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외박을 받은 박지수(24, 경남FC)가 늦은 점심식사를 하려던 순간 전화기가 쉴 새 없이 울렸다. 생애 첫 A대표팀 발탁을 축하하는 지인들의 연락에 박지수의 늦은 식사는 더 늦어졌다.

1일 대한축구협회는 ‘벤투호 2기’ A매치 명단 25명을 발표했다. 한국은 12일 우루과이, 16일 파나마와 친선경기 2연전을 치른다. 이번 명단은 지난 9월 소집명단과 달리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선택이 반영됐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9월과 비교해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몇몇 포지션에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 가장 의외의 발탁은 경남FC 센터백 박지수다. 박지수는 태극마크와 거리가 먼 선수였다. 2009년 당시 U-17 대표팀에 발탁돼 ‘2009 도요타 국제청소년축구대회’ 2경기에 나선 것이 대표 경력의 전부다. K리그1 2위를 달리고 있는 경남의 주전 수비수지만 대표팀 후보로 거론되던 이름은 아니었다.

생애 첫 A대표팀 발탁 소식에 당사자 박지수도 얼떨떨한 건 마찬가지였다. 박지수는 주말 경기를 마치고 외박을 받았다. 밖에 나와 늦은 점심을 먹으려던 와중에 여기저기서 축하연락이 와서 자신이 국가대표가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박지수는 ‘풋볼리스트’와 통화에서 “깜짝 놀랐다”라고 말했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지난 달 22일 열린 경남과 FC서울의 경기를 관전했다. 박지수도 이날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을 보러 오는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저희 팀 코치님이 대표팀에서 온다니까 경기 준비 잘하고 말씀하셨었어요. 저는 당연히 (최)영준이형을 보러 온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저를 보러 왔다고는 전혀 예상 못했었어요. 그날 경기력도 평소보다 안 좋아서 아예 기대 안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뽑히니까 얼떨떨하네요.”

벤투 감독은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팀에 근접한 선수들이라고 판단해서 선발했다”라며 “우리가 관찰한 기간 동안 우리가 원하는 캐릭터를 가진 선수고 기술적으로 좋은 선수라고 봤다”라고 박지수를 평가했다.

박지수는 184cm의 큰 신장에도 스피드를 갖춘 선수다. 상대 공격수를 끈질기게 따라가 볼은 끊어내는 근성도 지녔다. 이제 박지수는 장현수, 정승현, 김영권 등 자신보다 이름값도 높고 경험도 많은 선수들과 경쟁해야 한다. 박지수는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와 스피드가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다 보여주고 오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박지수는 힘든 시간을 거쳐 K리그1 2위팀의 주전 수비수로 성장한 선수다. 그는 인천유나이티드 산하 유소년팀에서 축구를 했다. 첫 프로팀도 인천이었다. 우선 지명을 통해 2년 계약을 맺고 입단했지만 1년 만에 방출 통보를 받았다. 방출 후 방황을 하던 그는 K3리그 의정부FC에 입단하며 다시 축구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경남과의 연습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테스트를 거쳐 당시 2부리그에 있던 경남에 입단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명단에 뽑힌 선수 중 친분이 있는 선수도 없다. 박지수는 “아는 선수가 아무도 없다. 정승현 선수와 그냥 인사만 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K3리그를 거쳐 K리그2로, 이제는 K리그1팀의 주축 수비수로 성장한 그의 다음 목표는 A매치 데뷔다.

“A대표팀이 배우는 자리는 아니지만, 배운다는 입장으로 들어가서 잘 적응하겠다. 정말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K3리그와 K리그2를 차례로 거쳐서 K리그1에서 뛰고 있다. 이제는 대표팀에서 경기에 나서는 걸 목표로 잡겠다. 내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겠다.”

 

10월 대한민국 A매치 선발 명단(총 25명)

골키퍼 : 김승규(빗셀고베), 김진현(세레소오사카), 조현우(대구FC)

수비수 : 김영권(광저우헝다), 정승현(가시마앤틀러스), 장현수(FC도쿄), 김민재, 이용(이상 전북현대), 박지수(경남FC), 김문환(부산아이파크), 홍철(수원삼성), 박주호(울산현대)

미드필더 : 황인범(대전시티즌), 기성용(뉴캐슬), 정우영(알사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남태희(알두하일), 이진현(포항스틸러스), 이승우(엘라스베로나)

공격수 : 이재성(홀슈타인킬), 손흥민(토트넘홋스퍼), 문선민(인천유나이티드), 황희찬(함부르크), 석현준(스타드랭스), 황의조(감바오사카)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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