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시대 이후 경질의 법칙은?

[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깊은 수렁에 빠졌다.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1992/1993 시즌 이래 최악의 초반 성적을 내고 있다.

맨유는 2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런던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웨스트햄유나이티드와의 2018/2019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7라운드에서 1-3으로 패했다. 3승 1무 3패 승점 3점으로 리그 10위를 기록했다.

EPL 출범 후 최악의 7라운드 성적
지난 시즌 2위를 기록한 맨유는 올 시즌에도 상위권을 노렸다. 하지만 개막 후 초라한 모습만 보였다. 13회 우승으로 EPL 최다 우승 기록 보유 팀이라는 사실은 과거의 일에 불과했다. ‘최악’이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됐다. 

7라운드 성적은 EPL 출범 후 최악이다. 승점 10점 골득실 -2점을 기록 중이다. 지금까지 최악의 기록은 2013/2014 시즌 승점 10점 골득실 +1점이었다. 당시 맨유는 시즌 최종 7위를 기록하며 유럽 대항전 출전권도 잃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사임한 후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시절로, 시즌 종료 직전 경질된 바 있다. 

차악의 성적은 2002/2003 시즌이다. 7라운드까지 승점 11점, 골득실 +1점의 참담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당시 지휘봉을 잡던 퍼거슨 감독은 극적인 반전 드라마로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위 아스널과의 승점차는 5점이었다. 

악화되는 여론, 무리뉴는 정말 경질될까? 
성적이 흔들리자 자연스럽게 무리뉴 감독의 경질설이 대두됐다. 현역 시절 레전드 출신으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는 폴 스콜스, 리오 퍼디난드, 앨런 시어러 등은 무리뉴 감독이 조만간 경질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력한 후임으로 거론되는 지네딘 지단이 런던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 ‘맨유가 지단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메일, 타임즈, 스카이스포츠 유력 매체들 역시 웨스트햄전 후 일 주일 이내 경질 가능성을 보도하고 나섰다. 그간 무리뉴 감독을 든든하게 지켰던 맨유의 경영진 역시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다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뉴 감독을 옹호했던 팬들 역시 일부 마음을 돌리고 있다.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상황이다.

맨유의 감독 경질 패턴…모예스와 판 할은 어땠나?
하지만 당장 맨유가 당장 감독 교체를 단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감독 교체가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감독 교체 후에도 상황에 변하지 않는다면 화살은 경영진 혹은 구단주인 글레이저 가문을 겨냥할 전망이다. 맨유의 강성 팬들은 여전히 글레이저 가문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난 여름이적시장에서의 부진한 영입 원인에 대해 무리뉴 감독 보다 경영진 혹은 상부로 보고 있다. 

퍼거슨 감독 시대 이후 전례를 살펴보면 모예스 감독, 루이스 판 할 감독은 모두 맨유의 성적이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산술적 근거가 마련됐을 때 경질이 결정됐다. 극적 반전이 펼쳐져 무리뉴 감독이 위기를 끝내고 지난 2002/2003 시즌의 우승의 영광을 재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맨유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지난 1월 무리뉴 감독과 2020년 6월까지 재계약을 체결했다. 연간 1350만 파운드(약 196억 원)의 연봉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질할 경우 최소 300억 원 이상을 쓰고, 새 감독 영입에도 상당한 금액을 쓸 수 밖에 없다. 이는 경영진에게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10월 A매치 이전 2경기에서 분위기 반전해야
당장의 관건은 10월 A매치 기간 전까지 남은 2경기다. 맨유는 2일 발렌시아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 6일 뉴캐슬과의 리그 8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있다. 맨유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영보이스를 상대로 원정 3-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리그에서는 주춤했지만 챔피언스리그에 대한 희망을 주며 분위기를 반전시킨 기회였다. 발렌시아는 영보이스에 비해 높은 경기력을 가지고 있지만 올 시즌 리그에서 1승 5무 1패로 부진하다. 뉴캐슬 역시 리그 최하위권이다. 맨유가 A매치 기간 전까지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팀을 정비할 시간이 있다면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이후 일정은 다소 힘겹다. 첼시, 유벤투스, 에버턴, 본머스, 유벤투스, 맨체스터시티를 차례로 만나다. 이후에는 박싱데이 일정이 서서히 다가온다. 12월에는 아스널, 리버풀 등의 강팀들도 대기하고 있다. 물론 카라바오컵에서 일찌감치 탈락하며 경기 일정 및 선수단 운영의 폭은 넓어졌지만 남은 대회에서의 성적이 절실한 상황이다. 물론 맨유가 만약 10월 A매치 기간 이전에 연이어 패배를 기록한다면 극약처방의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무리뉴 감독은 흔들리는 선수단을 장악하고 당장 결과를 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