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2018/2019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마침내 유벤투스의 ‘굴러들어온 현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박혀 있던 미래’ 파울로 디발라가 효과적인 공존의 가능성을 보였다. 호날두와 디발라를 투톱으로 기용한 경기에서 두 선수가 각각 도움과 득점을 기록했다. 수비 숫자를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바꾼 것이 투톱의 활약으로 이어졌다.

유벤투스는 27일(한국시간) 토리노에 위치한 홈 구장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6라운드에서 볼로냐를 2-0으로 꺾었다. 전반 11분 디발라, 후반 16분 블래즈 마튀디가 골을 넣었다. 마튀디의 골은 호날두의 어시스트로 기록됐다.

유벤투스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포함 앞선 6경기 모두 호날두를 선발로 기용하며 다양한 전술 실험을 했다. 세계 30대 선수 최고 이적료를 경신한 호날두를 잘 활용하는 건 기량이 떨어지기 전 1, 2년 사이에 유벤투스가 UCL 우승을 차지하기 위함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볼로냐전에서 유벤투스는 시즌 처음으로 스리백을 섰다. 마티아 페린 골키퍼 앞을 메드히 베나티아, 레오나르도 보누치, 안드레아 바르찰리가 지켰다. 좌우 윙백은 주앙 칸셀루와 후안 콰드라도가 맡았다. 중앙 미드필더로 마튀디, 미랄렘 퍄니치,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섰다. 호날두와 디발라가 투톱이었다.

유벤투스는 그동안 4-2-3-1, 4-3-3, 4-3-1-2, 4-4-2 등 호날두를 활용하기 위한 온갖 실험을 했다. 이번엔 스리백이었다. 호날두를 위해 희생하는 역할을 맡아 온 마리오 만주키치 대신 또 한 명의 슈퍼스타 디발라를 동시에 살릴 가능성을 모색했다.

 

디발라 살린 3-5-2 도입

디발라는 처음 스타로 발돋움한 2014/2015시즌 팔레르모에서 3-5-2의 투톱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당시 팔레르모 투톱은 디발라와 프랑코 바스케스(현 세비야)였다. 기민한 두 테크니션은 자유분방하게 상대 진영을 헤집고 다니며 맹활약했다. 바스케스가 10골, 디발라가 13골을 터뜨렸고 득점 이상의 영향력도 보였다.

유벤투스에서도 디발라는 3-5-2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왼발잡이 디발라는 기본적으로 오른쪽 측면과 중앙을 오갔다. 오른발잡이 호날두는 왼쪽 측면과 중앙을 오갔다. 두 선수의 동선이 조화로웠다. 그러면서도 디발라는 종종 호날두 근처에서 패스를 받기 위해 왼쪽까지 이동하는 등 과거와 달라진 헌신적인 플레이까지 했다.

수비 가담 측면에서도 디발라의 플레이는 칭찬받을 만했다. 디발라는 상대 골키퍼 우카쉬 스크룹스키를 압박해 거의 공을 빼앗을 뻔했고, 상대 속공을 지연시키기 위해 수비 진영까지 재빨리 후퇴하는 등 여러모로 팀 플레이에 신경을 썼다.

공수 양면에서 디발라가 살아난 건 더 높은 자유도가 주어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3-5-2의 투톱은 상대 진영 전체를 휘젓고 다녀도 될 정도로 책임과 자유가 모두 크다. 디발라는 특정 위치에 얽매이지 않고 상대 진영을 쏘다녔다. 그 결과 미드필더 전원보다 디발라의 개인 점유율(7.8%)이 높을 정도로 경기에 자주 관여했다. 디발라는 어시스트만 없을 뿐 동료의 슛으로 이어진 패스는 이 경기 최다인 6회를 기록했다.

 

유벤투스의 강력한 왼쪽 공격, 반면 애매한 오른쪽 공격과 퍄니치

이날 유벤투스의 경기 운영은 왼쪽 측면에 치우쳐 있었다. 미드필더 중 왼쪽 윙 플레이까지 할 줄 아는 마튀디, 공격수 중 왼쪽으로 빠지는 걸 즐기는 호날두가 합세해 칸셀루와 함께 볼로냐의 오른쪽 수비를 마구 두들겼다. 칸셀루는 원래 라이트백인 오른발잡이 윙백이다. 측면에서부터 중앙으로 공을 몰고 들어가며 슛도 두 번이나 날렸다. 윙백이 중앙으로 침투하고, 중앙 미드필더가 측면으로 침투하는 통에 볼로냐 수비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골도 이 과정을 통해 터졌다. 후방에서 차근차근 빌드업한 뒤 보누치가 정확한 롱 패스를 날렸다. 디발라는 이 패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어느새 최전방까지 침투한 마튀디가 노마크 상태에서 슛을 했다. 이 슛이 스크룹스키에게 막히자 디발라가 오른발로 급하게 밀어 넣었다.

두 번째 골은 디발라가 동료들과 공을 주고받으며 재빨리 왼쪽으로 올라간 뒤 크로스를 날리며 시작됐다. 호날두가 이 크로스를 제대로 된 슛으로 연결하지 못했고, 대신 중앙으로 흐른 공을 이번에도 마튀디가 차 넣었다.

반면 오른쪽 측면은 왼쪽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 공격력이 뛰어난 윙백 콰드라도 한 명만으로는 왼쪽의 ‘집단 공격 체제’만큼 시너지 효과를 내기 힘들었다. 또한 중앙 미드필더 퍄니치의 역할도 불분명했다. 디발라, 칸셀루, 마튀디가 스리백 전술의 수혜자라면 퍄니치는 조금 입장이 애매했다고 볼 수 있다.

 

나폴리전이 다가온다

경기 후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전반전에 기술적으로 좋은 플레이를 했다. 후반전에는 경기장 외곽을 지나치게 많이 썼고 중앙으로 잘 진입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스리백을 쓴 이유에 대해서는 먼저 “부상당한 선수가 많고 몇몇에게 휴식을 줘야 했다. 그래서 칸셀루와 콰드라도를 기용해 측면을 벌리려고 했다. 포백으로 돌아갈 것이고, 상황에 따라 다시 스리백을 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동안 주전으로 뛰어 온 보이치에흐 슈쳉스니 골키퍼, 센터백 조르조 키엘리니, 레프트백 알렉스 산드루, 중앙 미드필더 엠레 찬,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가 이번 변화를 통해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비신사적 행위로 징계 중인 더글라스 코스타의 공백을 메우는 효과도 있었다.

퇴장 당한 UCL 발렌시아전을 제외하고 계속 풀타임을 소화하며 강행군 중인 호날두에 대해 알레그리 감독은 “후반전에 호날두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지만 그는 뛰고 득점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했다. 이탈리아에서 뛰는 건 조금 더 힘든 일이기에 현재까지 호날두가 보여준 모습에 만족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득점에 실패했지만, 알레그리 감독은 호날두에 대한 강한 신뢰를 밝혔다. 알레그리 감독은 “호날두는 공을 다루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이런 디테일이 그를 챔피언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디발라는 “골이 내게 예전과 같은 자신감을 돌려줬으면 한다”고 말하며 “이런 경기력을 되찾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선수의 경기력이 나쁠 때 팬들이 더 많은 걸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호날두와의 관계는 훈련과 경기를 통해 개선되고 있다. 우리는 골을 만들고 싶은 열망이 크다. 그러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만 나는 팀을 위해 뛰는 것이며 승리할 수 있다면 누가 득점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알레그리 감독의 말처럼 앞으로 유벤투스가 줄곧 3-5-2 포메이션을 쓸 가능성은 낮다. 그러기에는 코스타,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 마리오 만주키치 등 다른 공격자원들이 잉여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 반면 보누치가 영입되며 수비 숫자 역시 많아졌다는 점, 보누치가 가세한 유벤투스 스리백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점, 무엇보다 이날 보여준 호날두와 디발라의 공존 가능성 등은 스리백이 자주 이용될 거라는 전망을 내놓게 한다.

유벤투스는 빅 매치를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 6전 전승을 거둔 유벤투스, 5승 1패로 바짝 추격 중인 나폴리의 대결이 오는 30일 유벤투스의 홈 경기로 열린다. 알레그리 감독은 ”대단한 경기가 될 것이다. 아직 내 머릿속에는 라인업이 없지만, 금요일 훈련에서 모든 선수를 모아놓고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