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감독 교체 효과로 잠깐 연장된 동화는 이제 진짜로 막을 내렸다. 레스터시티는 하드보일드의 세계로 돌아간다. 각국을 오가며 치르는 화려한 투어가 끝난 뒤 남은 건 잉글랜드 안에서 벌어지는 거친 싸움이다.

19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에 위치한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2016/2017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에서 레스터가 아틀레티코마드리드와 1-1 무승부를 거뒀다. 1차전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배했던 레스터가 1, 2차전 합계 1-2로 탈락했다.

크레이그 셰익스피어 감독 대행이 뛰어난 지략을 발휘해 전반전의 열세를 뒤집고 후반전에 맹공을 퍼부었지만 연장전으로 끌고가기에는 한 골이 부족했다. 셰익스피어 감독은 16강 당시 뒤쳐진 상태에서 2차전부터 지휘했고, 세비야를 상대로 역전극을 쓰며 8강행을 이끌었다.

레스터의 최근 경기 결과를 보면 감독 교체 효과가 끝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게 한다. 셰익스피어 대행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전 감독이 경질된 뒤 세비야전 포함 6연승을 달리며 화제를 모았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5연승을 통해 강등권을 고속으로 탈출했다. EPL 33라운드가 진행중인 현재 레스터는 1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강등권과는 승점 9점차다.

그러나 최근 4경기에서 레스터는 2무 2패에 그쳤다. UCL에서 아틀레티코에 당한 1무 1패 외에도 EPL에서 에버턴에 패배하고 크리스털팰리스와 무승부에 그쳤다. 상승세에 있던 두 상대팀을 만나 레스터의 상승세가 꺾였다.

레스터의 생존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남은 일정이 나쁘다. 부진에 빠져 있긴 하지만 최근 비효율적인 경기에서 벗어나 실리를 추구하기 시작한 아스널, 4위 맨체스터시티, 2위 토트넘홋스퍼 등을 상대해야 한다. 남은 6경기 중 레스터보다 낮은 순위에 있는 팀은 최종전 상대인 본머스(현 16위) 뿐이다. 강등권 팀들이 레스터를 추격해 올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다시 하위권으로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좋은 마무리는 아니다.

지난 시즌 우승으로 시작된 레스터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이번 시즌 UCL의 선전으로 지속되는 한편, EPL에서 보인 부진으로 흔들려 왔다. 조별리그만 통과해도 성공이라고 평가됐던 UCL 행보는 난적 세비야를 잡아내는 저력으로 8강까지 이어졌다. EPL에서도 희망을 보여주는 마무리가 필요하다.

셰익스피어 대행은 UCL에서 탈락한 뒤 “우린 모든 걸 바칠 필요가 있었다. 우리의 노력과 헌신을 통해 상대팀에 문제를 일으켰다”며 “서포터부터 선수, 구단주까지 우리 팀 누구나 아주 자랑스러워해도 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자부심을 EPL로 이어가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 남은 과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