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김봉길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경질은 인물 아닌 시스템을 교체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6일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소위원회를 열어 김 감독을 경질했다. 김판곤 위원장은 “전체적인 것을 평가해서 경질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7일 한 기자회견에서도 “단순히 결과(2018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4위)만 가지고 고려한 게 아니라 발전하는 모습 등을 고려해 결론을 내렸다”라며 “4강전에 탈락했더라도 3.4위전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경질은 사실상 축구협회가 지난 인사에서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다. 축구협회는 지난 9월 미루고 미룬 끝에 김 감독을 선임했었다. 당초 ‘2020 도쿄 올림픽’까지 맡기겠다는 계획을 수정해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까지만 지휘봉을 주기로 했었다. 선임을 미룬 탓에 이번 대회를 제대로 준비할 수 없었다. 성적과 전술이 실망스럽다는 것은 공감할 수 있지만, 자신들이 임명한 감독에게 제대로된 기회도 주지 않았다 것은 분명하다. 김 위원장이 김 감독을 선임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책임을 온전히 비켜갈 수는 없다.

김 감독 경질은 축구협회와 한국 축구가 지닌 문제점을 보여주는 한 예다. 축구협회는 확실한 철학이나 과정 없이 감독을 선임하고 경질해왔다. 기준이 없으니 선임과 경질 때마다 이유가 제각각이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도중에 차범근 감독을 경질 했을 때와 변한 게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축구협회가 그 부분을 자각하고 국가대표팀선임위원회를 꾸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경질은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가 내린 첫 번째 결정이다. 이 결정이 단순히 인물을 교체하기 위한 결정에 그치면 전과 달라질 게 없다. 김 위원장이 밝힌대로 기술 발전을 위한 구조개혁을 하려면 선임 시스템부터 확고하게 만들어야 한다. 어떤 기준으로 성과나 철학을 검증할 것인지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한국적인 기준”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선임과정을 언론이나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축구협회에 일할 수 있는 조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김 감독을 경질하는 과정에서 테크니컬스터디그룹(TSG) 위원의 의견을 들었다고 했는데, TSG는 예전부터 존재했던 조직이다. 그 조직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을 뿐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 부분을 모두 명확하게 조절해 가이드라인을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 인사와 같은 결과를 만들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2월 안에 23세 이하 감독을 새로 임명하겠다고 했다. 그 선임은 상징적인 일이 될 것이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와 김 위원장이 시스템을 고칠 능력을 지녔는지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다. 한국 축구와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모두 중요한 지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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