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분데스리가는 아시아 선수들과 가장 밀접한 인연을 맺고 있는 빅 리그다. 냉정한 카메라워크와 뜨거운 서포팅, 수준 높은 경기력이 축구팬들을 유혹한다. 'Football1st'가 2018/2019시즌에도 독일에서 첫 번째로 흥미로운 축구적 순간을 찾아 나섰다. <편집자주>

온드레이 두다가 분데스리가 시즌 초반을 지배하고 있다. 분데스리가에 합류한지 이미 2년 넘게 지났지만, 부상으로 허비한 시간이 길었던 ‘중고 신인’이 득점 1위에 오르며 리그 판도를 흔들고 있다. 두다의 활약에 힘입어 헤르타BSC가 바이에른뮌헨을 선두에서 끌어내렸다.

지난 9월 29일(한국시간) 분데스리가 6라운드에서 헤르타가 바이에른을 2-0으로 꺾었다. 베다드 이비세비치, 두다가 연속골을 넣었다. 돌풍의 팀 헤르타는 승점 13점으로 3위에 올랐고, 바이에른 역시 13점인 가운데 2위로 떨어졌다. 6라운드 승리를 거둔 보루시아도르트문트가 승점 14점으로 선두에 올랐다. 바이에른은 7년 동안 이어 온 옥토버페스트(맥주 축제) 기간 무패 기록이 멈췄다.

두다의 골은 전반 44분 나왔다. 헤르타의 오른쪽 측면 공격을 맡는 살로몬 칼루와 발렌티노 라자로의 콤비 플레이가 먹혔고, 라자로의 패스를 두다가 논스톱 슛으로 마무리했다.

선제골도 두다의 발에서 시작됐다. 헤르타의 역습 상황에서 패스를 받은 두다는 하프라인에서 가볍게 공을 받고 돌아서며 티아구 알칸타라를 따돌렸다. 전방을 흘끗 본 두다가 찍어 찬 롱 패스가 이비세비치의 헤딩골로 이어졌고, 이어진 상황에서 살로몬 칼루가 제롬 보아텡에게서 패널티킥을 따냈다.

두다는 공을 많이 잡지 않았고 패스 성공률이 67%에 불과했다. 그러나 플레이가 치명적이었다. 결정적인 상황을 이끌어내는 두다의 특징이 잘 드러난 경기였다.

 

자신감과 창의성 겸비한 ‘두디뉴'

두다는 슬로바키아 구단 코시체에서 데뷔했고, 폴란드 명문 레지아바르샤바에서 2년 반을 보낸 뒤 2016년 여름 헤르타에 합류했다. 계약서에 사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하며 첫 시즌을 대부분 놓쳤다. 두다는 2016/2017시즌 겨우 세 번 교체 투입되는데 그쳤다. 2017/2018시즌에도 선발 출장은 단 9회였고, 총 746분을 소화한 것이 전부였다.

독일로 오기 전, 두다는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뛰어난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남미 선수와 같은 기술을 지녔기 때문에 분데스리가 입성 전부터 ‘두디뉴’ ‘온드레이 디마리아’ 등의 별명이 붙었다. 슬로바키아 대표팀에서는 가짜 9번에 가까운 최전방 공격수도 소화했다.

이번 시즌부터 전력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두다는 헤르타의 공격력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두다가 기록한 5골, 그리고 어시스트로 기록되지 않은 창의적인 플레이를 통해 헤르타는 현재까지 경기당 2.0골(총 12골)을 기록 중이다. 다득점 2위에 해당하는 공격력이다. 동료 공격수 이비세비치가 4골을 넣었기 때문에 헤르타는 득점 1위와 2위를 모두 가진 팀이 됐다. 4승 1무 1패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동안 샬케04, 바이에른 등 어려운 상대를 꺾었다.

상대 예상을 깨는 플레이로 득점 기회를 만든다는 점에서 두다는 고전적인 공격형 미드필더의 자질을 갖춘 선수다. 팔 다르다이 감독은 “두다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놀라운 패스를 할 줄 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와 정확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패스미스가 뒤따르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선수가 소심하게 숨어버리는 게 문제인데, 두다는 그러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기술뿐 아니라 담력을 갖췄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플레이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두다 역시 최근 활약이 자신감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매 경기 선발로 뛴다는 건 새롭다. 내겐 아주 중요한 일이다. 선수는 뛰어야 자신감이 생긴다”

두다는 공을 잡지 않았을 때도 팀 전술을 잘 소화한다. 동료 윙어 라자로는 지난 2라운드 샬케04전 승리 이후 “우리 팀의 경기 방식은 두다와 완벽하게 어울린다. 두다의 역할은 제바스티안 루디의 빌드업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공간이 열렸다”라고 말한 바 있다. 팀의 요구에 따라 최전방부터 중앙 미드필더까지 다양한 위치,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 역시 두다의 장점이다. 아직 24세인 두다는 발전할 여지도 더 남아 있는 선수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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