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한국시간으로 12일 새벽에 열릴 유벤투스와 FC바르셀로나의 '2016/2017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1차전은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대진이다. 불과 2년 전에 실제로 두 팀이 UCL 결승전에서 격돌했다. 당시 베를린에서 바르사가 유벤투스를 꺾고 빅이어 트로피를 들었다. 

유벤투스는 1985년과 1996년에 두 차례 우승을 이룬 뒤 고배를 마셔왔다. 바르사는 21세기 들어서만 4차례 우승하며 통산 우승 횟수에서 유벤투스를 추월했다. 21세기 이전 바르사가 UCL을 정복한 것은 1992년이 유일했다. 올 시즌 맞대결에서 도전자는 유벤투스다.

첫 경기는 유벤투스는 안방 유벤투스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유벤투스는 바르사에 패해 UCL 우승에 실패한 이후 2015년 9월부터 지금까지 치른 모든 홈경기에서 지지 않았다. 무려 47경기 연속 무패. 리그 홈 경기를 기준으로는 2015년 10월부터 지금까지 32연승 중이다.

바르사 역시 현실적인 목표를 ‘득점’으로 꼽고 있다. 카탈루냐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스페인 스포츠 신문 ‘문도데포르티보’는 ‘최우선 목표는 토리노에서 득점하는 것’을 프리뷰 기사 헤드라인으로 뽑았다. 16강 2차전에서 원정 득점을 허용해 역전극 미션이 더 어려워졌던 바르사가 얻은 교훈이다. 원정에서 올린 득점이 2차전 홈경기에서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부스케츠 없는 바르사, 마스체라노 또는 안드레 고메스

바르사가 토리노 원정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치명적인 전력 공백이 있기 때문이다. 정상 컨디션이라면 주요 경기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빌드업 미드필더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다.

바르사는 유벤투스와 경기에서 부스케츠의 공백을 전술적으로 어떻게 대처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PSG와 16강 1차전에서 진 이후 4-3-3 포메이션을 물리고, 풀백을 기용하지 않는 3-4-3 포메이션으로 반전을 이끌었다. 최근 라리가 경기에서도 이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문제는 3-4-3 포메이션의 효과를 극대화한 미드필더 하피냐 알칸타라까지 부상으로 이탈한 것이다. 

바르사는 로테이션 과정에서 지난 주말 말라가 원정 패배를 당했다. 유벤투스는 “이번 경기에선 진짜 바르사가 나올 것”이라며 이 경기 결과로 인해 바르사의 전력을 낮게 볼 수 없다는 경계심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르사가 2년 전 UCL 우승을 거둘 때의 전력 보다 빈틈이 많이 생긴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라이트백 다니 아우베스의 이적이다. 아우베스는 유벤투스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바르사는 아우베스의 역량을 대신할 라이트백을 찾지 못했고, 그 점이 올 시즌 고전 중인 큰 이유 중 하나다. 스페인 현지 언론은 부스케츠의 자리를 대신할 옵션으로 두 가지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유력한 대안은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다.

마스체라노는 바르사에서 센터백으로 기용되어 왔고, 올 시즌에는 라이트백 포지션에도 자주 기용되고 있다. 라이트백으로 서더라도 레프트백 조르디 알바가 높이 전진해 실질적으로는 스리백 형태를 구성하고, 수비형 미드필더 영역까지 커버하는 형태로 뛰었다.

마스체라노는 유벤투스와 경기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미드필더 출전 가능성을 암시했다. “바르사에서는 피보테 자리에서 많은 경기를 하지 않았지만 그 자리가 내 원래 포지션이고, 그 자리에서 뛰는 것을 좋아한다.”

마스체라노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나설 경우 바르사는 4-3-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잡을 가능성이 크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이반 라키치티가 중원 파트너로 좌우에 배치되고, 좌우 풀백으로 알바와 세르지 로베르토가 출전한다. 마스체라도는 두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 스리백을 형성해 빌드업 미드필더 역할과 센터백 역할을 겸한다. 

스페인 스포츠 신문 ‘스포르트’는 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포진은 올 시즌 엔리케 감독이 구성했던 플랜A에 가장 가까운 형태인데, 세르지가 측면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알바의 뒷공간을 상대 역습 루트로 허용할 경우 공수 양변에서 균형이 깨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또 다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3-4-3 포메이션 가동이다. ‘문도 데포르티보’의 예상 라인업은 고메스를 선발 미드필더로 세웠다. 이 경우에는 마스체라노가 움티티, 피케와 함께 아예 센터백 라인의 우측에 서고, 안드레 고메스가 부스케츠의 자리에 그대로 투입되는 것이다. 안드레 고메스는 올 시즌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된 경기에서 대부분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는데, 부스케츠의 자리에 투입된 일부 경기에서 오히려 가장 안정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고메스가 수비 라인 앞에 설 경우에도 미드필더 파트너는 이니에스타와 라키티치다. 이 경우 메시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세르지 로베르토가 세비야와의 경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우측면 공격수 자리로 배치된다. 경기 상황에 따라 세르지가 라이트백으로 내려오고, 메시가 우측으로 전진, 마스체라노가 미드필더로 딸려 올라올 수 있는 경기 중 능동적 변화가 가능한 전술이다. 

#4톱 앞세운 유벤투스, 속공으로 승부

바르사의 선발 명단에 변수가 큰 가운데, 유벤투스는 기존 베스트 멤버의 기용이 유력하다. 잔루이지 부폰이 골문을 지키고, 알렉스 산드루-키엘리니-보누치-아우베스가 포백이다. 케디라와 피야니치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서고,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공언대로 “네 명의 공격수를 배치한다.”

곤살로 이과인이 원톱, 2선에 마리오 만주키치와 파울로 디발라, 후안 콰드라도가 출전한다. 알레그리 감독은 “바르사는 공격이 강하지만 수비가 약하다. 바르사의 수비적 취약점을 공략할 것”이라며 선발 선수와 전력 모두 공개했다. 

바르사는 볼을 소유하고 라인을 높이는 경기를 한다. 라인을 뒤로 물리고 중원 주도권, 공 소유권을 내주면 더 흔들린다. 경기 장소와 경기 상황이 달라도 경기 접근법을 바꿀 수 없는 이유다. 

장신 공격수 만주키치를 레프트윙으로 기용하는 유벤투스는 공중볼과 롱볼을 적극 활용할 것이다. 좌우 풀백 산드루와 아우베스의 기동력은 4명의 공격수가 고립되는 문제는 막아줄 것이다. 디발라는 2선에서, 이과인은 수비 배후 라인에서 슈팅 기회를 포착한다. 콰드라도가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바르사 중원 지역의 균형을 흔들려 할 것이다. 

8강 1차전의 관건은 바르사가 얼마나 부스케츠의 공백을 효과적으로 커버할지, 유벤투스의 ‘4톱’이 얼마나 자주 공을 받고, 슈팅 기회를 만날 수 있을지에 달렸다. 전자가 성공할 경우 2차전을 홈에서 치르는 바르사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후자가 들어맞는다면 바르사는 PSG와 1차전 못지않은 악몽을 경험할 수 있다.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12일 새벽 3시 45분 킥오프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픽=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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