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2018/2019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몸값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25분의 1 수준이지만 골은 두 배 넘게 넣은 공격수가 있다. 세리에A에서 현재까지 매 경기 골을 몰아치며 득점 1위에 올라 있는 크지슈토프 피옹테크다.

승격팀 프로시노네를 상대로 피옹테크의 득점력은 또 빛났다. 9월 39일(한국시간) 원정 경기에서 전반 33분과 36분에 연속골을 넣어 제노아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피옹테크는 세리에A 데뷔 이후 전 경기 득점, 총 6경기 8골을 기록했다. 이탈리아 무대 데뷔전이었던 코파이탈리아 레체전에서는 네 골을 폭발시키며 4-0 대승을 이끈 바 있다. 즉 이탈리아 공식전 기록은 7경기 12골이다.

세리에A에 데뷔해 6경기 8골을 넣은 건 1949/1950시즌 아탈란타 소속이었던 칼 아게 한센 이후 68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시즌 제노아의 11득점 중 피옹테크의 비중은 약 73%나 된다. 또한 피옹테크가 지금 득점을 멈추더라도 지난 시즌 제노아 최다득점에 해당한다. 지난 시즌 제노아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6골을 넣은 잔루카 라파둘라였다.

이 정도로 폭발적인 득점 행진을 예상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피옹테크는 느리게 성장해 온 선수다. 2014/2015시즌 폴란드 2부 8골, 2015/2016시즌 폴란드 1부 6골을 기록했다. 폴란드에서도 약체였던 자글레비에루빈 소속으로 남긴 기록이다. 이를 보고 폴란드 중견 강호 카르코비아크라코프가 피옹테크를 영입했다. 피옹테크는 첫 시즌 11골, 두 번째 시즌 21골을 넣었다. 21골은 당시 폴란드 리그 득점 3위에 해당했다. 여전히 빅 리그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한 수치였다.

제노아는 무명에 가까운 피옹테크를 영입하기 위해 단 400만 유로(약 52억 원)를 썼다. 효과는 굉장했다. 제노아와 피옹테크의 계약기간은 4년이다. 이미 바르셀로나 이적설이 났다. 피옹테크는 “이번 시즌 초반은 아주 좋다. 그러나 이적설이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다음 경기만 신경 쓸 뿐”이라고 반응했다. 또한 폴란드 대표팀 선배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비교되는 건 “난 레반도프스키에 견줄 수 없는 선수다. 그는 바이에른뮌헨에 있고 나는 제노아에 있지 않나”라고 받아넘겼다.

플레이 스타일을 구체적으로 보면 레반도프스키와 차이가 있다. 피옹테크는 183cm로 그리 큰 키는 아니지만 탄탄하고 균형이 잘 잡힌 근육질 몸으로 기세 좋게 돌진하며 헤딩슛과 발로 하는 슛에 모두 강점을 보인다. 스루 패스를 받을 때 배후 침투하는 타이밍이 좋고, 슛에 앞선 동작이 간결하다. 슛이 정확하게 구석을 찌른다는 것도 특징이다. 레반도프스키만큼 부드러운 기술을 갖진 못했지만 좀 더 직선적인 골잡이다.

피옹테크는 특유의 골 세리머니도 갖고 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두 팔을 교차시키고 손으로 쌍권총 모양을 만든 뒤 양쪽으로 두 번씩 쏘는 것이다. 폴란드에서는 공격수를 총잡이에 자주 비유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세리머니다. 영국 ‘가디언’지는 세리머니와 플레이스타일을 종합할 때 왕년의 스타 가브리엘 바티스투타와 비슷한 선수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피옹테크는 레반도프스키와 같은 2선 플레이 능력을 갖지 못했고, 골을 넣는 것이 유일한 특기라는 스스로도 걸 잘 알고 있다. 피옹테크는 “이탈리아에는 공이 자신에게 오도록 만드는 듯 한 공격수들이 있었다. 필리포 인차기처럼 말이다. 나도 그런 방식으로 축구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피옹테크는 여전히 소박하다. 제노아 동료 중 노장 공격수 고란 판데프는 피옹테크가 ‘피파’ 게임에서 인테르밀란을 고르면 자주 플레이하던 선수다. 판데프와 함께 뛴다는 것이 신기하다.

상승세를 탄 건 피옹테크 한 명만이 아니다. 투톱 파트너인 크리스티안 쿠아메도 덩달아 좋은 활약 중이다.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20세 유망주인 쿠아메는 피옹테크를 보좌하는 역할을 하며 1골 2도움을 올렸다. 또한 24세 수비수 다비데 비라스키 등 젊은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제노아는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를 이뤄가고 있다. 판데프도 2골을 넣으며 나름대로 팀에 공헌하고 있다. 러시아 경력을 마치고 친정팀으로 돌아온 스타 수비수 도메니코 크리시토는 3도움으로 공격을 지원해 왔다. 6위 제노아는 여전히 잠재력이 큰 팀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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