감독이 네 시즌 째 지휘하면서 계속 이들의 스타일을 입혀 온 반면, 첼시는 사리 감독이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과거 첼시가 역습 위주 축구를 오래 구사해 온데다 이에 맞는 선수단 구성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리 감독의 부진을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좋은 풀백과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등 몇 가지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현재까지는 첼시 스쿼드의 문제보다 장점이 더 발휘되는 중이다.

아직 시즌 초반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공격적인 축구는 분명 선두권의 싸움을 더 화려하고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현재까지 EPL ‘3강’은 첼시 14득점, 리버풀 11득점, 맨시티 14득점 등 평균 경기당 2.6골을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상위 3팀의 시즌 평균 득점은 경기당 2.2골 수준이었다. 특히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2득점을 넘게 기록한 팀이 맨시티와 리버풀뿐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시즌에는 첼시도 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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