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월드컵의 해다. '풋볼리스트'는 러시아에서 한국과 경기할 3개국의 축구 문화를 다양한 시각에서 해부한다. 행정, 전술, 관중문화 등 주제를 가리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흥미로운 내용을 전달해 드릴 예정이다. <편집자 주>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또는 헨리크 라르손. ‘스웨덴 축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다. 유럽 명문 구단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먼저 생각날 만큼 스웨덴은 우리에게 생소하다.

문선민(인천유나이티드)과 윤수용(우메오FC)은 스웨덴 리그에서 뛰었거나 지금도 뛰고 있는 선수다. 문선민은 스웨덴리그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 선수이고, 윤수용은 스웨덴 1부리그 최초의 동양인 선수다. 둘은 스웨덴 명문 유르고르덴에서는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누구보다 스웨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을 ‘풋볼리스트’가 만났다. 스웨덴의 날씨와 문화부터 그 나라의 축구까지. 이들에게 ‘내가 겪은 스웨덴’에 대해 물었다.

 

#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왕국’ 스웨덴, 추운 건 한국이 최고

스웨덴은 북유럽에 위치해있는 국가다. 위도가 높아 겨울이 길다. 스웨덴은 추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윤수용과 문선민의 입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서울과 스톡홀름을 비교하면 서울이 더 춥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윤수용은 스웨덴의 첫 인상이 ‘겨울왕국’ 같았다고 말한다. “2월에 처음 스웨덴에 들어갔다. 눈이 엄청 많이 내리더라”라며 스웨덴의 첫 인상을 설명했다. 눈이 오는 날이면 스웨덴 사람들은 모두 긴 부츠를 신고 돌아다닌다며 처음에는 애를 먹었다고 한다. 스웨덴은 겨울이 길어 점점 추위에 적응이 되는데 한국은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더 춥게 느껴진다는 게 윤수용의 설명이다. 스웨덴에서는 건강하다가도 한국에 들어오면 감기 몸살이 난다고 했다.

문선민도 스톡홀름은 한국보다 덜 추운 것 같다고 말했다. 스톡홀름보다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문선민은 스웨덴 북부 외스터순드에서 뛰었다. 그는 외스터순드의 추위를 설명하며 “검은 봉지를 들고 있으면 잠시 후에 봉지와 손이 붙어버린다. 손을 펴도 안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이런 날씨에도 반팔을 입고 뛰는 선수는 있다. 문선민은 “나는 절대 그렇게 못뛰겠더라”라고 말하며 “무조건 타이즈를 입고 뛰었다”고 말했다.

 

# 겨울을 피해 열리는 스웨덴리그

스웨덴은 겨울이 길기 때문에 리그가 시작하고 끝나는 시기가 유럽 빅리그들과는 다르다. 4월에 시작해서 11월 초에 리그가 끝난다. 추위가 끝날 때쯤 시작해 추워지기 시작하면 끝나는 것이다.

겨울이면 눈이 많이 오는 탓에 훈련은 실내에서 진행한다. 실내 훈련장도 정식 규격에는 못 미치지만 꽤 크다. 눈이 집중적으로 내리는 2월까지는 실내에서 훈련을 하거나 따뜻한 지역으로 전지훈련을 가는 게 스웨덴 팀들의 일반적인 훈련 일정이다. 윤수용은 “3월부터는 눈이 많이 안 내린다. 내려도 치울 수 있는 정도로 오기 때문에 그때부턴 밖으로 나가 운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유르고르덴 홈구장은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게 되어있다. 11월에 리그가 끝나면 지붕을 아예 닫아뒀다가 3월이 되면 개방한다. 날씨 탓에 잔디 관리가 어려워 3~4개 구단을 제외하면 홈 경기장은 인조잔디로 되어있다.

 

# ‘개인’이 중요한 스웨덴 문화

문선민과 윤수용이 함께 몸담았던 유르고르덴은 팀 훈련이 오전에만 있다.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 식사를 하고 2시간 정도 훈련을 한 뒤 점심을 먹으면 퇴근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여가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축구선수들도 오전에만 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낸다. “운동할 때 확실히 하고 오후에는 취미생활을 한다. 낚시를 하는 동료들도 많았다”고 윤수용은 설명했다.

윤수용의 스웨덴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좋았다. 그는 “한국은 다들 바쁘게 사는 것 같다. 이동하며 통화를 하고, 지하철을 탈 때도 뛰어간다. 스웨덴에서는 지하철에서 뛰는 사람을 못 봤다. 카페에 가면 혼자 커피를 마시며 사색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얼굴에서부터 여유로움이 느껴져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문선민은 개인주의적인 스웨덴의 문화가 힘들었다며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서울처럼 시끄럽지 않고 조용하고 한적하다. 게다가 겨울에는 오후 3~4시면 해가 질 정도로 낮이 짧다. 문선민은 “우울증이 온다. 나도 겨울에 많이 걸렸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 스웨덴 선수들의 피지컬은 남다르다

개인주의적인 스웨덴 사람들의 성향과 달리 축구 스타일은 조직적이다. 윤수용은 스웨덴의 축구 스타일을 묻는 질문에 “국가대표팀도 그렇고 거의 모든 팀이 4-4-2 포메이션을 쓴다. 조직력, 특히 수비조직력이 좋다”고 말했다.

공격에서도 덩치가 크고 제공권이 좋은 점을 적극 활용한다. 윤수용은 “웬만한 선수들은 다 180cm가 넘는다. 어릴 때부터 4-4-2를 기반으로 제공권을 활용한 축구를 해오다 보니 측면에서 뛰는 선수들의 크로스가 좋다”라고 말했다. 피지컬이 좋은 대신 기술이 부족하다는 편견에 대해서도 “발재간을 따진다면 한국 선수들이 더 나을 수 있지만 킥이나 패스 같은 기본 기술은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문선민도 스웨덴 선수들은 피지컬적인 부분이 다르다고 말했다. “확실히 힘이, 파워가 엄청 좋다”고 설명했다. 부노자와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부노자도 힘이 되게 좋다. 그런 선수들이 스웨덴에는 많다”라고 답했다.

 

# 한국을 1승 제물로 생각하는 스웨덴, 한국의 승산은?

윤수용은 스웨덴에서 시즌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월드컵 조추첨식을 시청했다. 비행기 환승을 위해 러시아에 경유했을 때다. 한국이 스웨덴과 같은 조가 되자 스웨덴 동료들은 재밌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반면 스웨덴 언론은 한국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윤수용은 “조추첨식이 끝나고 스웨덴 언론을 찾아봤더니 한국에 관련된 기사는 없더라. 독일과 멕시코에 대한 분석 기사만 많았다. 한국은 당연히 이긴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윤수용은 한국도 어느 정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근거도 있다. 그는 “스웨덴에서 많은 골을 넣는 선수들을 보면 빠르고 저돌적인 스타일이다. 스웨덴 선수들은 반응속도가 느린 편이다. 우리가 순간적으로 빠르게 치고 나가는 움직임으로 상대를 괴롭히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선민은 “한국도 스웨덴을 잘 모르고, 스웨덴도 우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예측이 어려운 것 같다”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사진=풋볼리스트, 윤수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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