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김완주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대표팀이 호성적을 거두고, 파울루 벤투 신임 감독 체제로 새 출발한 남자 A대표팀이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서 축구 열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 열기를 경기장에서 이어가기 위해 인천 연고 인천유나이티드와 인천현대제철레드엔젤스가 손을 맞잡았다.

1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1’ 28라운드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삼성의 경기기가 열렸다. 경기는 싱거운 0-0 무승부로 끝났지만, 경기장 분위기만큼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9월 A매치 휴식기 이후 처음 열리는 리그 경기 홍보를 위해 인천유나이티드는 팀 내 최고 인기스타를 활용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통해 전국구스타로 발돋움한 문선민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금의환향한 김진야가 메인으로 나섰다.

최근 각급 대표팀이 호성적을 내며 신규 축구 팬들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돌아온 선수들의 인기는 A대표팀 선수들을 능가할 정도로 높아졌다. 김진야 역시 아시안게임 전 경기에 나서며 많은 팬이 생겼다.

아시안게임 대표를 활용한 마케팅 열풍에 인천유나이티드가 동참했다. 경기장 E석 블루마켓(구단 스토어) 옆에 김진야의 유니폼을 전시하고 포토존을 만들었다. 월드컵 멤버 문선민의 유니폼도 함께 전시했다. 포토존에 마련된 응모함에 이벤트 응모권을 넣은 관중들을 대상으로 김진야 친필사인 유니폼 13벌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구단 머천다이징 상품도 새로 출시했다. 김진야의 이름이 적힌 머플러를 새롭게 만들었고, 각국 대표 선수인 김진야, 문선민, 아길라르, 무고사의 미니 등신대도 제작했다.

홍보는 성공적이었다. 사전 예매율이 구단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상승해 구단 SNS에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기장에 빨리 도착해주길 당부하는 공지를 올려야 할 정도였다. 이날 경기에서 사전 예매로 팔린 티켓은 모두 2,537장이다. 올 시즌 최고 기록이었던 2라운드 전북전 1,745장을 넘어선 것은 물론, 2012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개장 이래 가장 높은 예매 수치를 기록했다.

실제 경기장을 찾은 관중의 수도 많았다. 경기 전에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유료관중 7,282명이 입장했다. 인천유나이티드 관계자는 “보통 3경기에서 벌어들이는 입장 수입이 이날 1경기에서 나왔다. 머플러, 미니 등신대 등 구단 상품 매출도 평시 대비 1.5배 가량”이라고 말했다. 블루마켓 직원은 “확실히 매출이 늘었다.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구단 스토어를 방문했고, 특히 김진야 선수 관련 상품 문의와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라며 대표팀 인기가 K리그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이날 경기장에 특별한 손님을 초대했다. 인천지역을 연고로 하는 WK리그팀 인천현대제철레드엔젤스 선수단이 경기장에서 관중들과 함께 경기를 관전했다. 아시안게임 동메달 획득의 주역 김혜리, 임선주, 심서연, 장슬기, 한채린은 경기 시작 전 팬사인회도 가졌다.

팬사인회의 인기는 높았다. 사인회 시작 1시간 전부터 관중 100여 명이 길게 줄지어 서서 선수들을 기다렸다. 원래 사인회는 오후 3시에 시작해 3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팬들이 많이 몰려 더 일찍 시작했다. 끝나는 시간도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 뒤였다. 오랜 시간 기다린 팬들을 보고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사인을 더 해주고 일어났다.

K리그 경기장에서 여자축구선수들이 사인회를 진행한 건 선수와 팬 모두에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인천현대제철 수비수 이영주는 팀 동료들이 사인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며 SNS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이영주는 “남자 경기장에서 사인회를 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신기하다”라며 웃었다. 평소 인천현대제철을 응원해 온 차경태씨는 “여자축구를 자주 보러 다니는데 이렇게 K리그 경기장에서 WK리그 선수들을 보니 느낌이 색다르다“라고 말했다. 배예은씨는 “원래 축구를 좋아했는데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여자 선수들도 알게 됐다. 월요일에 남동구장에 가서 WK리그도 관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프타임에는 인천현대제철 선수단 전원이 경기장으로 내려와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인철 감독과 공격수 정설빈은 “좋은 자리에 초청해줘서 감사하다”라며 인천유나이티드에 더 많은 응원을 부탁했다. 전광판을 통해서는 인천현대제철의 홈경기 일정이 안내됐고, 모든 선수들은 관중들에게 사인볼을 던졌다.

인천 연고 남녀구단의 콜라보는 인천유나이티드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인천유나이티드는 아시안게임 분위기를 이어가지 위해 인천시 체육회 소속으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들을 초청하고자 했다. 그러나 경기 일정상 모든 선수들을 초청할 수 없게 되자, 인천현대제철에 동메달리스트 5명의 사인회를 열고 싶다고 연락했다.

인천현대제철은 선수 전원이 인천유나이티드 홈 경기에 갈 수 있다고 역제안을 했다. 그렇게 두 구단은 손을 맞잡게 됐다. 14일 경주에서 원정 경기를 한 인천현대제철 선수들은 경기장에 제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움직였다.

인천현대제철은 14일 경주에서 원정경기를 치렀고, 17일에도 경기가 잡혀있는 상황이었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선수들 컨디션 조절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할 법도 했지만 흔쾌히 구단의 제안을 수락했다. 김은숙 인천현대제철 코치는 “경기 바로 다음날 K리그 경기장에 찾아와 행사를 진행하게 되면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 수는 있다. 그러나 축구에 대한 열기가 올라온 상황에서 여자축구를 홍보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 들어올 때 같이 노 저으면 좋은 거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인천유나이티드와 인천현대체절의 협력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예정이다. 인천유나이티드 관계자는 “인천현대제철이 이번에 우리를 도와줬으니, 우리도 열린 마음으로 도울 생각이 있다. 지금은 우리가 치열한 강등권 싸움을 이어가는 중이지만, WK리그는 월요일 저녁에 경기가 있어서 K리그와 겹치지 않는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 선수들이 가서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풋볼리스트, 인천유나이티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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