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자카르타(인도네이사)] 김완주 기자= 한국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은 심리적 불안과 체력 부담을 이겨내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선수들은 정신력으로 싸웠다고 입을 모았고, 김학범 감독의 개별 면담과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선수들의 메시지가 승리를 뒷받침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은 23일 이란을 꺾고 8강 진출에 진출했다. 선제골이 나오며 경기 분위기를 가져왔고, 끝까지 상대를 몰아붙이고 막아내며 무실점 승리를 챙겼다.

16강 상대였던 이란은 한국이 그동안 상대했던 팀들과는 수준이 다른 팀이었다. 21세 이하 위주로 팀을 꾸렸다고는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전력이 만만치 않았다. ‘이란’이라는 이름이 주는 압박과 부담도 상당했다.

실제로 경기 초반 한국은 고전했다. 힘과 조직력을 앞세운 이란의 압박에 중원을 내주고 흔들렸다. 김 감독은 “굉장히 힘든 경기였다”라고 평가했고 “하나가 되어 잘 극복한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선수들 역시 힘든 경기였다며 정신력으로 이겨냈다고 이야기했다.

이란전 패배는 곧 탈락을 의미했다. 밝은 분위기 속에 이란전 대비 훈련을 진행하긴 했지만, 선수들이 속으로 느끼는 부담도 상당했을 것이다. 김 감독은 경기 하루 전 선수 20명 전체를 따로 불러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김 감독과 선수들 사이의 일대일 면담에서 선수들은 자신감을 찾고 정신력을 가다듬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과 각기 다른 이야기를 나눴다. 조유민은 김 감독과 간절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면담을 하면서 감독님께서 간절함을 많이 강조하셨다. 앞에서 끄는 와일드카드 형들의 간절함이 상이라고 치면 밑에 선수들이 거기에 더 근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라며 김 감독과의 면담 내용을 풀어놨다.

면담 이후 조유민은 수비라인을 구성하는 선수들과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김민재가 빠져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조유민이 선수들에게 강조한 건 기본에 충실하며, 서로를 돕자는 것이었고 이 부분이 경기장에서 잘 나타나 무실점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전 실수 이후 마음 고생이 심했던 송범근도 김 감독과의 면담에서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송범근에게 “언제 기회가 올 지 모르는 거니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라고 주문했고, 조현우의 부상으로 송범근에게 기회가 왔다. 투입 직전 송범근이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자 “서두르지 말고 자신 있게 하고 와라”라며 힘을 주기도 했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선수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도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자극이 되고 있다. 이란전을 통해 처음으로 선발 출전해 골까지 넣은 이승우는 황의조와 같은 방을 쓰고 있다. 이승우는 “의조형과 같이 방을 쓰면서 말을 많이 한다. 같이 영상을 보면서 상대를 나름대로 분석하고 이야기했던 게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주장 손흥민은 쓴소리를 통해 선수들의 정신무장을 이끌어 내는 스타일이다. 이란전을 앞두고 손흥민은 선수들에게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지난 1월 열렸던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우즈베키스탄에 1-4로 패한 경기를 상기시켰다. 황인범에 따르면, 손흥민은 선수들에게 “1월에 1-4로 진 게 말이 되냐, 박살내서 갚아줘야 하지 않겠냐”라며 선수들을 자극했다. 황인범은 손흥민의 쓴소리가 선수들의 간절함을 끌어내고 정신무장을 도왔다고 이야기했다.

손흥민과 황의조, 조현우는 이란전을 앞두고 말레이시아전에서 나온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번 대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동기부여를 심어주기도 했다. 고참들이 앞에서 끌면서 선수단은 팀으로 하나가 되어가는 중이다.

아시안게임은 23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이 주축으로 나서는 대회다. 모두가 프로 선수지만 경험 면에서는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심리적인 영향도 많이 받는다. 경기장에서 최선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축구 실력 못지 않게 정신력도 중요하다. 경험이 풍부한 코칭스태프와 와일드카드 선수들은 이 부분을 책임지며 팀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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