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KRC헹크의 선수 육성 능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레알마드리드, 맨체스터시티 등 세계적인 구단의 주전 선수들이 헹크에서 끝없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헹크는 신체 능력보다 기술, 지능, 공격적인 마음가짐을 중요시하는 벨기에의 유소년 육성 비법을 가장 충실히 따르는 팀이다. 또한 2003년에 홈 구장 옆에 유소년 아카데미를 새로 건설해 유독 공을 들였다.

선수들에게 1군 출장 기회를 일찌감치 주는 것도 헹크의 성공 비결 중 하나다. 초반에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2003년부터 유소년팀 감독이었던 로니 판헤르뇌덴은 2008/2009시즌 1군 감독으로 승격되자 과감하게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그러나 선수들의 기량이 무르익지 않아 부진에 빠졌고, 판헤르뇌덴 감독은 한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이 시기부터 헹크가 육성한 선수들은 벨기에의 어느 팀보다도 화려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특히 벨기에 국적인 티보 쿠르투아(레알마드리드), 케빈 더브라위너(맨체스터시티)는 유소년 팀부터 발굴해 성장시킨 선수들이다. 아프리카와 북중미, 남미, 동유럽 등 세계 곳곳의 유망주를 찾아내는 눈도 남달랐다. 2010년대 들어서만 칼리두 쿨리발리(나폴리),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라치오), 일프레드 은디디(레스터시티), 레온 베일리(바이엘04레버쿠젠) 등 최고 유망주들이 쏟아졌다. 그밖에 헹크를 거쳐 스타가 된 선수로는 크리스티안 벤테케(크리스탈팰리스), 야닉 카라스코(다롄이팡) 등이 있다.

헹크를 거친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은 유망주를 찾아내는 스카우트보다 원석을 잘 다듬는 육성 능력이 헹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1군에 올려보낼 뿐 아니라 가장 어울리는 역할을 찾아주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역할을 부여받은 선수들은 실전을 통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가장 최근의 ‘걸작’인 베일리의 경우, 자메이카에서 태어난 뒤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구단의 유소년팀을 거쳤으나 1군 경기를 뛴 적은 없었다. 그러나 헹크는 베일리가 유럽으로 건너온 2012년부터 꾸준히 베일리를 관찰하고 있었다. 당시 헹크 입단 테스트에 참가했다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유소년 등록 규정에 막혀 영입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헹크 측은 베일리의 가족까지 보살펴가며 끈을 유지했다. 결국 18세에 불과했던 2015년 헹크에 합류하자마자 베일리는 1군에 바로 기용됐고, 첫 시즌부터 주전으로 뛰며 맹활약했다. 그리고 2017년 1월 2,000만 유로(약 263억 원)나 되는 이적료로 레버쿠젠을 향해 떠났다. 레버쿠젠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한 베일리는 지금 세계 최고 유망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결국 스타의 자질을 갖춘 선수들은 다른 팀으로 팔려간다. 파트리크 얀센 CEO는 과거 인터뷰에서 “우리가 셀링 클럽이라는 게 자랑스럽지 않지만 현실이 그렇다. 선수들이 스스로 얼마나 뛰어난지 깨달았을 때, 그리고 큰 팀으로 이적하며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헹크는 남다른 유소년 육성 능력으로 ‘유망주 천국’ 벨기에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2015/2016시즌 자국 리그 5위, 2016/2017시즌 UEFA 유로파리그 8강 진출 등 꾸준히 유럽대항전 참가를 노린다. 지난 2017/2018시즌에도 5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 끝에 2018/2019시즌 유로파리그 참가 자격을 얻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