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축구도 이제 데이터의 싸움이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구단 아스널의 경우에는 아예 데이터분석업체를 자회사로 인수했을 정도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야구는 숫자와 확률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스포츠이고, 축구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축구 경기는 야구나 농구처럼 숫자를 가지고 분석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런 인식은 축구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있어 한국과 외국의 격차가 벌어지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그러나 김정윤 웨슬리퀘스트 이사는 “축구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라고 말한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풋볼리스트’는 김정윤 이사를 만나 축구에서 빅데이터가 어떻게 이용되고 있으며 한국의 상황은 어떤지 물었다. 그는 K리그 CEO 아카데미, 축구산업아카데미 등에서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과 구단 운영 등에 관한 강의를 여러 차례 진행하기도 한 전문 컨설턴트다. 그는 경험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해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빅데이터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가 ‘빠른’ 속도로 ‘많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축구 또는 스포츠에서도 끊임없이 생성되는 데이터를 활용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축구에서 데이터가 이용되는 분야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선수 개개인의 퍼포먼스를 관리하는 분야와 신체 관리를 통한 부상 방지 분야, 그리고 관중(고객)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분야다.

 

“경기에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영화에 특수효과를 넣는 것과 같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들의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은 ‘머니볼’이라는 야구영화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 뉴욕양키스의 경우는 통계 전문가만 20명이 넘게 근무하고 있을 정도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축구도 예외는 아니다. 김 이사는 축구경기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영화에 특수 효과를 넣느냐 안 넣느냐와 같은 차이를 만든다고 설명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 축구대표팀이 빅데이터를 활용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독일의 우승에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인 ‘SAP’이 개발한 데이터 분석 솔루션 ‘매치 인사이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독일은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훈련과 경기에서 수집한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한 후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지난 월드컵에서 브라질전이 끝나고 독일 선수들이 한 인터뷰를 보면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브라질 선수들이 자신들이 예상했던 대로 움직이고 패스했다는 것이다. 브라질과 독일이 맞붙는 월드컵 4강전에서 7-1이라는 점수가 나왔다는 건 게임에서나 나올법한 일이다. 독일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브라질에 대한 완전한 조사 분석을 끝낸 상태에서 경기에 나섰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결과였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데이터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해외 많은 구단들이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구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관중을 끌어 모으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신생팀인 LAFC는 아직 공식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새로 개막하는 2018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한다. LAFC는 홈 경기장이 다 지어지기도 전인 2017년에 15,000석 이상의 시즌티켓을 판매했다. 차별화된 전략을 가지고 마케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기에 이기고 성적이 좋으면 사람들이 많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적인 사고다. LAFC는 경기는 그저 상품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끌어들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했을 때 우리 팀의 일원이 되겠다는 생각을 할지 찾아내고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데이터 구축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현실은 세계와 많은 격차가 있다. 최근 들어 경기와 훈련을 분석하고 훈련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한국은 아직도 얼마나 많이 뛰었냐를 선수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여긴다. 김 이사는 단순히 뛴 거리만 측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의미 없이 많이 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외국에서는 최고 스피드로 얼마나 뛰었는지, 7m를 몇 초안에 도달했느냐를 측정한다. 축구는 세컨드볼을 잡는 것이 중요한 스포츠다. 연구에 따르면 세컨드볼이 의미 있게 떨어지는 곳은 선수와 선수 사이 7m 이내다. 세컨드볼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를 평가하고 있다”라며 목적에 맞게 데이터를 분석하고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축구 경기에서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통계치인 패스 성공률도 이제는 큰 의미가 없다. 전체 패스 성공률보다는 파이널 서드(축구장을 3등분 했을 때, 상대 골문 근처 지역)에서 패스 성공률이 더 중요하다. 김 이사는 “데이터분석은 결과를 만드는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다. 골을 넣기 위해서는 파이널 서드에서 패스 성공률이 높아야 하고, 패스 성공률을 높이려면 어떤 선수를 기용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스카우트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외국의 사례를 들었다.

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는 데이터를 추출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분석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사람도 필요하다. 통계 지식을 바탕으로 분석한 숫자를 해석하는 사람도 있어야 전략에 반영할 수 있다. 축구를 이해하는 사람과 통계를 이해하는 사람이 같이 일을 해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에서는 녹록하지 않다.

K리그 구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모기업이나 지자체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구단을 향한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 마케팅을 통한 자생력 강화가 중요시되고 있다.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존 관중의 이탈을 막고, 새로운 관중을 유입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을 만족시키려면 그들에 대해 잘 아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K리그는 이 부분에서 약점이 있다. 기존 관중에 대한 데이터를 제대로 축적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없다.

김 이사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그는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4차 산업혁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데이터를 쌓아 놓은 게 없다. 데이터가 많아야 빅데이터다. 목적을 가지고 데이터를 쌓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데이터가 있을 때 더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프로농구(KBL)의 경우도 K리그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에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데이터 경진대회를 열었다. 데이터의 양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KBL은 데이터 경진대회에서 나온 분석 결과를 가지고 새로운 컨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K리그도 변화가 필요하다. 나날이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에 쫓아가지 못한다면 K리그의 미래는 더 어두워질 수 밖에 없다.

사진=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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