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전술 실험을 한 포지션에서 단행하면 근처 포지션도 영향을 받는다. 여러 포지션에서 동시에 실험을 진행하면 그중 어느 실험의 결과도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변인 통제가 되지 않은 것이다.

5일(한국시간) 터키의 이스탄불에 위치한 바샥세히르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조지아와 평가전을 가진 한국이 2-2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결과를 떠나 경기력 측면에서 조지아보다 뒤쳐졌다.

한국은 이날 모든 면에서 파격적이었다. 손흥민의 파트너 공격수로 가장 주목받지 못했던 이정협을 썼다. 3-5-2 포메이션 자체도 파울루 벤투 감독이 가끔 시험하는 플랜 B다. 수비형 미드필더 백승호는 거창한 실험이라고 볼 수 없으나 소속팀 사정으로 실전 감각이 부족하다는 걸 감안하면 모험적인 기용이었다. 백승호 앞에 공격적인 권창훈과 이강인을 배치한 것도 실험적이었다. 특히 이강인은 이날이 A매치 데뷔전이었으며, 지난 U20 월드컵에서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자리에 또 기용됐다. 골키퍼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구성윤이었다.

오른쪽 윙백의 실험이 가장 과격했다. 황희찬을 오른쪽 윙백으로 배치했다. 올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 상대로 왼족 윙백을 맡겼던 것에 이어 두 번째 실험이다. 두 번의 실험 모두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황희찬은 공격수였을 때에 비해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교체도 실험적인 건 마찬가지였다.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동경, 오랜만에 A매치를 소화하는 김보경 등 기회가 간절했언 선수들이 연달아 투입됐다.

동시에 너무 많은 실험이 진행되면서 그 효과를 측정하기 힘들게 됐다는 게 아쉬웠다. 이강인 옆에 정상적인 윙백이 없으니 3-5-2에서의 포지션 소화력을 알기 힘들었다. 이정협을 향해 패스가 제대로 투입되지 않으니 이정협의 경쟁력을 알기 힘들었다. 백승호 주위에서 공을 받아 줄 선수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백승호의 스리백 위 경쟁력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축구에서의 실험뿐 아니라 모든 실험에서는 실험 대상 외의 변수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즉 황희찬을 오른쪽 윙백으로 기용하는 실험을 한다면, 나머지 포지션은 정상적인 3-5-2 포메이션에서 황희찬을 지원해줄 수 있는 조합으로 만들어줘야 그 효과를 측정할 수 있다. 애초에 황희찬이 제대로 활약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으면 당연히 부진한 경기를 하게 된다. 이 경기에서 보인 부진이 황희찬 때문인지 환경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교체 카드 운용 역시 아쉬웠다. 벤투 감독은 후반 17분 손흥민을 뺐다. 이때 황희찬을 공격수로 끌어올려 경기 일부라도 공격수 위치에서 뛸 수 있게 해 줄 수 있었다. 그러나 황희찬은 윙백 자리에서만 혼란스러워하다 교체됐다. 최근 오스트리아분데스리가에서 물오른 공격력을 보여줄 기회는 없었다.

후반전에 황의조, 정우영이 투입된 걸 보면 주전 선수들을 꼭 아낀 것도 아니었다. 전반에 빌드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백승호와 정우영의 동시 기용이나, 패스 연결에 능한 이재성 카드를 시험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일반적으로 상식적인 쪽으로 팀을 수정하지 않고 계속 균형이 깨진 팀을 유지했다.

벤투 감독은 평소 보수적이라는 이야기를 듣다가 가끔 극단적인 실험을 몰아서 하고, 다음 경기에서는 다시 보수적인 운영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험은 조금 더 천천히 할 때 결과를 측정할 수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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