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한 뒤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이탈리아의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승우를 비롯한 2019/2020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전한다. <편집자 주>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의 전술 철학이 유벤투스와 융합을 시작했다. 수비 라인의 위치부터 공격 방식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21일(한국시간) 싱가포르에 위치한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2019 인터내셔널챔피언스컵(ICC)’ 경기를 가진 유벤투스가 토트넘홋스퍼에 2-3으로 패배했다. 토트넘이 추가시간 터진 해리 케인의 극적인 결승골로 승리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두 팀 모두 희망과 보완해야 할 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경기였다.

사리 감독은 세간의 예상대로 호날두를 왼쪽 윙어에 배치해 첫 공개 친선경기를 치렀다. 최전방에는 헌신적이고 몸싸움이 좋은 마리오 만주키치가 배치됐고, 오른쪽은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가 맡았다. 그밖에 선발 멤버 대부분이 지난 시즌부터 있던 선수들이었고, 유일한 영입생 잔루이지 부폰은 한 시즌 동안 유벤투스를 떠나 있긴 했지만 오히려 최고참에 해당한다.

유벤투스는 후반전에 선수를 대거 교체한 뒤 경기력이 향상됐다. 하프타임에 중앙 미드필더 아드리앙 라비오, 수미수 메리흐 데미랄,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 골키퍼 보이치에흐 슈쳉스니 등이 투입됐다. 그리고 나서 두 골을 몰아쳐 역전했다. 그러나 후반 18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빼며 조금 경기 흐름을 늦춘 뒤에는 더 끈질기게 경기한 토트넘에 다시 흐름을 내주고 역전패를 당했다.

사리 감독은 “토트넘이 더 빠르고 폭발력 있었다. 그러나 토트넘이 더 시즌을 일찍 시작하고, 그래서 더 준비상태가 좋았다”며 유벤투스가 프리 시즌을 토트넘보다 천천히 진행하고 있으니 신체능력에서 밀린 건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수비라인 전진, 더 적극적인 빌드업의 ‘사리볼’ 유벤투스

사리 감독의 말 중 새 시즌의 힌트가 될 만한 건 전방 압박에 대한 발언이다. “너무 뒤에서 수비하지 말고 더 전진해서 수비해야 한다. 후반전에 더 잘 됐다. 압박이 더 잘 되니까 20분 동안 질 높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전반전에 비교적 웅크리고 있다가 토트넘의 압박에 여러 차례 휘둘렸던 유벤투스는 후반전 들어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후반 8분 적극적인 전방 압박으로 공을 따낸 뒤 베르나르데스키가 위협적인 슈팅을 날릴 수 있었다. 두 골 모두 경기 흐름을 장악한 가운데 들어갔는데, 특히 후반 15분 유벤투스의 두 번째 골은 압박으로 공을 탈취하면서 시작된 장면이었다. 공을 따낸 뒤 왼쪽으로 빠르게 전개했고, 마티아 데실리오의 낮은 크로스를 호날두가 발만 살짝 대는 빠른 슛으로 마무리했다.

또한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전 감독에 비해 더 체계적으로 빌드업하려는 성향도 관찰됐다. 전반에는 미랄렘 퍄니치가 중심 역할을 했고, 후반에 투입된 라비오가 가세하면서 빌드업과 경기 운영이 더 매끄러워졌다.

그러나 과거보다 적극적인 유벤투스의 경기 운영은 양날의 검이었다. 후반 20분 내준 동점골은 빌드업 실수에서 비롯됐다. 데실리오가 크게 사이드 체인지를 하려다 탕귀 은돔벨레에게 가로채기를 당한 것이 루카스 모우라의 골로 이어졌다. 후반 추가시간 역전골은 라비오가 빌드업 중 안이하게 공을 끌다가 빼앗긴 것이 빌미였다.

사리 감독은 막판에 밀린 건 토트넘이 더 일찍 프리 시즌을 시작했기 때문일 뿐이라며 그리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안이한 자세일 때 공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신체적인 컨디션 역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유벤투스의 골 장면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띈 건 퍄니치의 순간적인 공격 가담이다. 퍄니치는 후반 11분 이과인의 골 장면에서 순간적으로 패스를 주고받으며 문전으로 들어갔다. 후방 플레이메이커 퍄니치가 지난 시즌까지 좀처럼 보여주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사리 감독은 나폴리와 첼시에서 조르지뉴를 활용할 때도 마냥 후방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공이 순환하는 곳 근처까지 적극적으로 접근할 것을 요구했다. 유벤투스 이적 전까지 조금 전진한 위치에서 뛰는 플레이메이커였던 퍄니치의 성향이 사리 감독을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입지가 좁아졌다는 우려를 받았던 선수들이 토트넘을 상대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이과인은 AS로마 이적설이 나오며 ‘처분 대상’으로 취급받았지만 이날 득점을 통해 유벤투스에 남든, 떠나든 한결 나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을거란 희망을 줬다.

이날 풀타임을 소화한 데실리오, 주앙 칸셀루, 베르나르데스키 모두 희망을 보여준 경기였다.특히 칸셀루는 지난 시즌 막판 부진과 태도 문제 등이 불거지며 방출 대상으로 거론됐지만 토트넘을 상대로 풀타임을 뛰었다. 윙어 베르나르데스키는 장차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더글라스 코스타, 후안 콰드라도가 모두 휴가 중인 가운데 무주공산을 차지했다. 베르나르데스키는 경기 후 “결과는 실망스럽지만 내용은 좋았다. 특히 후반전이 좋았다. 프리시즌이라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다. 그래서 힘들었다. 이런 경기를 통해 컨디션을 정상으로 되찾게 되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밝혔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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