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선수 몸값은 계속 올라가고 스포츠 과학 수준도 올라가는데 대한축구협회(이하 축구협회) 의무시스템은 시대에 뒤 떨어졌다.

 

전문성 논란이 나온 국가대표팀 주치의 문제의 본질은 축구협회 의무시스템에 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며 축구에 대한 전반적인 요구 수준이 높아졌지만, 축구협회 의무시스템은 거의 새로워지지 않았다. 축구협회와 계약서를 쓰고 주치의를 맡은 이는 ‘2002 한일 월드컵’을 함께한 김현철 박사가 유일하다.

 

축구협회 주치의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축구 강국은 물론이고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나 독일 분데스리가 강호들은 팀 닥터를 고용한다. 숙련된 팀 닥터를 고용하는 비용은 비싸지만 그만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예로 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도 이탈리아 시절부터 중국 대표팀까지 주치의를 대동해왔다.

 

레스터시티는 ‘2015/2016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에서 레스터시티가 예상을 깨고 EPL 트로피를 차지했을 때 의료진의 도움을 본 것으로 유명하다. 레스터시티에는 퍼포먼스 팀장을 비롯해 10명의 퍼포먼스팀이 선수를 돕는다. 이들은 평균 근속 연수가 3년을 넘다. 능력도 좋고 손발도 잘 맞는다. 레스터시티는 당시 부상자를 줄여 가용 선수를 늘리며 스쿼드의 아쉬움을 극복했었다.

 

우리 현실은 다르다. 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회에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이를 주치의로 추천하는 구조이지만, 사실상 자원봉사와 다르지 않다. 한 축구계 인사는 “복잡 다단한 문제다. 축구협회도 주치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와 관련된 돈을 쓰기는 싫어한다. 이런 과정에서 의지가 큰 자원자가 나오면 축구협회가 거절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주치의를 맡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도 대표팀은 의료 관련으로 구설수에 올랐었다. 브라질 월드컵 당시에는 황열병 주사를 뒤늦게 선수들에게 접종하면서 문제가 생겼다는 뒷말이 나왔었다. 호주 아시안컵에서는 이청용이 조별리그 1차전에서 부상 당했을 때 가벼운 부상으로 진단했었다. 이청용은 이후 정강이 미세골절 판정을 받아 더 이상 뛰지 못했었다.

 

축구협회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의무팀 운영도 매끄럽게 하지 못했다. 2018년까지 의무팀 리더를 맡았던 직원이 한국 시각으로 2019년 1월 1일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한 사우디아라비아 친선전을 마무리 한 뒤 대표팀 캠프를 나와 축구협회를 떠났다. 계약 기간이 2018년 12월 31일까지였기 때문이다.

 

의무팀 리더 개인의 계약이 만료돼 떠난 게 문제는 아니다. 아시안컵 일정 도중에 훈련 캠프에 있는 의무팀 리더가 바뀐 게 문제다. 대회를 준비하는 도중에 대표팀 선수들 건강을 책임지는 의무팀 리더가 바뀌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축구협회 차원에서 이런 일이 나오지 않도록 인원 배분을 했어야 했다.

 

"의무팀 리더는 감독과 주치의의 참모라고 보면 된다. 선수 부상이 나왔을 때, 감독과 주치의가 결정을 내릴 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팀장 대행이나 새로운 팀장이 본선부터 그 역할을 맡았겠지만, (팀장이 바뀌면) 의사 결정 과정이 흔들릴 수도 있다." (축구계 관계자)

 

축구협회는 한국 축구계를 이끌어가는 선도자다. 축구협회가 좋은 시스템을 갖춰야 프로축구단이든 축구클럽이든 그것을 보고 배울 수 있다. 축구협회 예산 규모는 커지고 선수들 몸값은 올라가고 있으며 스포츠과학은 점점 고도화되는데 축구협회가 지닌 의료관은 ‘2002 한일 월드컵’ 때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의무 시스템 개조를 공론화 할 때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