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파울루 벤투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공격수 황희찬을 또 윙백으로 배치하는 실험을 했다. 그리고 결과는 또 실패였다.
5일(한국시간) 터키의 이스탄불에 위치한 바샥세히르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조지아와 평가전을 가진 한국이 2-2 무승부에 그쳤다. 결과를 떠나 경기력이 미흡했다. 이강인의 데뷔, 이번 시즌 실전을 소화하지 못한 백승호의 재기용, 선발 공격수로 등장한 이정협 등 파격적인 요소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인 건 황희찬의 오른쪽 윙백 배치였다.
한국은 3-5-2 포메이션을 쓰되 왼쪽보다 오른쪽이 올라간 좌우 비대칭으로 선수를 배치했다. 대한축구협회가 공식적으로 배포한 선발 선수 배치도에서도 김진수보다 황희찬이 더 올라가 있었다. 보통 배치도는 좌우대칭으로 만들어 왔기 때문에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황희찬이 평범한 윙백이 아니라 변칙적인 역할을 맡았다는 걸 경기 전부터 공표했다.
황희찬 카드를 어떻게든 쓰려는 모색의 산물이었다. 벤투 감독은 황희찬의 운동능력에 처음부터 관심을 가져 왔으며, 최근 오스트리아분데스리가에서 6경기 4골 7도움으로 초인적인 득점 생산력을 보이고 있으니 더욱 외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4-1-3-2와 3-5-2 등 투톱 위주 전술을 주로 실험하고 있으며, 황희찬의 자리를 마련하기는 힘들었다. 손흥민의 파트너 공격수로 투입하기에는 2선 성향이라는 점이 걸린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하기도 애매하다. 윙어 없는 전술을 쓰는 한 황희찬이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이 아예 없다.
결국 벤투 감독은 두 번째로 황희찬의 윙백 실험을 단행했다. 지난 1월, 아시안컵 개막 직전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한 평가전에서 했던 실험을 반복한 것이다. 사우디전 당시에는 황희찬이 왼쪽 윙백 자리에서 수시로 최전방까지 넘나드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수비가담 능력이 부족한 황희찬의 한계를 전술로 잘 보완하지 못했다. 일종의 변형 스리백이었지만, 스리백 중 오른쪽 스토퍼인 박지수가 황희찬의 배후 공간을 모두 커버하는 건 무리였다. 수비형 미드필더 백승호 역시 수비 범위가 좁고 빌드업에 더 강점을 가진 선수다. 또한 미드필더 중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이강인도 황희찬의 배후를 메워줄 만한 스타일의 선수가 못 됐다. 특히 바로 옆 포지션이었던 이강인과 황희찬의 시너지 효과가 전반전엔 전혀 없었다.
황희찬의 오른쪽 윙백 기용은, 이론적으로만 볼 때 첼시가 2016/2017시즌 윙어 출신 빅터 모제스를 윙백으로 기용해 우승의 주역으로 삼았던 것과 비슷하다. 모제스 역시 운동능력은 좋지만 섬세한 공격수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황희찬과 큰 틀에서 비슷한 특징이 있다. 그러나 당시 첼시는 모제스가 올라간 뒤 배후 공간을 커버해 줄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 은골로 캉테가 준비돼 있었다. 반면 이번 경기의 한국에는 그 누구도 황희찬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황희찬의 전진 자체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왼쪽 공격을 통해 조지아 수비를 유인한 뒤 오른쪽으로 질주하는 황희찬에게 내주는 플레이가 거의 나오지 못했다. 속공 상황에서 황희찬의 전진 능력을 활용한 것도 아니었다.
벤투 감독은 두 차례나 파격적인 실험을 했다. 이제 황희찬 윙백 기용을 더 실험할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표해야 할 때가 됐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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