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2018/2019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가장 돋보이는 감독이다. 첼시를 6라운드까지 5승 1무로 이끌고 카라바오컵(리그컵)에서 리버풀을 꺾는 등 결과가 눈에 띈다. 더 대단한 건 경기 내용이다. 수비적인 이미지의 첼시를 공격적이고 주도적인 팀으로 변신시켰다.

영국 'BBC‘는 EPL 7라운드를 앞두고 있는 첼시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했다. 첼시는 30일(한국시간) 홈 구장 스탬포드 브리지로 리버풀을 불러들인다. 현재까지 유일하게 전승을 달리고 있는 선두 리버풀, 5승 1무로 2위에 올라 있는 첼시의 대결은 시즌 초 최대 빅 매치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첼시의 극적인 변화에 가장 놀란 사람 중 하나다. 클롭은 “그렇게 짧은 시간과 공간이 주어졌는데도 내가 본 것 중 가장 큰 변화를 이뤄냈다. 팀의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감탄사를 함께 내뱉었다. BBC가 소개한 ’사리의 비결‘을 정리했다.

 

훈련장에 살다시피 하며 ‘하루 48시간 업무’

사리가 인정 받은 첫 번째 비결은 엄청나게 열정적인 업무 태도다. 이탈리아 일간지 ‘가체타 델로 스포르트’의 런던 주재원인 스테파노 볼디니 기자는 “콘테가 하루에 24시간을 일한다면 사리는 48시간을 일한다고 할 수 있다”는 표현으로 사리가 얼마나 일 중독자인지 전했다.

사리는 첼시 훈련장에서 매일 14시간씩 상주하며 꼼꼼하고 구체적인 훈련을 준비한다. 또한 첼시 지휘봉을 잡기로 결정된 뒤 처음 두 달 동안, 사리는 매일 10시간에서 14시간을 투자해 컴퓨터의 전술 분석 시스템이나 경기 영상을 보며 잉글랜드 축구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리는 자신의 전술을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지도하는 전문성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첼시 내부적으로 사리에 대한 평가는 첫 경기 이전부터 이미 높았다. 사리는 독보적인 전략가로 인정받고 있다.

 

외모와 달리 부드러운 리더십

사리는 첼시에 오기 전부터 있었던 완고하고 고집불통인 이미지와 달리 사교적인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출신인 안토니오 콘테 전 감독과 대조적이다. 콘테는 선수 영입 문제로 구단 경영진과 대립각을 세웠다. 반면 사리는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마리나 그라노프스카야 디렉터와 좋은 관계를 형성했다. 구단은 사리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선수 영입 요구를 최대한 들어줬다. 나폴리 시절 축구를 재현하기 위한 핵심 선수 조르지뉴 영입에 5,000만 파운드(약 725억 원)를 투자했다.

사리는 선수들과 코치들에게도 부드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볼디니 기자는 “콘테는 아주 수직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갖고 있다. 콘테의 팀에 우두머리는 콘테 한 명뿐이어야 한다. 사리는 열린 사람이다. 사리는 매일 코치들과 대화를 나눈 끝에 의사결정을 한다. 선수들과도 대화를 하는 사람이다”라고 전했다.

“콘테는 ‘내가 우두머리고 내가 결정한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사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가 우두머리지만 너와 토의할 거야’라고.“

콘테는 독재자에 가깝다. 선수와 감독 사이의 알력이 심한 첼시에서 콘테의 방식은 시한폭탄과 같았다. 결국 지난 2017/2018시즌 갈등이 표면으로 불거졌다. 윌리안은 공개적으로 콘테가 떠나지 않았으면 자기가 떠났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리는 선수들과 늘 대화할 수 있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아이스크림 먹어도 돼, 너희들을 믿으니까’

사리는 첼시의 각종 규율을 느슨하게 만드는 것으로 선수들에 대한 신뢰를 표현했다. 콘테 시절에는 식이요법이 엄격한 편이었다. 반면 사리가 부임한 뒤, 그동안 금지됐던 케첩, 소금, 버터가 다시 선수들의 테이블 위에 비치됐다. 선수들이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케익과 아이스크림이 제공되기도 한다.

사리는 ‘선수들이 훈련장에 오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훈련해야 한다’라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선수들이 즐길 수 있는 요소를 훈련장에 마련했다.

선수들을 신뢰한다는 사리의 일관된 원칙은 홈 경기 전날 루틴도 바꿨다. 콘테뿐 아니라 최근 첼시 감독들은 선수들을 홈 경기 하루 전 소집하곤 했다. 경기 전날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선수들을 소집한 다음 호텔로 데려가저녁 식사와 미팅이 끝난 뒤 방으로 돌려보냈다. 경기 당일에는 산책이나 스트레칭 시간을 가졌다. 선수들은 종종 시간낭비라는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사리는 선수들을 신뢰한다는 원칙에 기반해 홈 경기 전날에는 선수들을 소집하지 않는다. 선수들은 가족과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전진 빌드업, 소유, 재탈취 중시하는 ‘사리볼’

영국에서 ‘사리볼’로 불리고, 이탈리아에서는 ‘사리시모’라고 불리는 사리 감독 특유의 공격적인 축구를 빠르게 선수단에 이식한 것이 리더십을 구축하는데 결정적이었다. 첼시는 2000년대 주제 무리뉴 감독, 최근의 콘테 감독 등 수비적인 감독이 이끌 때 성과가 좋았다. 수비적인 전통이 있기 때문에 사리 감독이 나폴리 시절 보여준 ‘토털 풋볼’이 잘 녹아들지 미지수였다.

사리는 첼시를 바꾸는데 성공했다. 여러 기록이 이 점을 증명한다. 첼시가 공을 소유하며 공격을 시작할 때 위치가 바뀌었다. 지난해는 자신들의 골대에서 40.9m 떨어진 곳에서 공격이 시작된 것과 달리, 이번 시즌에는 44.1m 떨어진 곳에서 공격을 시작한다. 지난 시즌에는 리그 8위에 불과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맨체스터시티에 이어 리그 2위다. 그만큼 첼시가 상대 진영과 가까운 곳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팀이 됐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 시즌보다 과감한 위치 선정을 하기 때문에, 상대팀은 공수 전환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첼시의 상대팀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평균적으로 10.13m의 여유 공간을 가졌는데, 이는 현재까지 EPL에서 가장 좁은 공간이다. 그만큼 상대팀이 공격을 시작할 때부터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현재 첼시의 장점이다. 지난 시즌 기록은 12.8m로서 리그 8위에 불과했다.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는 “나는 최대한 앞쪽에서 수비하는 걸 선호한다”며 사리의 전술에 찬성했다. 또한 “사리가 주문사항을 매우 분명하게 이야기해준다. 또 매 경기에 앞서 우리가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게 뭔지 함께 분석한다. 이런 과정이 선수들에게는 도움이 된다”며 사리가 자신의 전술을 구현할 실행능력도 갖췄다고 말했다.

첼시는 공 소유 능력 역시 지난 시즌보다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이번 시즌 조르지뉴는 웨스트햄전에서 패스 180회를 기록했다. 축구 통계 업체 ‘OPTA’가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다 기록이다. 팀 전체를 봐도 패스 횟수가 크게 늘어났다. 지난 시즌, 첼시가 10번 이상의 패스로 전개한 공격은 경기당 평균 14회였다. 이번 시즌에는 25회다. 1위 맨시티와 거의 비슷한 수치로 이 부문 2위를 기록 중이다. 아스널보다는 두 배나 많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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