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역대 월드컵에서 이변을 일으킨 팀들은 수비를 단단하고 역습을 취하는 전술을 택했다. 36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페루 역시 신구조화를 이룬 스쿼드로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리카르도 가레카 페루 감독은 A매치 경험이 많은 선수들 위주로 23명을 선발해 국제축구연맹(FIFA)에 최종 엔트리를 제출했다. 페루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는 파올로 게레로도 도핑 문제에서 벗어나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다.

페루는 ‘1982 스페인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전통의 강호들에 밀려 남미에서 힘을 쓰지 못하다가 플레이오프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본선 티켓을 따냈다.

남미 예선 초반까지만 해도 페루의 본선 진출은 어려워보였다. 초반 6경기에서 단 1승 밖에 거두지 못하며 하위권을 맴돌았다. 가레카 감독은 20대 초반의 젊은 피들을 수혈해 팀에 변화를 줬고, 이 변화를 계기로 노장 선수들도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덕분에 페루는 신구조화를 이룬 스쿼드로 월드컵 본선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페루는 최근 역대급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6년 11월 브라질에 0-2로 패한 이후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전까지 14경기를 치르면서 10승 4무를 기록 중이다. 이 과정에서 우루과이, 크로아티아, 아이슬란드 등 강팀들도 꺾었다. 지난해 10월에는 FIFA랭킹이 역대 최고인 10위까지 올랐고, 지금은 11위를 기록 중이다.

페루의 팀 컬러는 확실하다. 수비에 힘을 준 뒤 역습을 통해 득점을 노린다. 골키퍼와 수비수로 뽑힌 선수들 모두 북중미와 남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다. 골문은 페드로 가예세 골키퍼가 지키고, 알베르토 로드리게스와 크리스티안 라모스가 센터백으로 선다. 34세의 백전노장 로드리게스가 지능적인 수비를 하는 유형이라면, 라모스는 파워를 앞세운 센터백이다. 좌우 측면에는 미겔 트라우코와 알도 코르소가 서는 것이 베스트다.

수비라인을 뒤로 잔뜩 빼는 것이 페루의 특징이다.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는 것에 최대한 집중하면서 지역방어를 구사한다. 포백 수비 앞에는 두 명의 미드필더가 포진하는데 모두 가로채기와 태클 능력이 뛰어나다. 수비수 출신인 요시마르 요툰이 보다 수비적인 역할을 하고, 레나토 타피아는 패스와 드리블이 장기다.

공격은 수비와 달리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수비에서 공을 따내 앞으로 보내면 개인기가 좋은 2선 자원들이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좌우 윙어 에디손 플로레스와 안드레 카리요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로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발기술을 갖춘 전형적인 남미 공격수다. 공격형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쿠에바는 브라질 명문 상파울루에서 10번을 달고 뛸 정도로 기술을 갖춘 선수다. 게레로에게 보내는 스루패스와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최대 무기다. 헤페르손 파르판은 2선 자원들의 백업을 책임짐과 동시에 팀 내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고 있다.

월드컵을 앞둔 페루의 가장 큰 고민은 주장 게레로의 본선 출전 여부였다. 게레로는 지난해 10월 아르헨티나전이 끝난 후 도핑 테스트를 받았는데, 검사 결과 코카인 성분이 검출됐다. 게레로는 코카 잎으로 만든 남미 전통 차를 마셨을 뿐이라고 항변했으나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그에게 12개월 자격정치 처분을 내렸다. 게레로는 곧바로 제소했고 FIFA가 이를 받아들여 징계 기간은 6개월로 경감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월드컵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WADA가 FIFA의 결정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고, CAS는 게레로에게 14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확정했다.

게레로는 다시 스위스연방대법원에 항소를 제기했다.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도 나서서 게레로를 도왔다. 스위스연방대법원은 FIFA가 내린 6개월 징계를 동결하는 대신 CAS가 내린 징계에 대해서는 월드컵이 끝난 뒤에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스위스연방대법원의 선고 결과에 따라 게레로는 대표팀으로 복귀했고,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 나서 2골을 넣으면 건재함을 알렸다.

페루는 프랑스, 덴마크, 호주와 함께 C조에 속했다. 16일 덴마크와 치르는 1차전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페루 월드컵 최종엔트리

골키퍼: 페드로 가예세, 카를로스 카세다(이상 베라크루스), 호세 카르발류(우니베르시다드)

수비수: 알베르토 로드리게스(주니오르바랑키야), 알도 코르소(우니베르시타리오), 안데르손 산타마리아(푸에블라), 미겔 아라우호(알리안차리마), 미겔 트라우코(플라멩고), 크리스티안 라모스(베라크루스), 루이스 아드빈쿨라(로보스), 닐손 로욜라(멜가르)

미드필더: 파올로 우르타도(비토리아기마랑스), 크리스티안 쿠에바(상파울루), 레나토 타피아(페예노르트), 앤디 폴로(포틀랜드팀버스), 윌데르 카르타헤나(베라크루스), 요시마르 요툰(올란도시티), 에디손 플로레스(올보리BK), 페드로 아키노(레온)

공격수: 파올로 게레로(플라멩구), 헤페르손 파르판(로코모티프모스크바), 라울 루이디아스(모렐리아), 안드레 카리요(왓퍼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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