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2018/2019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호날두는 지난 10년 동안 서서히 2선에서의 영향력을 줄이고 득점 전문가가 되어 왔다. 그런데 유벤투스로 이적하고 새로운 환경을 접하자 예전 모습이 회복되고 있다. 지금 호날두는 탁월한 타점으로 헤딩골을 몰아치는 득점원일 뿐 아니라, 2선에서 기회를 만드는 만능 공격자원이다.

9월 3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 위치한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세리에A 7라운드를 가진 유벤투스가 나폴리를 3-1로 꺾었다. 1위와 2위의 대결이라 많은 관심이 모인 경기였다. 유벤투스는 7연승을 달렸고, 나폴리는 5승 2패가 되며 유벤투스와 승점차가 벌어졌다. 단 7경기 만에 독주 체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경기 주인공은 호날두였다. 호날두는 한 골도 넣지 못했지만 팀의 3골에 모두 관여했다. 전반 26분 호날두의 크로스를 만주키치가 헤딩골로 마무리했다. 후반 4분 호날두의 중거리 슛이 골대 맞고 나오자 만주키치가 밀어 넣었다. 후반 31분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호날두의 헤딩 슛이 빗나가려고 하는 것을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안전하게 골대 안으로 차 넣었다. 호날두는 2도움을 기록했다.

개막 이후 매 경기 조금씩 진행한 전술 실험의 성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유벤투스는 지난 9월 27일 볼로냐전에서 3-5-2 포메이션을 성공적으로 구사한 바 있지만,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포백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가장 강력한 적 나폴리를 상대로 구사한 구사한 4-3-1-2 포메이션이 현재까지는 ‘플랜 A’라고 볼 수 있다. 호날두와 만주키치 투톱을 디발라가 받치는 방식이다. 공격자원 세 명 모두 측면과 중앙, 최전방과 2선을 폭넓게 경험해 봤기 때문에 경기 내내 유연하게 위치를 바꿀 수 있다.

호날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이 경기의 주인공이었다. 골을 제외한 각종 세부 기록에서 이 경기 최고 기록을 남겼다. 호날두는 슛(8회), 유효 슛(5회), 동료에게 만들어 준 슛 찬스(3회) 모두 최고였다. 공격수로서는 이례적으로 최고 패스 성공률(93%)도 기록했다.

한편 호날두는 두 팀 공격진 중 유일하게 공을 빼앗으려는 시도와 가로채기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선수였다. 또한 경기 최다 오프사이드(2회)도 기록했다. 이 점은 호날두가 어느 정도 수비 가담을 하지만, 상대에게 격렬하게 달려들 정도로 힘을 쓰지는 않으며 공격을 위해 에너지를 비축한다는 걸 알려준다. 역습할 때 만주키치보다 먼저 튀어나가는 선수가 호날두라는 점도 분명하다.

지난 시즌까지의 호날두가 겪었던 변화의 방향이 달라졌다. 호날두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합류했던 2003년 당시 현란한 드리블로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윙어였다. 2006/2007시즌부터 득점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고 2007/2008시즌부터는 측면에서 플레이하되 득점왕 수준의 공격력을 가진 선수로 더욱 발전했다.

30대로 들어선 호날두는 득점의 방식도 점차 변화했다. 약 4년 전까지는 ‘마구’에 가까운 중거리 슛을 날릴 수 있는 다리 근력을 갖고 있었다. 반면 레알마드리드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3연속 우승을 차지한 2015~2018년 기간에는 문전 침투를 통한 득점의 비중이 점점 높아졌다. 2선 플레이에 거의 관여하지 않고 골만 넣는 경기도 생겼다. 큰 틀에서 볼 때 나이를 먹을수록 미드필더에서 공격수로 변신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시즌 유벤투스에서 처음 맡은 역할은 심지어 원톱이었다.

반면 지금 호날두는 다시 올라운드 플레이를 하던 시절의 모습을 되찾았다. 팀 환경 변화에 적응한 결과다. 알레그리 감독은 포백 위에 미드필더 세 명으로 수비진을 구축하고, 공격할 때는 호날두 등 3명의 역습에 큰 비중을 둔다. 호날두는 동료 두 명과 자유롭게 위치를 바꾸며 매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레알 시절 마르셀루와 루카 모드리치 등에게 경기 운영을 맡기고 문전 침투 타이밍을 재고 있던 모습을 유벤투스에서 재현하기는 힘들다.

디발라와 만주키치는 호날두가 하기 힘든 임무를 하나씩 분담한다. 디발라는 먼 거리에서 공을 몰고 다니는 역할과 전진 패스 능력을 갖췄다. 역습 상황에서 드리블이나 스루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는 건 호날두보다 낫다. 만주키치는 호날두 대신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공중볼 경합 등 궂은일을 적극적으로 한다. 크게 보면 공격할 때 호날두의 짐을 덜어주는 건 디발라, 수비나 몸싸움 상황에서 호날두의 짐을 덜어주는 건 만주키치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호날두로부터 위협적인 기회가 나면 디발라와 만주키치가 다시 그 수혜자가 된다.

호날두는 33세다. 그러나 퇴장을 당해 어쩔 수 없이 ‘조기 퇴근’했던 경기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유벤투스의 모든 공식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출장시간이 팀에서 가장 길다. 지난 시즌 레알에서 자주 결장하면서 ‘이제 호날두도 출장 시간을 관리해야 할 나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이마저 뛰어넘었다. 34세인 르브론 제임스가 미국 프로농구에서 보여주는 것과 쌍벽을 이루는 신체 나이다.

경기 후 알레그리 감독은 “우리는 미드필드로부터 좋은 패스의 경로를 잘 찾아냈다. 호날두와 디발라가 상대의 수비라인 사이에서 잘 활동했고, 만주키치가 (선발 라인업으로) 복귀해 그들과 합세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호날두는 자신의 축구를 즐기고 있다. 호날두는 다양한 측면을 잘 끌어안았고, 골 만큼 어시스트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호날두의 기록은 3득점 4어시스트다. 세리에A 도움 1위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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