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현재 K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공격수 말컹은 스테판 커리를 만나고, 데얀의 득점 기록을 갈아치우는 꿈을 꾼다.

말컹은 26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0라운드에서 두 골을 넣었다. 팀은 대구FC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경남은 승리를 놓친 대신 말컹의 명장면으로 화제를 모았다. 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으로 24호골을 넣은 말컹은 꾸준한 슛으로 대구 골문을 노리다 후반 26분 사고를 쳤다. 쿠니모토가 올려준 공의 낙하지점을 향해 뒷걸음질 치던 말컹이 가슴 트래핑으로 공을 받은 뒤 그대로 몸을 던졌다. 골대를 등지고 있던 말컹이 몸을 공중으로 띄워 오른발 시저스킥을 날렸고, 이 공은 조현우가 손쓸 새 없이 골문 구석에 꽂혔다.

말컹은 득점 2위 제리치(23골)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현재까지 26경기에서 25골을 넣은 말컹은 경기당 0.96득점의 뛰어난 득점 추이를 유지하고 있다. 득점 순위 상위 20명 중 말컹보다 경기당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는 없다. 매 경기 풀타임을 소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당 득점으로 계산하면 약 70분마다 한 골씩을 넣었다는 점에서 가치가 더 크다.

말컹의 골은 순도가 높다. 말컹은 대승을 거두는 경기에서 한두 골을 더하거나, 대패하는 경기에서 승부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골을 넣는 경우가 드물다. 말컹은 15경기에서 득점했다. 그 중 말컹의 골이 아니었으면 결과가 바뀌었을 경기가 12차례다. 말컹의 골을 빼도 경기 결과가 그대로인 경기는 단 3회에 불과하다.

최근 득점력이 더욱 살아났다는 점도 무섭다. 말컹은 개막 이후 3경기 동안 6골을 몰아쳤을 때 이후로 여름 휴식기까지 그리 압도적인 공격수는 아니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 기간 동안 브라질에서 컨디션 관리를 하고 체형을 가다듬은 말컹은 여름 들어 더욱 폭발적인 득점력을 터뜨렸고, 그 기세는 가을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자신이 출장한 7경기에서 10골을 몰아쳤다. 심지어 그중 세 번은 교체 투입됐다.

말컹은 지난해 역시 초여름부터 침묵을 지키다 8월에 득점포가 다시 터지기 시작한 전례가 있다. 지난해 8월 19일부터 10월 8일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치기까지 9경기에서 11골을 몰아쳤고, 이 기세로 결국 K리그2(당시 K리그 챌린지) 득점왕을 차지했다.

말컹이 경기당 한 골에 가까운 현재 득점력을 끝까지 유지할 경우 총 32골에서 33골 정도로 시즌을 마칠 수 있다. 이 기록은 K리그 역대 최다골 득점왕에 해당한다. 기존 기록은 2012년 데얀(FC서울)이 기록한 31골이다. 당시 정규리그가 총 42경기였기 때문에 38라운드인 현재 체제에서 기록을 깬다면 의미가 더 크다.

다만 현재로서는 단순한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7월 한때 말컹보다 득점력이 더 좋았던 제리치(강원FC) 역시 역대 최다골 득점왕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이후 골을 쌓아나가는 속도가 떨어지며 현재는 뒤쳐진 상태다.

말컹은 데얀의 기록을 의식하고 있다. 말컹의 대리인인 신지호 추즈스포츠 대표는 “말컹은 돈보다 명예,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에 대한 욕심이 강하다. 데얀의 득점 기록이 얼마인지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자신이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 K리그 역사에 이름을 올리고 싶어 한다”라고 말했다.

말컹에겐 단계별 목표도 있었다. 말컹은 이번 시즌 개막전 해트트릭 내기를 걸어 신 대표에게 맥북프로 노트북을 타내는 등 주변 사람들과의 내기를 통해 경기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곤 한다. 올해 초 주변 인물 3명과 각각 다른 득점 내기를 걸었다. 경남 관계자와는 지난해 골과 같은 22골을 넣을 경우 전자기기를 하나 받기로 했다. 이 내기는 이미 승리했다. 조기호 경남 대표이사에게는 25골을 넣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인 내기 조건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적당한 선물을 달라고 말컹이 요구할 분위기다.

30골을 넣을 경우,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프로농구(NBA) 팀 골든스테이트워리어스 홈 경기를 보러 가기로 했다. 말컹은 어렸을 때 농구 선수였고, 지금도 광적인 농구 팬이다. 현재 최강팀인 골든스테이트 경기를 최대한 챙겨본다. 자신뿐 아니라 동료 선수들 머리에도 골든스테이트 모자를 씌워줄 정도로 팬심(心)이 깊다. 골든스테이트 홈 경기를 직접 보는 건 말컹이 오래 전부터 밝혀 온 자신의 꿈이었다. 그 꿈을 내기로 건 것이다.

30골에서 단 2골만 추가하면 데얀의 기록을 깰 수 있다는 것도 말컹은 알고 있다. 신 대표는 “브라질에서 온 피지컬 트레이너 하파엘의 도움으로 몸 상태가 잘 유지되고 있다. 개인적인 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 해결된 상태다. 동기부여가 잘 돼 있는 걸로 안다”라고 말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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