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이 20일 시상식을 끝으로 올해 일정을 모두 마쳤다. '풋볼리스트'는 올해 K리그에서 기억해야 할 화두를 총 8편에 걸쳐 정리한다. <편집자 주>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을 관통하는 단어는 위기다. 갑자기 찾아온 게 아니라 서서히 내려 앉았다.

 

2017시즌을 이끌어간 슬로건은 없었다. 거창한 철학이나 방향성은 물론 리그를 정의할 단어도 없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화두를 던지지 못했다. 전북현대가 우승하긴 했지만 리그 전체를 이끌어갈 동력은 지니지 못했다.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리그를 선도했던 과거와는 달랐다. 우승팀이 아니더라도 리그에 새 바람을 몰고 온 팀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참패, 판정 논란, 비디오어시스턴트레프리(VAR) 도입 등이 더 크게 다가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리그가 지향하는 방향성도 없고, 리그 전체를 아우를 방향성도 없었기 때문에 줄기가 아닌 가지가 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경남FC가 챌린지에서 관심을 끈 게 그나마 이슈였다. 2017시즌은 그렇게 조용히 흘러갔다.

 

관중이 감소도 필연이었다. 울림 없는 리그가 관중을 모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2017시즌 K리그 평균 관중은 지난 2015, 2016시즌보다 줄었다. 7720명, 7872명으로 크게 변화가 없던 평균관중은 2017시즌에 6502명으로 1천명 이상 줄었다. 총 관중도 2016시즌에 비해 31만 명 정도 줄었다. 흥행 성적표를 따지기도 어려울 정도다.

 

가장 상징적인 게 부산아이파크와 상주상무가 한 승강플레이오프 1.2차전이다. 플레이오프는 팀 명운이 걸린 경기다. 다른 경기보다 관심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내년에 활약할 무대가 갈리는 이 두 경기를 찾은 관중은 총 4036명에 불과했다. K리그는 팬들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고, 2017시즌에는 그게 눈에 보일 정도로 드러났다.

 

흥행 그리고 명예와 직결된 산업도 문제가 생겼다. 시즌 초반부터 소문으로 돌았던 스폰서 대란이 현실이 됐다. 한 글로벌 브랜드가 본사 차원에서 방향성을 바꿔 스폰서 계약 방향을 틀었고, 다른 업체들도 경영난 등 여러 이유로 지원을 주저하자 K리그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구단들은 새로운 스폰서 잡기에 애를 먹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본질은 스폰서 방침 변화가 아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K리그를 산업으로 만들지 못한 연맹과 구단 책임이다. 경영 흑자가 아니더라도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무형의 가치라도 만들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많지는 않지만 여전히 스폰서를 대할 때 ‘우리가 입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이런 현실인식 부재는 K리그가 처한 현실과 겹쳐진다.

 

2017시즌은 K리그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돈이 돌지 않고, 회자도 되지 않는다. 축구장은 여전히 춥다. 인식과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더 흐릿해진다.

 

글= 류청 기자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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