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남해] 김완주 기자= “선수라면 팬들에게 다가가고 소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원삼성 미드필더 김은선(30)은 개성이 강한 선수다. 자기 표현도 잘한다. 특히 SNS를 통해 팬들과 자주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료들은 너무 자주한다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김은선은 “경기장 밖에서도 자기 어필을 하면서 팬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라고 말한다. 동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중이다.

김은선은 2018년 수원의 주장으로 선임됐다. 전임 주장이었던 염기훈이 워낙 팀을 잘 이끌었기 때문에 김은선의 부담도 크다. 장난기 많은 성격을 자제하고 무게를 잡느라 어색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그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라며 자심감을 가졌다. 우승에 대한 열망도 강하다. 꼭 이기고 싶은 팀을 꼽아달라는 질문을 건네자 “모든 팀을 다 이기고 싶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주장 김은선이 처음 나선 수원은 지난달 30일 FLC타인호아와 경기에서 승리하며 시즌을 기분 좋게 시작했다. 첫 경기가 끝나고는 경남 남해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중이다. 지난 5일 남해에서 김은선을 만났다.

 

다음은 김은선과 인터뷰 전문.

 

- 안산그리너스와 연습경기를 쉬었다. 어디가 안 좋은 건가.

남해 내려와서 훈련하다가 이틀째에 등쪽에 무리가 왔다. 심각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벼운 것도 아니다. 경과를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휴식기에 필라테스도 열심히 하며 준비했다던데 벌써부터 다치면 어떡하나.

그러게 말이다. 몸을 생각보다 잘 만들어서 컨디션도 상당히 좋았다. 부상이라는 게 이렇게 몸이 좋을 때 찾아오더라. 항상 조심하고 신경 쓴다고 하는데 잊어버리게 된다. 몸이 좋을 때 더 주의하고 집중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걸 이번에 또 한번 느끼게 됐다.

- 곧 호주 원정을 떠난다. 3년 전 호주에서 탈진 때문에 고생했다고 들었다. 이번에는 준비 잘하고 있나.

그때는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도 처음 나가보는 거였고 내가 확실히 촌놈이었던 거 같다. 호주까지 멀리 가고, 한국과 기온차도 심하게 나니까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 이제 경험이 있으니 그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게 잘 준비하고 있다.

- 올해 주장을 맡게 됐다. ‘수원 주장은 염기훈’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부담도 될 텐데.

확실히 부담감이 있다. 지난 4년간 기훈이 형이 주장 역할을 너무 잘했다. 항상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배인데, 그런 선배 뒤를 이어서 주장을 맡았다는 게 부담스럽고 걱정도 되는 게 사실이다. 또 한편으로는 축구를 하면서 수원삼성이라는 큰 구단에서 주장을 언제 한번 해볼 수 있을까 싶지도 하다. 부담도 있는 반면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이왕 맡게 됐으니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 광주FC와, 아산무궁화에서도 주장을 맡았다. 수원의 주장은 무게감이 다른가.

수원은 워낙 명문 구단이고 팬층도 두텁다. 질타를 받아도 광주나 아산에 비해 몇 배는 더 큰 질타가 올 것이다. 또 잘하면 잘하는 만큼 더 많은 칭찬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는 거 같다. 수원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고 자기 주장이 강한 선수들도 많다. 그들을 이끌어 가기에 내가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기훈이 형은 부드럽게 선수단을 이끌었다. 그런 부분을 배워야 할 것 같다. 다른 곳에서 주장을 했을 때보다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선수들에게 물어보니 김은선 선수는 개성이 강하고 재밌는 사람인데 주장을 맡고 나서 무게를 잡느라 본인도 그렇고, 바라보는 선수들도 어색하다고 하더라.

맞는 말 같다. 나는 원래 장난기도 많고 어떻게 보면 가벼워 보일 수 도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주장은 아무래도 무게감이 있어야 하고 말 한마디를 할 때도 묵직함이 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전달도 잘되고 통솔력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스스로 장난기를 줄이고 신경쓰고 개성이 드러나지 않게 자제하는 편이다. 나도 이렇게 어색한 데 보는 선수들도 그럴 수 있다.

- 군 복무를 하는 동안 수원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밖에서 봤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

처음에는 “어라, 왜 이러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수원이 처음에는 조금 헤매다가도 어느 정도 지나면 자리를 잡고 후반기에 올라서는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 2016년도에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많이 가라앉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선수들도 많이 빠져나갔고 세대교체가 이뤄지다 보니 서로 맞춰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지 않나 싶다. 전역하고 왔을 때에는 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경기력도 올라선 상황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전역하고 제일 먼저 콧수염을 길렀다고 하더라, 김은선에게 콧수염은 어떤 의미인가.

에너지? 힘이다. 수염이 있으면 힘이 난다. 스스로 그렇게 느낀다. 수염이 없으면 괜히 허전하고 벌거벗은 느낌 같다. 수염이 있으면 겉모습이 강해보이는 것도 있다. 그래서 계속 기르게 되는 것 같다.

-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너무 자주한다고 선수들이 하소연하더라.

자주 하는 것은 아니다. 남해 내려와서 며칠 연속으로 하긴 했다. 내가 많이 한다기 보다는 선수들이 너무 안 하는 것 같다. 선수라면 팬들에게 다가가고, 팬들과 소통하고, 팬들에게 자기를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팬들이 좋아하니까, 팬들이 좋아하는 것은 선수들이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다. 팬들 앞에 나서는 걸 두려워하고 꺼려하는 것은 프로선수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 경기장 안에서는 경기력으로 자신을 어필하고 밖에서도 나름의 방법으로 어필하면서 팬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성적이 안 좋거나 그러면 당연히 자제해야 하지만 비시즌 기간이나 분위기가 좋을 때는 선수들이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SNS가 시간 낭비일 수도 있는데 잘 활용하면 충분히 득이 될 수도 있는 소통창구가 될 수 있다.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에게도 적극적으로 하라고 이야기 한다. 모두 나 같은 생각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 시청률을 많이 신경 쓴다는 이야기도 들리더라.

한번은 전북에서 뛰는 최보경 선수랑 같이 회식 을 하는데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많이 본다고 자랑을 하더라. 그래서 내가 “너는 전북인데 그것 밖에 안되냐, 내가 켜도 너보다 많이 들어오겠다”라고 말하면서 서로 경쟁을 했다. 수원 팬에 대한 믿음이 있다. 자부심 같은 거다.

 

- 시즌이 시작되면 꼭 이기고 싶은 상대가 있나. 최보경이 있는 전북이라던지.

다 이기고 싶다. 꼭 이기고 싶은 팀이 어디 있나, 매 경기 다 이기고 싶지. 지기 싫은 팀은 있다. 전북, 서울한테는 지기 싫다. 어떻게든 이기고 싶다. 서울은 우리 라이벌 팀이고 슈퍼매치로 이슈도 되는 팀이라 당연히 지면 안되고, 꼭 이겨야 하는 팀이다. 전북은 다들 워낙 1강이라고 하니까. 전북이 K리그를 계속 흔들고 있으니까 그런 팀한테 지지 않고 이겨야 우리가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수원 이적 후 아직 우승이 없다. 올해가 우승의 적기라고 생각하나.

수원이 K리그 우승한지 올해가 딱 10년째라고 하더라. 수원이 우승을 한 번 해야 하는 타이밍이다.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항상 수원은 우승을 목표로 세우고 도전하는 팀이다. 선수들도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매주, 매 경기 정성을 들여야하고 자기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하는지 알고 있다. 그런데 시즌이 시작되면 어느 순간 잊어버리게 되고 컨디션 조절도 소홀히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경기력도 안 나오고 승점도 잃으면서 고비를 못 넘긴다. 우승은 운으로 하는 게 아니다. 수원을 포함 3~4개팀을 우승권이라고 봤을 때 그 사이에서 우승을 하려면 경쟁 팀 선수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매번 시즌 전에 계획만 세우고 실패하는 바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처음 잡은 마음을 꼭 가져가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사진=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은선 빅버드 만석 기원 영상(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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