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백승호는 스리백 앞에서 많은 실수를 저질렀고, 권창훈의 실수는 실점으로 직결됐다. 그러나 두 선수가 위험지역에서 공을 잃어버린 건 개인의 책임이 아니었다. 시스템 붕괴가 원인이었다.

5일(한국시간) 터키의 이스탄불에 위치한 바샥세히르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조지아와 평가전을 가진 한국이 2-2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결과를 떠나 경기력 측면에서 조지아보다 뒤쳐졌다.

한국은 여러모로 부진한 경기를 했지만 특히 심각한 건 빌드업이었다. 속공을 빠르게 전개하지 못했고, 지공 상황에서 조지아가 강하게 압박하면 무기력하게 공을 내줬다. 이날 한국이 쓴 3-5-2의 일반적인 빌드업은 중앙을 거쳐 측면으로 나가는 것이다. 중앙 수비수가 3명, 중앙 미드필더가 3명, 여기에 공격수 한 명까지 내려오면 7명이나 중앙에 득실대기 때문에 좀처럼 공을 빼앗기지 않고 패스를 순환시키기에 용이하다. 그러다가 윙백의 전진을 활용해 측면으로 공을 보내는 것이 흔한 패턴이다.

한국은 중앙에서 공을 간수하는 데 유독 어려움을 겪었다. 스리백 앞에서 후방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은 백승호는 공수 양면에서 자주 눈에 띄었다. 부정적인 대목에서 더 많이 눈에 띄었다는 게 아쉬웠다. 상대 수비를 등지고 볼 키핑을 하다 공을 빼앗겨 곧장 실점 위기를 내줬다. 빌드업할 때 횡패스가 부정확해 동료 선수가 뛰던 방향을 바꿔 허겁지겁 잡아내야 하는 장면도 있었다.

권창훈은 첫 실점 때 관여했다. 발레리 카자이쉬빌리가 권창훈에게 공을 빼앗은 뒤 스루 패스를 했고, 야노 아나니제가 침투 후 좋은 기회를 깔끔한 슛으로 마무리했다. 권창훈의 볼 키핑이 길어 생긴 위기였다.

그러나 두 선수를 탓하기에는 빌드업 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것이 더 아쉬웠다. 특히 권창훈의 경우, 백승호가 공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을 보고 받아주러 내려간 상황이었고, 공을 잡은 뒤 접근하는 동료가 있으면 곧장 내주기 위해 고개를 들고 주위를 주시했다. 그러나 한 명도 도와주지 않자 스스로 공을 잡고 드리블하며 빌드업하는 쪽을 택했다. 이때도 드리블 중간에 패스르 받아 줄 선수가 나타나면 안전하게 전개할 수 있었겠지만 권창훈은 긴 드리블로 두 명을 제쳐야 했고, 두 번째 선수에게 공을 빼앗겼다.

백승호의 부진 역시 본인 책임이라기보다 주위에서 함께 공을 순환시켜주는 선수의 부재 탓이 컸다. 3-5-2의 후방 플레이메이커가 전진 패스 경로를 찾지 못하면, 스리백 중 좌우 스토퍼가 조금 전진해 패스 경로를 열어주는 것이 흔한 패턴이다. 그러나 이날 권경원, 박지수는 백승호와 호흡이 맞지 않았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조합인 권창훈과 이강인 역시 후방부터 백승호와 공을 주고받으며 올라갈 수 있는 선수들이 못 됐다.

특정 선수의 부진을 탓할 만큼 정상적인 경기가 아니었다. 한국은 이 경기를 통해 각 선수를 평가하기보다 시스템을 개선할 방법을 먼저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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