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자카르타(인도네시아)] 김완주 기자= 김학범 감독은 우즈베키스탄과 8강에서 잘 붙었다고 말했다. 우즈벡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이는 팀이다. 마지막까지 웃기 위해서는 이란전보다 더 나은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 중인 한국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은 23일 인도네시아 브카시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16강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 홍콩을 꺾은 우즈벡과 27일 8강에서 만나게 됐다.

경기가 끝난 뒤 김학범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도리어 8강에서 잘 붙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우즈벡과 만나게 된 소감을 밝혔다. 한국은 우즈벡을 더 늦게 만날 수도 있었다.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했다면 더 나은 대진으로 토너먼트를 치를 수 있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와의 2차전에서 패하며 험난한 길을 걷게 됐다.

김 감독이 우즈벡과 잘 붙었다고 이야기 한데는 이유가 있다. 우즈벡은 한국과 이란 못지 않게 악연이 있는 팀이다. 특히 이번 연령대 선수들은 우즈벡에 당한 게 많다.

“우리가 23세 1월 대회에서 4-1로 졌고, 이번 연령대 16세 대회에서도 패했다. 선수들한테도 이 부분에서 빚진 걸 되갚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우즈벡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공격적인 팀이다. 16강까지 4경기를 치르면서 13골을 넣었다. 수비도 탄탄하다. 아직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홍콩과의 16강에서도 시종일관 상대를 몰아붙이며 대승을 거뒀다.

대회 시작 전부터 우즈벡은 이번 대회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졌다. 지난 1월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이하(U-23) 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전력 대부분이 이번에도 주축을 이루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우즈벡에 복수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그러나 앞선 경기들처럼 해서는 우즈벡을 넘기 힘들다. 한국은 이란전 초반 조직력이 흔들리며 고전했다. 중원에서 잦은 패스미스가 나왔고, 선수들의 위치가 겹치며 상대에게 공간을 많이 내줬다. 이란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 조금만 더 뛰어났더라면 충분히 선제 실점을 내줄 수도 있었다.

우즈벡의 강점은 허리다. 공격형 미드필더 자보키르 시디코프를 중심으로 한 미드필더의 짜임새가 상당히 좋다. 시디코프가 전체적으로 공격을 조율하고, 뒤를 받치는 이크롬존 알리바예프와 오딜존 샴로베코프가 많은 활동량으로 중원을 장악한다.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것 역시 우즈벡의 특징이다.

지난 1월 대회에서도 한국의 허술한 조직력은 우즈벡과 만나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란전 초반 같은 경기력이 우즈벡전에서도 나온다면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내주고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다행인 건 조금씩 조직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전에서 한국은 선수들간의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며 좋은 경기를 했다. 선수들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호흡이 맞아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각 포지션 별로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 있다.

선수들의 동기부여도 강하다. 손흥민을 비롯한 와일드카드 선수들을 중심으로 정신무장에 힘쓰고 있다. 이란전을 앞두고도 손흥민이 선수들에게 “우리가 우즈벡에 4-1로 진 게 말이 되냐, 박살내서 갚아줘야 되지 않겠냐”라고 이야기하며 선수들의 자존심을 긁었다. 선수들은 손흥민의 발언이 정신력을 가다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토너먼트는 시작됐고, 패배하면 바로 짐을 싸야 한다. 우즈벡전까지 3일의 시간이 남았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지만 훈련을 통해 앞선 경기에서 나온 약점들을 보완해야 한다. 보완 없이는 승리도, 복수도 없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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