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터키 안탈리아로 떠났던 한국 남자 축구국가대표팀이 2주 동안 진행된 전지훈련을 마무리했다. 가능성과 숙제를 모두 확인한 전지훈련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23일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뛰는 선수 24명을 소집해 터키 안탈리아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인 유럽파를 소집할 수 없었고,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 일부도 소속팀 사정과 군입대 등으로 소집할 수 없었다.

완벽한 선수단이 아니었던 탓에 신 감독 또한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시할 것”이라며 조직력을 점검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국은 터키에서 몰도바, 자메이카, 라트비아를 상대로 2승 1무를 거두며 결과는 가져왔다. 몇몇 포지션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도 남았다.

 

‘유럽 팀 상대로도 선전’ 김신욱의 가능성

이번 터키 전훈에서 가장 확실한 눈도장을 받은 선수는 최전방 스트라이커 김신욱이다. 김신욱은 세 차례 친선전에 모두 나서 득점에 성공했다. 지난 12월 E-1 챔피언십 일본전부터 A매치 4경기 연속 득점을 올렸다.

김신욱은 K리그와 아시아 무대에서 압도적인 체격 조건을 활용해 위협적인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이번 전훈에서는 힘과 체격이 뛰어난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단순히 헤딩만 능한 것은 아니다. 다른 공격수들과 비교했을 때도 뒤지 않는 연계 능력을 보여줬고,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는 적극적인 모습도 보여줬다.

김신욱은 전임 슈틸리케 체제에서도 대표팀에 자주 소집되던 선수였다. 경기에서는 주로 후반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고, 김신욱이 투입되면 김신욱 머리를 노리는 단조로운 공격 패턴이 이어졌다. 그러나 신 감독 부임 이후 김신욱은 헤딩에만 능한 반쪽 짜리 선수라는 오명을 벗었다. 득점은 헤딩슛을 통해 기록했지만 그 외에 발을 이용한 연계 플레이에도 강점을 보였다. 스스로도 “신태용 감독님이 죽어가던 나를 살렸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신 감독 전술에 잘 녹아 들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할 팀들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보다 앞서는 팀이다. 한국이 경기를 지배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득점 확률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세트피스다. 김신욱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누구보다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다. 프랑스 리그앙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석현준이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김신욱은 전훈 기간 활약을 통해 월드컵 본선 엔트리에 합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홍철의 가세로 치열해진 왼쪽 풀백 경쟁

이번 전훈이 시작되기 전까지 대표팀 왼쪽 풀백 자리는 김진수와 김민우의 2파전으로 진행되는 양상이었다. 김진수는 전북현대에 입단하며 K리그 최고 왼쪽 풀백으로 활약했고, 김민우도 수원삼성에서 활약하며 대표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E-1 챔피언십에서도 두 선수는 주축으로 활약했다.

홍철의 가세는 왼쪽 풀백 자리에 경쟁을 만들었다. 대표팀 예비명단에만 이름을 올리던 홍철은 김민우의 입대로 기회를 받았다. 기회를 잡은 홍철은 날카로운 왼발 킥 능력을 보여주며 자신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한국이 주 전술로 활용하는 4-4-2 포메이션에서 풀백의 역할은 중요하다. 전문 측면 미드필더를 두지 않기 때문에 풀백이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야 한다. 김진수와 김민우도 공격적인 능력이 뛰어난 풀백들이다. 홍철 또한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적인 풀백이다.

홍철의 최대 강점은 정확한 왼발 킥이다. 홍철의 왼발 크로스는 날카로운 궤적과 빠른 스피드를 자랑한다. 몰도바전에서도 정확한 크로스로 김신욱의 득점을 도왔다. 라트비아전에서도 후반 교체 투입돼 문전으로 날카로운 크로스를 여러 차례 보내며 영향력을 발휘했다. 터키로 출국하기 전 “나는 항상 도전자였다. 이번에도 (김)진수한테 배울 건 배우고, 부족한 것은 채워나가며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던 홍철은 왼쪽 풀백 자리에 새로운 후보로 확실하게 떠올랐다.

 

아직 찾지 못한 기성용의 짝

월드컵 본선 엔트리가 정해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기성용이 중원의 한자리를 차지할 것은 거의 확실시된다. 기성용은 부상 중이었던 적을 제외하면 항상 대표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기성용은 대표팀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거리를 가리지 않고 정확한 패스를 전달할 수 있고, 상대 압박을 풀어내는 데도 능하다.

기성용이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맡는다면 옆에는 수비적인 역할을 맡아줄 선수가 필요하다. 신 감독은 이번 전훈에 중앙 미드필더를 여럿 데려갔다. 그러나 수비적인 면에서 확실한 장점을 보여준 선수는 눈에 띄지 않는다.

신 감독은 세 차례 평가전에서 정우영, 손준호, 김성준, 이찬동을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기용했다. 정우영은 정확한 킥을 활용해 후방에서 경기를 풀어주는 역할에 능한 선수다. 손준호도 전방으로 보내는 패스가 위협적인 선수다. 김성준은 활동량이 많지만 수비 능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고, 이찬동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투박한 면이 있다.

이찬동이 투입됐을 때를 제외하면 경기를 치르면서 중앙 미드필더 2명의 역할이 확실히 나누어진 경우가 없었다. 한국이 전체적으로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했기 때문에 공격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상대 역습 시에는 적절하게 대응을 못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기성용과 짝을 이뤄 수비 부담을 덜어줄 만한 미드필더를 찾지 못한다면 한국의 4-4-2는 본선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조직’없이 ‘점검’에 그친 수비라인

한국은 이번 전훈에서 수비진 대부분을 꾸준히 기회를 받던 선수들로 구성했다. 소속팀 일정으로 합류하지 못한 권경원을 제외하면 주축들이 모였다. 신 감독도 “수비 조합은 완벽하게 100%는 아니지만 70~80%는 갖춰졌다”라고 말했다.

수비불안이 계속 약점으로 꼽혔기 때문에 이번 전훈에서는 수비 조직력을 다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매 경기 선발라인업이 바뀌며 조직력을 다지기보다는 점검에 초점이 맞춰졌다.

월드컵 본선이 시작되기 전까지 대표팀 선수들이 다시 모일 수 있는 기회는 2번 밖에 남아있지 않다. 이번에 진행한 2주간의 전훈은 수비조직력을 다지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매 경기 수비진의 실수가 있었고, 자메이카전에서는 순간의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신 감독도 라트비아전이 끝나고 이번 전훈을 평가하며 “수비조직력을 더 다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에 대한 점검을 마쳤다면 이제는 중심을 잡고 조직력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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