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류청 기자= 히딩크 감독은 명장이다.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는 분이기 때문에 그럴 리가 (공식 제의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어떤 이야기가 나올 수는 있지만, 모든 말이 파장을 일으킬 수는 없다.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는 거스 히딩크 감독 재부임설이 왜 파장을 일으켰는지 기억해야 한다.

 

김호곤 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은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히딩크가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우리는 본선에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게 불쾌하고 어처구니가 없다”라며 “과연 히딩크 입에서 나온 것인 가도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김 기술위원장 말처럼 히딩크 부임설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협회는 신태용 감독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을 앞두고 계약할 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 임기를 보장하기로 약속했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맡아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길을 연 신 감독을 경질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

 

다만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며 왜 히딩크가 이 시기에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모든 이야기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는 없다. 히딩크는 한국 축구가 지니지 못한 무언가를 상징하기에 지지를 얻었다. 한국은 최종예선 10경기에서 흔들렸다. 협회와 감독 모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며 불신을 얻었다.

 

협회 측에서는 ‘2002년 이야기를 아직도 하고 있느냐’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협회도 2002년에 머물러 있다. 여전히 시스템이 아닌 인물에 의지하고 있다. 좋은 인재를 키워내지도, 좋은 시스템을 만들지도 못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흔들릴 때도 적절한 시기에 대응하지 못해 문제를 키웠다.

 

가장 심각했던 부분은 코칭스태프다. 협회는 감독에만 집중하고 있다. 좋은 감독을 데려오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생각이다. 어떤 인물인지도 중요하지만 그 감독이 어떤 유능한 스태프와 일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협회는 그런 부분을 거의 사유하지 않는다. 슈틸리케는 대학팀 코칭스태프보다 적은 코치와 일했다. 신 감독도 경험이 일천한 김남일, 차두리 코치를 선택했다.

 

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과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사우디아라비아 감독은 현대적인 시스템과 유능한 지원스태프와 함께 일한다. 그들은 나름 성과를 냈다. 정몽규 회장은 투자하겠다며 회장직에 올랐지만, 협회는 이런 흐름에 ‘돈이 없다’는 말뿐이다. 팬들은 세계 축구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협회에 분노할 수밖에 없고, 히딩크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

 

히딩크는 상징적인 인물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명한 감독이 한국에 관심 있다는 언급만 나와도 여론이 들썩일 수 있다. 협회는 이런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일은 반복될 수 있다. 

 

사진=김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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