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부임 후 2번째 경기를 앞두고 있지만 파울루 벤투 한국 남자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당장의 결과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리 색깔을 입히는 과정”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밑그림을 그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벤투 감독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7일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2-0 완승을 거둔 한국은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칠레를 상대로 벤투 감독 부임 후 2번째 경기를 치른다.

벤투 감독은 데뷔전에서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주며 승리를 챙겼다. 부임 기자회견에서부터 강조해왔던 점유와 빠른 전환이 코스타리카를 꺾는 원동력이었다. 벤투 감독이 원하는 팀의 정체성과 플레이스타일 역시 경기를 지배하며 많은 공격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칠레는 앞서 만난 코스타리카보다 더 강한 상대다. 간판 공격수인 알렉시스 산체스가 빠졌지만 아르투로 비달, 게리 메델, 마우리시오 이슬라 등 주축 선수들이 내한했다. 벤투 감독도 “내일 경기는 지난 경기와 다른 차원의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벤투 감독은 칠레전을 앞두고 “일주일간 훈련한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 소집기간 동안 준비한 축구가 “강하고 기술이 좋은 상대”에게도 통하는 지, “상대와 무관하게”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게 벤투 감독의 의중이다.

벤투 감독은 한국에 들어오기 전 자신과 함께 하는 코칭스태프와 함께 지난 월드컵 예선과 본선 경기를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을 통해 본 한국 축구와 직접 본 한국 축구를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대해 “감독마다 다 자기 철학과 생각이 있다”라며 전임 감독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나 또한 철학과 생각이 있다. 전에 했던 축구 중 잘 된 부분과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은 유지하면서 우리 색깔을 입히는 과정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코스타리카전은 벤투 감독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그는 “지난 경기에서 수비 전환을 했을 때 나온 장면들은 원했던 만큼 잘 나왔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경기에서 빠르고 정교한 공격을 보여줬지만 벤투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했던 수비였다. 벤투 감독은 “수비는 수비수만 하는 게 아니고, 공격은 공격수만 하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공격수부터 1차로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줘야 하고, 상대가 소유할 때 강하게 압박해 다시 소유권을 가져오기 위해 어떻게 대응하고, 압박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지를 고민하고 있다”라는 말을 통해 그가 원하는 축구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공격수에게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점도 많은 활동량이다. 현재 대표팀에 합류해 있는 최전방 공격수는 황의조와 지동원 둘 뿐이다. 벤투 감독은 “앞으로 어떤 공격수가 합류하게 될 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큰 범위에서는 많은 활동량과 움직임을 강조한다”라고 말했다. “공격수가 공이 없을 때도 많은 수비가담을 해야 한다”라고 지난 경기에서 주문했고, 지동원과 황의조가 이 점을 잘 이행했다고 평가했다.

벤투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온 황의조는 “가운데뿐 아니라 사이드에서도 많이 뛰면서 경기를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것에 최대한 맞춰야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황의조도 벤투 감독처럼 당장의 결과보다 앞으로의 준비를 강조했다. 그는 “아시안게임은 과정보다 결과를 추구하는 대회였다. 그 점이 지금과 다르다”라며 “대표팀은 (월드컵까지)4년이 남아있고, 준비할 시간이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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