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2018/2019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이적시장의 ‘큰 손’이 되어보겠다는 AS로마의 꿈은 일단락됐다. 큰 기대를 받으며 선임됐던 몬치 단장이 2년 만에 떠난다. 에우세비오 디프란체스코 감독이 경질된 직후다.

‘코리에레 델로 스포르트’ 등 여러 이탈리아 매체는 몬치 단장이 현지시간 8일을 끝으로 로마를 떠날 거라고 전망했다. 2021년까지 맺어져 있던 계약을 조기 종료한다. 다음 행선지는 아스널로 알려졌으며, 아스널은 로마에 몬치 단장을 데려가기 위한 위약금까지 지불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성적 부진과 이적시장에서의 실패다. 로마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1차전 승리에도 불구하고 2차전에서 포르투에 역전당해 탈락했다. 이탈리아세리에A는 5위에 머물러 있다. 디프란체스코 감독과 몬치 단장 모두에게 큰 타격이었다. 몬치 단장은 권한이 너무 작다고 느껴 다른 이사들과 충돌하곤 했으며 결정적으로 제임스 팔로타 회장과도 종종 대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몬치 단장은 포르투전 패배 이후 팬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때 “여섯 달 뒤에 한 놈씩 찾아간다”라고 말해 결별을 암시한 걸로 알려졌다. 이 사건 직후 사과문과 함께 발언이 부풀려졌다고 해명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사임이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2년 동안 영입한 성과물, 글쎄?

로마가 몬치 단장을 선임하며 시작했던 ‘거상의 꿈’이 허무하게 끝났다. 몬치 단장은 세비야 시절 유망주를 1군으로 승격시키는 안목과 탁월한 영입 수완으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세비야 유소년티 출신은 헤수스 나바스, 세르히오 나바스,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가 대표적이다. 세비야가 영입해 키워낸 선수로는 아드리아누 코레이라, 다니 아우베스, 줄리우 밥티스타, 페데리코 파지오, 세이두 케이타, 이반 라키티치 등이 있다. 로마의 이탈리아계 미국인 구단주인 팔로타는 2년 전 몬치를 선임하며 경영 능력에 큰 기대를 걸었다.

아울러 유망주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데다 현역 시절 로마의 스타 선수였던 디프란체스코 감독을 데려와 몬치와 짝 지웠다. 디프란체스코 감독의 공격적인 축구 스타일도 선수 육성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몬치 단장이 큰 기대를 걸고 영입한 선수 중 대성한 선수는 없다. 특히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영입된 스티븐 은존지, 하비에르 파스토레 두 베테랑 선수가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많은 유망주 중 그나마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준 쳉기스 윈데르가 힘겹게 공격을 이끌어가야 하는 수준의 팀이 됐다. 라자 나잉골란의 기량이 떨어지기 전 인테르밀란으로 보내며 많은 이득을 본 건 좋았지만, 당시 이적료에 포함돼 로마로 합류한 뒤 기량이 급상승한 니콜로 차니올로의 경우 몬치 단장의 안목이라기보다 기대 밖의 성공이라는 후문이 있다. 로마가 2년 동안 영입한 선수 중 1군 멤버는 윈데르, 유스틴 클루이베르트, 니콜로 차니올로 등이다.

원래 선수가 잘 빠져나가는 팀이었지만 지난 두 차례 이적시장은 그 속도가 빨랐고, 타격도 컸다. 2017년 모하메드 살라, 안토니오 뤼디거, 레안드로 파레데스가 이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리에A 3위와 UCL 4강이라는 큰 성과를 냈다. 지난해 알리손, 나잉골란, 케빈 스트로트만이 동시에 떠났다. 이번엔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선수가 바뀌는 와중에도 베테랑들이 버텨준다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그러기에 다니엘레 데로시와 에딘 제코는 늙은 선수들이었다. 거액의 이적료를 여러 선수에 분산 투자하느라 수입도 크지 않다. 지금 영입해 둔 선수들이 훗날 스타로 성장할 수는 있지만 당장 선수단 수준을 유지하는 과제는 실패에 가깝다.

 

이번 시즌은 ‘땜질’

로마의 신임 감독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전 풀럼 감독이다. ‘땜질 전문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소방수 역할이 익숙하다. 이번 시즌 도중에 풀럼을 맡았다가 약 3개월 만에 다시 경질된 라니에리 감독은 런던에서 휴식을 취하다 로마의 제의를 선뜻 받아들여 비행기에 올랐다. 라니에리 감독은 지난 2009/2010시즌에도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의 경질 이후를 맡아 세리에A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로마 태생이자 유소년팀 출신이기도 하다.

라니에리 감독이 임시직만 수행하고 물러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마우리치오 사리 첼시 감독, 안토니오 콘테 전 첼시 감독, 잔피에로 가스페리니 아탈란타 감독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로마의 차기 단장 등 리더십이 어떻게 재편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로마는 미국계 자본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전설적 여자 축구선수 미아 햄 등 다양한 인물이 이사진에 포함돼 있다. 그중 로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프란체스코 토티 디렉터의 입지가 관심을 모은다. 라니에리 감독과 접촉한 것도 토티 디렉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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