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6경기에서 19골이 터진 2일 K리그 클래식, 가장 화려한 득점은 제주유나이티드 김원일의 오른발에서 나왔다.

김원일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발 바깥쪽에 맞아 크게 휘어졌고, 대구FC 골키퍼 조현우가 예상하지 못한 골대 구석에 꽂혔다. 호베르투 카를로스의 명장면 'UFO 슛‘을 좌우 반전시킨 것 같은 득점이었다.

프로 8년차, 175경기 만에 첫 중거리슛을 넣은 김원일과 인터뷰했다. 김원일은 포백이 아닌 스리백의 한 자리를 맡아 포항스틸러스 시절보다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팀을 돕고 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원래 포백의 중앙 수비로 생각하고 영입한 선수인데, 스리백에 써 보니 공격 가담 능력이 있더라. 풀백 경험도 있다고 했다. 자기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오른쪽 윙백 안현범이 아예 윙어처럼 올라가고 김원일이 라이트백으로 변신하는 ‘변형 스리백’은 제주 전술의 가장 큰 특징이다. 김원일은 전술의 핵심이기도 하다.

 

#노린_것인가_빗맞은_것인가

약간 빗맞았다. 원래 발등을 써서 직선으로 때릴 생각이었는데, 약간 아웃사이드에 맞으면서 공이 휘었던 것 같다. 내 의도대로 갔으면 막혔을 수도 있지 않을까. 찬 다음 공이 가는 걸 보면서 나도 깜짝 놀랐다. 중거리슛은 처음이다. 발로 넣은 골은 2012년 수원전에서 넣은 게 생각나는데, 그땐 페널티 박스 안에서 넣었다. 그 골을 넣고 해병대 앞에서 PT체조 세리머니를 했다.

 

#시즌_2호골

작년까지 포항에서 받았던 임무보다 여기서 더 공격적인 임무를 맡는다. 훈련할 때도 포항에선 수비 훈련에 중점을 뒀는데, 제주에선 수비수들도 슈팅 훈련을 공격수들만큼 한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수비 선수들이 기회도 많이 잡고 골을 넣는 경우도 많다.

(김원일은 7월 16일 FC서울을 상대로 넣은 헤딩골에 이어 시즌 2호골을 득점했다)

 

#원래_공격력_갖춘_남자

포항 2군 시절 R리그에 오른쪽 풀백으로 나가곤 했다. 황선홍 감독님 아래서도 몇 번 오른쪽을 봤다. 스리백 중 오른쪽 중앙 수비수와 오른쪽 백 사이엔 별로 이질감이 없다. 공격에 가담하기 좋다. (권)순형이와 (윤)빛가람이는 볼 소유가 되는 선수들이다. 그래서 더 공격적으로 나갈 수 있는 타이밍이 맞는 것 같다.

 

#조성환_감독의_원일아_원일아_소리

감독님이 계속 ‘원일아, 원일아’ 소리치셨다. 잘 아시지 않나. 벤치에서 제스처가 크고 말씀을 많이 하시는 스타일이다. 정신 차리게 만들어주기 위한 목적도 있고, 수비라인 컨트롤 같은 전술적인 이야기도 있다. 그런 말도 있다. 오른쪽 측면에 서면 벤치와 가까워서 멘탈이 약한 선수는 경기를 말아먹는다는 얘기. 난 괜찮다. 감독님이 정신을 깨워주시는 게 도움 된다. 어차피 후반전엔 반대쪽으로 갔으니까 안 들리기도 했고. 그런데 골 넣고 세리머니 할 때는 왜 주먹을 치켜드셨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영상으로 보니까 내게 주먹을 날리려는 준비 동작이 있더라. 기쁨의 표현이셨던 건지, 지시사항 똑바로 이행 안 한다고 그러셨던 건지 모르겠다. 만나면 여쭤볼 생각이다.

(조 감독은 '풋볼리스트'와 가진 통화에서 "중거리슛은 가람이, 순형이에게 시킨 거였는데 왜 네가 하냐"라는 의미의 장난이었다. 무슨 뜻인지 이야기해주지 못하고 지도자 교육에 들어와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에_3연승

제주는 여름에 못한다는 이야기, 여기 오기 전부터 하도 많이 들어서 오히려 궁금했다. 힘들긴 힘들다. 포항 시절보다 2배 정도 힘든 것 같다. 습해서 진이 빠지는 느낌이 있고, 이동 시간도 길다. 근데 선수들이 그만큼 잘 먹고 잘 쉬는데 신경을 많이 쓴다. 브라질에서 온 호드리구 피지컬 코치는 새로운 시도라고 들었는데 관리를 아주 잘 해 준다.

 

#노예_스리백

수비수들만 로테이션 시스템에 들어가지 못하고 더 자주 출장하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 팀 전술상 미들, 공격보다 수비수들의 체력소모가 적기 때문에 감당할 만하다. 오히려 가람이나 순형이가 수비 가담 하는 걸 보면 ‘내가 더 잘 해서 저 친구들을 도와줘야 하는데’ 싶어서 미안하다. 앞으로도 일주일에 한 경기든 두 경기든 선발로 뛰고 싶다. 작년에 포항에서 경기에 많이 못 나갔다. 올해 얼굴 많이 비추니까 포항 시절 팬들도 좋아하시더라. 수비수들이 잘 버티고 있으면 (조)용형이 형이 10월에 돌아온다. 그럼 더 힘을 받을 수 있고, 또 선의의 경쟁이 시작될 거다.

 

#내_세리머니_점수는

다음엔 골 세리머니 좀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 중계를 보니 굉장히 부자연스럽더라. 카메라가 뒤에서 잡은 게 다행이었다. 준비하고 있는 세리머니? 마그노에게 마빡이 세리머니를 권하고 있다. 이마를 보면 왜 그런지 아실 텐데, 우리끼리 부르는 별명이 마빡이다. 또 데닐손이 하던 세리머니 아닌가. 브라질 출신으로 K리그 전설이 된 선배 공격수의 세리머니라고 말해 줬다. 관심을 보이더라. 마그노에게 어시스트를 해서 마빡이 세리머니의 멤버로 동참하고 싶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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