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경남FC가 영입한 열 명 넘는 선수 중 가장 빠르게 자리잡은 건 뜻밖의 이름 김승준이다.

김승준은 울산현대에서 경남으로 이적한 뒤 K리그1 개막전에서 1골 1도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첫 경기에서 1골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울산에서 약 4경기당 한 개(K리그 90경기 17골 6도움)씩 공격 포인트를 올렸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프로 두 경기 연속골은 이번이 처음이다.

‘풋볼리스트’와 전화 인터뷰를 가진 김승준은 “이제 내 자리를 찾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승준은 고교 시절 선배 박주영과 비견되는 플레이스타일을 지닌 스트라이커였다. 평범한 체격, 평범한 스피드를 지녔지만 균형감각이 좋고 순간적인 기지로 수비수를 속이며 득점할 줄 알았다. 군산제일고와 숭실대, 청소년대표에서 뛰어난 득점력을 보여주며 2015년 21세 나이로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프로로 데뷔한 뒤에는 주로 윙어로 활약했다. 득점 감각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여기로 이적한 뒤 골에 대한 욕심이 많이 생겼어요. 내가 결정짓고 싶다는. 책임감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골문 앞에서 더 적극적으로 하고 욕심을 내는 것 같아요. 울산에서는 측면에서 뛰었고, 팀 스타일상 측면에서 연계할 일이 많아 거기에 치중했죠. 지금은 가운데서 해결하니까 더 돋보이지 않을까요. 울산에 있는 동안 뭔가 될듯하다 안 돼서 아쉬움이 많았어요. 그걸 깨고 싶은 갈망이 있었죠.”

산둥을 상대한 ACL 첫 경기를 보면 김승준이 최전방에서 뛰었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후반전에 네덜란드 출신 장신 공격수 룩이 투입된 뒤가 백미였다. 예상과 달리 룩이 측면으로 빠져 공을 연결하고, 김승준이 문전에서 기회를 노렸다. 결국 룩의 패스를 김승준이 마무리했다.

“동계 훈련때부터 김종부 감독님이 요구하신 거예요. 골을 넣을 수 있는 움직임을 많이 하라고 하셨어요. 산둥전 전반 끝나고 나서도 ‘박스 안에서 계속 움직여라’라고 하셨고요. 학창시절엔 최전방에서 줄곧 뛰었어요.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아 마음이 편해요. 마음이 편하고 자신감이 붙어야 좋은 플레이도 가능한 거니까, 그래서 첫 두 경기 결과물이 좋은 것 같아요.”

김승준의 은사와 주위 사람들의 평가는 늘 비슷했다. 천재적인 감각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집중력의 기복이 있다는 것이다. 김승준도 인정한다.

“집중력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좀 들었어요. 경남 처음 왔을 때도 감독님이 '네가 가진 게 있는데 집중 안 하면 실수가 나오는 거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집중력과 좋은 흐름을 유지하려 노력 중이에요. 또 몸이 좋다가 오히려 다칠 수도 있는 거니까 항상 조심하고 있죠. 흐름 끊기지 않도록.”

김승준은 수비의 예상을 깨는 슈팅 타이밍을 가졌다. 경남 이적 후 첫 골은 최재수의 낮은 크로스를 수비 앞에서 잘라먹으며 발만 톡 댔다. 산둥전에서 룩의 크로스를 허벅지로 받아낸 뒤 수비수가 달려들기 전에 발 바깥쪽으로 툭 차서 골키퍼의 허를 찔렀다. 공격수의 본능이 보이는 장면들이다.

“맞아요. 그게 장점이라고 저도 생각해 왔어요. 울산에서 측면을 주로 보니까 많이 보여드리지 못했죠. 몸이 그냥 그렇게 움직여요. 첫 골은 재수 형이 올려주실 것 같아 의도하고 들어간 건데요. 산둥전은 바로 잡고 때려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거든요. 그때는 그냥 몸이 반응했어요. 저도 경기 후 영상을 돌려보면 신기하고, 소름끼칠 때가 있어요.”

경남이 ACL 진출을 계기로 큰 투자를 했기 때문에, 김승준은 명문 울산시절 못지않게 뛰어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춘다. 미드필더 머치는 경기 조율과 템포 조절을 잘 해 주는 선수다. 동료로서 편하다. 이미 머치가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해질 정도가 됐다. 룩은 아직 장점을 다 보여주지 않았으니 점차 더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

“기복 있다고 했잖아요. 여기서는 한두 경기가 꾸준히 잘 하는 모습 보여드리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반짝’이 아니라 꾸준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축구를 해 오면서 가장 큰 꿈이 국가대표 가는 거예요. 그 꿈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 싶어요. 두 자릿수 득점, 그리고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통해서요.”

김승준은 동갑내기 이영재와 많은 시간을 보낸다. 둘은 대학 때부터 친해지기 시작해 2015년 울산에 함께 입단했고, 경남 이적도 함께 했다.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상대 빈틈을 찾는 축구 스타일도 비슷하다.

“저와 영재 모두 창원에 살고 있어요. 함안에 있는 훈련장은 차로 30분 정도 걸리고요. 번갈아 차를 가져와서 카풀을 해요. 매일 드라이브 하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같이 노래 들으면서 가는데 서로 좋은 노래 있으면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고, 좀 별로인 것 같으면 빼라고 말해주고. 그러면서 놀아요. 많이 힘들 때는 클럽하우스에서 5분 거리인 (우)주성이 형네 집에서 자고요. 오해 마세요. 주성이 형도 혼자 삽니다. 큰 민폐 아닙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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