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아산] 김정용 기자= 세계적인 유망주들보다 K리그2의 수비수 형이 더 상대하기 힘들다. 오세훈의 증언이다.

지난 17일 아산무궁화의 홈 구장인 이순신종합경기장에서 오세훈을 만나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오세훈은 U20월드컵보다 K리그2 수비수가 더 상대하기 어려운 이유를 ‘짬’이라고 했다. U20 월드컵을 통해 한층 기량이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복귀 후 프로 4경기에서 골도, 어시스트도 기록하지 못한 상태였다. (오세훈은 인터뷰 이후 21일 서울이랜드FC를 상대로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이번 시즌 14경기 3골 3도움에 도달했다.)

 

Q. U20 월드컵에선 2골을 넣었는데, K리그가 더 득점하기 힘든 이유는?

A. 상대가 내려서기 때문에 내 주위에 늘 수비수가 많다. 그래서 발로 슛을 할 기회가 잘 안 생긴다. 나는 슛이 잘 나오지 않는 게 단점이다. 이제 (의경) 형들이 제대하고 나면 어린 선수들의 비중이 높아질 거다. 내가 더 책임감을 갖고 골을 넣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전만큼 밀집수비를 하진 않을 테니 수비가 좀 덜해질 거라는 기대도 있다.

 

Q. U20 월드컵과 K리그2의 수비수들을 비교한다면?

A. K리그2 센터백들이 더 상대하기 힘들다. 말하자면 나는 ‘짬’이 없다. U20 월드컵 수비수들은 재능이 있어도 나와 비슷한 나이인데 K리그2 형들은 프로 경력이 5년, 10년씩 되지 않나. 상대하다보면 죽어난다. 안 보이는 곳에서 툭툭 건드리는 기술도 뛰어나고. 크로스가 내게 도착하기 전에 내 앞에서 공을 잘라버리는 기술, 내가 문전으로 달려가며 헤딩을 하려고 할 때 아예 뛰지 못하게 경로를 막아버리는 기술 같은 게 대단하다.

 

Q. 상대 수비수의 입담에 당한 경험이 있다면?

A. 헷갈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FC안양과의 경기였다. 뒤에서 누가 “흘려 흘려”하기에 나도 모르게 흘렸는데, 상대팀의 형이 낚아채더라. 구본상 형이었다. 내가 울산 유스일 때 울산 소속이었던 형이라 조금 아는 형인데 완전히 속았다. 그때 정말 화났다. 이거 인터뷰 나가면 앞으로도 계속 써먹을 것 같은데.

 

Q. 롤모델은 예나 지금이나 김신욱?

A. 타겟형 스트라이커로서 그 형의 플레이를 잘 배우고 있다.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면 영광이다. 중국 데뷔골 영상도 봤다. 포스트 플레이의 예술이더라. 크로스가 넘어갈 법했는데 그걸 끝까지 따내서 골을 넣었다. 내가 배워야 한다. 솔직히 나 같은 경우 확실히 따낼 수 있는 공이 아니라면 그냥 흘리는 경우도 많았는데 그 형은 집요하시더라.

 

Q. 지루, 요렌테 등의 별명도 있는데?

A. 코리안 지루? 마음에 든다. 팬들이 ‘오루’라고 해 주시더라. 그래서 영상을 더 찾아봤다. 그런데 지루보다 김신욱 형이 더 좋다. 별명으로서는 ‘오루’도 ‘오렌테(오세훈+요렌테)’도 다 좋다. 오렌테 별명 내가 만든 것 아니다. 축구 커뮤니티에서 나왔다고 나도 들어서 알게 된 거다.

 

Q. 그날 ‘멘탈’에 따라 경기력이 크게 바뀌는 편이던데?

A. 프로 데뷔골이 첫 어시스트와 같은 날 나왔다. 어시스트하고 나니까 골 욕심이 생겼고, 넣고 나서 ‘드디어 해냈다’는 안도의 마음이 들더라. 난 그런 스타일이다. 플레이가 잘 안 되다가도 한 번 자신감이 붙을 계기가 생기면 잘 된다. 그런 요인에 경기력이 좌지우지 된다. 기복이 심하다는 말은 안 들어봤지만 내 생각엔 심하다. 보완해야 한다.

 

Q. 네이버에 ‘오세훈’을 검색하면 동명 정치인과 맨 앞자리를 다투고 있는데?

A. 그 분과 동명이인이라는 것 때문에 세빛둥둥슛 같은 별명도 생기고. 재미있는 별명이니까 좋다고 생각한다. 2015년 U17 월드컵에서 내가 골을 넣었다. 그 뒤 전 서울시장님 인터뷰를 보니 엑소 오세훈 님과 나를 초청해서 식사 한 번 하고 싶다고 말씀을 하셨더라. 그런데 실제로 연락이 오진 않았다. 엑소 오세훈 님과 나를 엮으려는 기획? 그런 건 없었다.

 

Q. 최근 예능에 출연하면서 입담을 뽐냈다고 생각하는지?

A. 그렇다. 입담을 뽐냈다고 생각한다. ‘라디오스타’에서 내가 많은 걸 폭로했으니까. 그런데 폭로한 만큼 당한 것도 많다. 나는 실제로 당하기도 하고, 편집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내가 착하니까 당한 것이다. 난 귀여운 척 하는 게 아니다. 최준은 내가 입을 가리고 웃는 것도 귀여운 척이라고 하던데, 아니다. 한 팬이 증거를 찾아주셨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입을 가리고 웃었다. 애들에게도 난 원래 그렇게 웃었다는 사실을 말해줬다.

 

Q. 1월생인데도 학교에 일찍 가지 않은 이유는?

A. 부모님께 여쭤본 적이 있는데 5살 때까지는 ‘아이스크림’이라는 한 마디밖에 말을 못 했다더라. 아이스크림을 너무 좋아해서 그랬다고 한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아이스크림이라면 다 먹었다. 아무튼 말을 배우는 게 좀 느려서 학교를 늦게 보내셨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 다니면서 국어 시간에 책도 읽고 하면서 금방 따라잡았다. 일찍 입학했으면 1년이라도 더 축구를 배운 상태에서 청소년 대표로 뛸 수 있으니까 유리하다. 그런데 (조)영욱이 형 등이 한 학년 위니까 형이라고 부르는 건 괜찮다. 난 정말 괜찮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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