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전 결승골을 넣은 터키계 선수 두르마즈(왼쪽)

[풋볼리스트] 월드컵의 해다. '풋볼리스트'는 러시아에서 한국과 경기할 3개국의 축구 문화를 다양한 시각에서 해부한다. 행정, 전술, 관중문화 등 주제를 가리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흥미로운 내용을 전달해 드릴 예정이다. <편집자 주>

 

바이킹은 다민족, 다인종 시대를 상대적으로 먼저 열었다.

 

스웨덴은 이민자가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꼽힌다. 이민자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영화나 문학 작품에도 자연스럽게 이민자가 나온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영화 ‘오베라는 남자’에서도 주인공 오베를 조금씩 바꾸는 이웃 여자 파르바네도 이란 출신 이민자다. 이란과 이라크 등 중동에서 온 이민자도 많고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도 많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이민자 출신 스웨덴 사람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다. 즐라탄은 스웨덴 말뫼에서 스웨덴으로 이민 온 보스니아계 아버지와 크로아티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영화 ‘런던 해즈 폴른’를 만든 바박 나자피 감독도 테헤란에서 출생했지만 11살에 이란-이라크 전쟁을 피해 스웨덴으로 이민간 이다.

 

스웨덴 리그 프로팀과 국가대표팀도 사회 축소판이다. 스웨덴 리그에서 뛰는 스웨덴 국적 선수 중 많은 수가 이민자이거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2세다. 인천유나이티드 소속인 문선민이 뛰었던 외스터순드는 이민자 후손이 많은 팀이다. 올 시즌 유로파리그에서 선전하는 외스터순드 주전 공격수는 사만 고도스인데 이란계 스웨덴인이다. 주장 브르와 누리는 이란에서 태어난 쿠르드족이다. 외스터순드에는 팔레스타인, 영국, 가나 등에서 온 이민자 후손들도 있다.

 

이민자 후손들이 좋은 선수로 성장하면 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스웨덴 국가대표가 될 수도 있고, 고도스처럼 모국 혹은 조국 국가대표가 될 수도 있다. 고도스는 스웨덴 청소년대표를 거쳤으나 이란 대표팀을 선택했다. 스웨덴 대표팀을 선택한 이민자 출신 선수도 많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 출전했던 선수도 있다.

콩고계 이민자 후손인 켄 세마(오른쪽)

가장 경기를 많이 소화한 선수로는 터키계인 지미 두르마즈가 있다. 프랑스 리그앙 툴루즈에서 뛰는 두르마즈는 스웨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43경기를 소화했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뛰며 유럽 예선 프랑스와 한 경기에서는 결승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미드필더 케림 음라바티는 튀니지계 아버지와 스웨덴과 핀란드 피를 이어 받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외스터순드에서 활약하며 대표팀에 선발된 켄 세마는 콩고 이민자 후손이다.

 

유럽 대표팀은 이미 다인종 다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스웨덴은 그 중에서도 모자이크가 더 촘촘한 편이다. 다양한 전사로 구성된 스웨덴은 강하다. 즐라탄 같은 슈퍼스타 없이도 유럽 예선을 2위로 통과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이탈리아에 1승 1무를 거두며 월드컵 본선으로 갔다. 바이킹은 여전히 강하다. 

 

글= 류청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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